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창업규제 제로베이스'에 벤처·스타트업 "지속가능한 제도화 요구"

역대 정부 반복된 규제혁신 선언…업계, 단발성 발언 경계
타다·로톡·닥터나우 잇단 좌초…"기득권보호 관행 혁파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2.3/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창업 관련 규제 전반을 제로베이스 차원에서 손볼 필요가 있다"며 창업 중심 국가로의 대전환을 주문하면서 벤처·스타트업계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도록 창업 문턱을 낮추고 파격적 제도 혁신과 자금지원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구조적인 일자리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더 많은 국민이 도전과 혁신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업계에선 사업 전반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역대 정부마다 출범 초기 규제 혁신을 외쳤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혁신 성장의 지렛대로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도 현장에선 △승인 지연 △짧은 유예기간 △요구 조건 등으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창업 7년 미만 스타트업 300개 사를 조사한 결과 64.3%가 규제로 사업 제약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개선이 시급한 규제로는 등록·허가 등 진입규제(49.7%)와 주 52시간 등 노동규제(49.0%)가 꼽혔다.

더 큰 문제는 스타트업 혁신과 기득권이 충돌할 때마다 정부·국회 등이 기득권을 보호하는 편에 서왔다는 점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는 택시업계 반발로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2020년 통과되면서 사업을 접어야 했다. 법률 플랫폼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와 10년간 분쟁을 벌이며 사업 운영 상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최근엔 의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겨냥한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업계는 포지티브 규제(명시된 것만 허용)에서 네거티브 규제(금지된 것만 규제)로의 전환, 규제 샌드박스의 한시적 특례가 아닌 지속 가능한 제도화를 요구하고 있다.

스타트업 보호법과 규제 개혁 병행 없인 이 대통령의 창업중심 국가 전환 선언이 실효성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베이스 규제가 실현되려면 법령 개정과 제도화라는 가시적 성과가 뒤따라야 한다"며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설계·집행돼 온 규제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