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 뱅크 있는 日…한국은 상속 못해 中企 폐업
중기연, 기업승계와 지속가능성 방안 세미나 개최
경영자 고령화, 후계자 부재 속 존속 해법 '제3자 승계' 주목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승계 문제로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업승계 지원 대상을 종업원과 M&A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열린 '기업승계와 직원인수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성 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위원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 승계는 경영자의 고령화 심화로 구조적 위기에 처했다. 2024년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소제조업 CEO의 평균 연령은 55.4세다. 10년 전(46.7세)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경영자 연령별 분포를 보면 50대가 36.8%로 가장 많았고 60대도 30.3%나 됐다. 40대는 20.5%, 70대는 6.5%다. 마찬가지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60대 이상 대표자 수가 2013년 15.9%에서 36.8%로 가파르게 늘었다.
최 위원은 "연령 60세 이상 대표자 수의 증가 추세는 기업승계가 조기에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중소기업 승계는 단순한 자산 이전을 넘어 고용 유지와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성 확보라는 공공적 가치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사업승계 제도 변화를 참고 사례로 제시했다.
최 위원에 따르면 일본 역시 고령화로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흑자 폐업하는 사례가 많았다. 과거 전체 폐업 중 흑자 폐업이 절반을 넘었을 때가 있었고 이때 후계자가 없어서 폐업하는 경우가 30%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일본은 가업 승계를 친족 상속에 한정하지 않고 직원 승계나 제3자 인수·합병(M&A)까지 포함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전환했다.
현재 일본은 사업 승계를 친족 내 승계, 직원 승계, 제3자 인수 등으로 유형화해 관리하고 있으며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과 인수 희망자를 연결하는 '사업승계 지원센터'를 전국 단위로 운영하고 있다. 각 지역 센터에서는 승계 초기 상담부터 매칭, 금융 연계, 사후 경영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센터 내에는 등록과 매칭을 담당하는 '후계자 인재 뱅크'도 있다.
직원이나 제3자에 승계하는 경우에도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본은 '개인판 사업승계 세제'를 통해 사업에 사용되는 토지·건물·기계·기구 등 주요 자산을 증여나 상속으로 이전할 경우 증여세·상속세를 유예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친족이 아닌 직원이나 제3자에게 기업을 넘기는 경우에도 동일한 세제 혜택이 적용하는 셈이다.
최 위원은 "일본 사례는 기업 승계를 단순한 상속 문제가 아니라 고용과 지역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책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일본은 세제 혜택을 승계 유도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금융·매칭·사후 지원까지 연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 가업승계 지원대상 역시 종업원 승계나 M&A 승계로 확대하고 세금 공제, 납부유예 등을 친족 승계와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관련해 제3자 매각을 승계의유형으로 명문화한 내용의 '인수·합병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 통과돼야 한다고 했다. 법안은 기업 승계 중개업 등록제 도입과 상법상 합병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현재 산자위 심사 중이다.
최 워원은 "현재 중소기업 승계는 체계적인 지원책이 부족하고 승계 대상도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며 "승계 방식의 다변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관련 법안 논의가 실제 입법으로 이어져 중소기업 승계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박노근 한국외대 경영학부 교수는 "직원(종업원) 인수는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며 노동자의 자산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산업정책 모델"이라며 "국가 전략 차원에서 이를 제도화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중기연구원장은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경영자 고령화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지만 가족 내 후계자를 찾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직원 인수 방식이 기업 지속성과 고용 안정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미나는 중기연과 한국협동조합학회, 국회의원 김한규·허영 의원이 공동으로 준비했다. 이들은 국내 중소기업의 원활한 기업승계와 고용 안정이라는 정책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미나를 마련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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