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25만원 지원에 260만명 우르르…"기름값 대기도 벅차다"

경영안정바우처 한 달만에 지원규모 초과…사용액 절반 '주유비'
李 "소상공인 추경 필요"…재정당국, 검토 착수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2026.3.9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올해 장사는 이미 기대를 접었어요.

서울 여의도에서 고깃집을 하는 구 모 씨(34)는 "요즘 경유가 너무 비싸니 밥상 물가가 다 오르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임대료 인상으로 직원을 2명 줄였다는 구 씨는 "인건비를 줄인 의미가 없어졌다. 물류비부터 원자재 가격까지 다 뛰고 있다"며 "올해는 좋아질까 싶었는데 이미 마음을 접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란 전쟁으로 국내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공과금·주유비 지원금(경영안정바우처)을 신청한 영세 소상공인은 한 달 만에 260만 명에 달했다.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 대상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름값 상승세에 신청 집중 뚜렷…사용액 절반 '주유비'

12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영세 소상공인(연 매출 1억 400만 원 미만)에게 전기·가스요금이나 차량연료비 등으로 쓸 수 있는 바우처인 '경영안정바우처' 신청자 수가 누적 256만 6265명(10일 기준)을 기록했다. 당초 지원 대상은 230만 명이었지만 한 달 만에 30만 명가량 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안정바우처는 25만 원씩 총 5790억 원 지급하는 지원사업이다. 지난달 9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자 약 256만 명 중 179만 명이 4473억 원을 지급받았으며 그중 2007억 원이 사용됐다.

사용처 분석에서 보면, 주유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연료비만 1042억 원(51.9%)에 달한다. 유가가 오르면서 고정비 부담이 커진 영세 소상공인의 사용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간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11.6%, 19.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중동 전쟁 때의 상승률보다 각각 5배, 7배 높은 수치다.

소상공인연합회 '2026년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36.7%는 올해 가장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으로 '원부자재비'를 꼽았다.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도 22.7%나 차지했다.

마땅한 고유가 대응 방법이 없는 영세 소상공인은 유가 변동성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과 에너지 요금 등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가뜩이나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소상공인들이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라며 "당장 유류비 걱정과 함께 원자재 가격 인상도 불가피해 고물가 부담이 도미노처럼 밀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조기 추경 필요"…영세 소상공인 '핀셋' 지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중동상황 대응 관련 보고를 듣고 있다. 2026.3.10 ⓒ 뉴스1 이재명 기자

당국은 기존 유류세 인하 중심의 간접 지원에서 영세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대상의 핀셋 지원으로 재정 대응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11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안정바우처와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추가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10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소상공인 지원이나 한계기업 지원 등을 하려 해도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며 "조기에 추경을 해야 할 상황 같다"고 말했다.

구 총리가 언급한 대로 추경에는 경영안정바우처 지원 확대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산(5790억 원)의 80%가량이 지급된 데다 신청자가 당초 지원규모를 이미 훌쩍 넘겨 조기에 소진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구체적으로는 인당 25만 원인 바우처 지원 한도를 높이거나 연 매출 기준(현 1억 400만 원)을 완화해 지원 대상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경영안정바우처 지원대상에 에너지 요금과 주유비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유력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