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건자재업계, 자사주 소각 릴레이…기업·주주 간 '눈치싸움'

KCC, 17% 중 13% 분할 소각…리바트·지누스 전량 소각
'자사주 30% 육박' 한샘 "소각 계획 수립…일단 보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 2024.1.24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시행으로 가구·건자재 업계 선제적인 자사주 소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황을 관망하면서 단기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건자재기업 KCC(002380)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보유 자사주 17.24% 가운데 13.2%인 117만 4300주를 내년 9월까지 4번에 걸쳐 분할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KCC 측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유 중인 자기주식을 임직원 보상분을 제외하고 전량 소각한다"며 "이를 통해 주당 가치 상승 등 주주이익 증대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유통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달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이 기존에 들고 있던 자사주도 법 시행 6개월 후인 기준일로부터 12개월 안에 소각하도록 의무화됐다. 즉 1년 6개월 안에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 출연, 정관에서 정한 경영상 목적 달성 등을 위한 경우에는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해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소각하지 않을 수 있다.

KCC는 이 예외 조항을 통해 나머지 자사주 4%(35만 8000주)를 소각하지 않고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처분할 방침이다. 이달 정기주주총회에 이런 내용의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올렸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 가구 계열사들도 전격적인 자사주 전량 소각에 나섰다.

현대리바트(079430)는 보유 자사주 2.05%(42만 1080주)를, 지누스(013890)는 보유 자사주 1.48%(32만 8763주)를 올해 상반기에 전량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그룹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자는 정부 정책과 사회적 요구에 선도적으로 부응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그룹의 강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이처럼 선제적인 자사주 소각에 나선 기업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총 48곳으로 소각 규모는 6조 9790억 원에 달한다.

'자사주 30% 육박' 한샘은 "일단 보유"
한샘 본사 (한샘 제공)

다만 상황을 관망하면서 아직 구체적인 처분·소각 계획을 공시하지 않고 있는 가구·건자재 기업들도 적지 않다.

자사주 29.46%(693만 3606주)를 보유하고 있는 가구기업 한샘(009240)이 대표적이다. 한샘은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기업 중 자사주 비율이 20%가 넘는 주요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한샘은 이달 사업보고서에서 자사주 소각 계획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시장 상황과 당사의 성장 가능성, 재무적 여력을 고려해 관련 법령에 따라 소각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단기(6개월) 자기주식 취득·처분·소각 계획'에 대해서는 오는 6월까지 자사주 전량을 '계속 보유'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법적 소각 기한이 1년 6개월가량 남았기 때문에 당분간 상황을 관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주 22.18%(255만 1048주)를 보유 중인 퍼시스(016800)와 22.48%(304만 2629주)를 보유 중인 노루홀딩스(000320)도 구체적인 처분·소각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 '예외 조항' 확보를 위한 정관 변경이나 처분 계획 승인과 관련해 3월 주주총회에서 기업과 주주 간의 눈치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