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대표이사가 책임진다"…제지업계 변화 흐름

한솔제지, CSO 직위 대표이사로 격상…업계 영향 촉각
안전관리 조직 통합·권한 강화에 '안전 경영' 기류 확산

서울 중구 한솔제지 본사. 2025.7.3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집행 강화 기조 속에서 한솔제지가 최고안전책임자(CSO)를 대표이사급으로 격상하는 선제적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제지업계 전반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전 책임을 최고경영진 수준으로 끌어올린 이번 조치가 업계 전반의 '안전 경영' 강화 흐름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새해 들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상무급에서 대표급으로 격상시켰다. 안전부문 대표이사에는 고민혁 한솔홀딩스 인사지원실장을 선임했다.

주요 기업에서 안전책임자를 대표이사급으로 격상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아울러 제지 사업과 수처리·환경관리 사업 부문별로 운영해 오던 안전관리 조직도 하나로 통합했다. 사업 영역별로 분산돼 있던 안전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 일관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직 개편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집행 강화 기조와 맞물린 행보로 풀이된다.

제지업은 대형 설비와 중량물 작업이 많아 산업재해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한솔제지 역시 지난해 산업재해 관련 이슈로 곤욕을 치른 바 있어,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안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지난해 사고도 있었고, 안전 강화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솔제지의 선제 대응을 계기로 제지업계 전반에서 안전관리 조직과 책임자 권한을 재점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제지 산업은 공정 특성상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안전을 실무 차원이 아닌 경영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긴급 중대재해 감축 상황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6/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이후에는 사고가 '현장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면서 "경영진 책임이 명확해진 만큼 안전 조직의 위상과 권한을 재정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깨끗한나라는 지난달 MRO(유지·보수·운영) 분야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하는 등 내부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업 간 거래(B2B) 사업 확장과 함께, 설비와 공정 전반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솔루션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깨끗한나라 관계자는 "안전 이슈는 제지업계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최근 가장 큰 테마 중 하나"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라고 전했다.

이 밖에 무림페이퍼, 태림페이퍼 등 주요 제지 기업들도 최근 안전관리 체계 점검과 현장 관리 강화에 나서는 등 중대재해 예방에 힘쓰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고 발생 시 법적·사회적 책임이 최고경영진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분명해지면서, 안전 관리에 대한 인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처럼 안전을 현장 차원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워졌다"면서 "경영진 차원에서 안전 관리 체계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고민이 업계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