"자영업 육아 공백, 대체인력·골목상권 공동체로 풀어야"

중기부, 여성·청년 소상공인 출산·육아 간담회 진행
"근로자 중심 설계 기준, 자영업 맞는 지원 체계 필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서울 마포구 에프이에이티에서 열린 여성·청년 소상공인 출산·육아 관련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12 ⓒ 뉴스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도 오후 4시가 되면 다시 고민이 시작됩니다.가장 바쁜 시간인데 아이를 데리러 가려고 가게 문을 닫아야 합니다.

12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여성·청년 소상공인 출산·육아 간담회'에서는 자영업자들이 겪는 '돌봄 공백' 문제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육아지원 제도가 자영업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과 함께 지역 공동체와 대체 인력 기반의 새로운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어린이집 하원 시간과 영업시간이 겹치면서 생기는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반 직장인은 오후 6시 전후 퇴근하지만 어린이집 하원은 오후 4시 안팎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자영업자는 가장 바쁜 시간대에 생업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조윤수 지니더바틀 대표는 "연장 보육 제도가 있긴 하지만 교사들도 아이 돌봄과 청소 등을 동시에 맡고 있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결국 조부모 도움에 의존하거나 가게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의 육아 현실을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구조"라고 표현했다. 육아를 하게 되면 계속 일하거나 아예 생업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일반적인 양육 지원 제도는 정규직 중심으로 사각지대를 줄여왔지만 자영업자는 누군가 쉽게 일을 대신할 수 없는 구조"라며 "근로자는 동료에게 배우고 업무를 나눌 수 있지만 자영업자는 사실상 '섬'처럼 홀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하루아침에 크는 것이 아닌 만큼 자영업자에게도 장기간 활용 가능한 대체 인력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며 "기존 근로자 제도를 자영업자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면 과감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리스타 창업 준비생이나 인턴 등을 활용한 지역 기반 운영 모델도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예를 들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하루 두 시간 정도 매장을 대신 운영해 주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며 "임신·출산기에 당장 풀타임 영업이 어렵더라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하며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자영업자 출산·육아 지원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12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장미화 플랜제이 대표는 "프리랜서 1인 사업자의 경우 출산급여가 월 50만 원씩 3개월 지급되는 수준"이라며 "각종 지원금을 포함해도 1년 동안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월 100만~110만 원 수준에 불과해 직장인 육아휴직 급여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특성을 반영한 별도 육아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2일 여성 청년 소상공인과 출산 육아에 대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 뉴스1 이재상 기자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자영업자 육아휴직 제도는 성별과 관계없이 적용하고 배우자 출산 시에도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수급 조건은 임금근로자와 동일하게 1년 기준으로 설계하되 업종별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방식처럼 영업시간을 줄이면서도 생업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역 공동체 기반의 상호 지원 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장관은 "전통시장이나 골목형 상점가는 협동조합이나 상인회 구조를 통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문화가 있다"며 "개인이 완전히 분리된 형태가 아니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경제 공동체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화재보험도 상인회를 통해 함께 가입하듯 육아나 대체 인력 문제도 공동체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골목형 상점가 단위에서 서로 연결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향후 '소상공인24' 플랫폼을 활용한 커뮤니티형 지원 서비스도 검토할 계획이다.

소상공인24는 정부와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는 소상공인 지원 서비스를 한곳에서 조회·신청할 수 있도록 만든 통합 플랫폼으로,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운영한다.

한 장관은 "지원사업 형태로 대체 인력이나 돌봄 정보를 소개하고 연결하는 커뮤니티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플랫폼 접근성을 높여 소상공인이 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간담회도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만 참석 가능한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며 "찾아가는 서비스 형태를 포함해 여성경제인협회 등과도 추가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서울 마포구 에프이에이티에서 열린 여성·청년 소상공인 출산·육아 관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12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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