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나고 자라 전담차관까지…운명이자 마지막 소명"
[신년인터뷰]①'소상공인 전담' 이병권 중기2차관
광주 양동시장서 태어나 자라며 소상공인의 희로애락 경험
- 이재상 기자,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장시온 기자 = 광주 양동시장에서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에게서 태어났다. 주변 상인들의 투박한 손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단골 손님들이 손에 사탕을 쥐어주시던 곳. 시장이 그의 놀이터였고 학교였다.
이병권 중소벤처기업부 제2차관(소상공인전담차관)은 스스로를 '시장통 아들'이라고 표현한다.
가방 가게를 운영하던 부모 밑에서 성장하며 소상공인의 흥망성쇠를 몸으로 겪은 그는 대한민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담차관'을 맡은 것에 대해 "운명 같다고 생각한다. 내 마지막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에서 나고 자라면서 소상공인을 누구보다 많이 지켜봤다"며 "100만 폐업시대에 모두가 어렵다고 하지만 디지털화, 플랫폼 지원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보탬이자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을 지낸 뒤 지난해 9월 퇴임했던 그는 지난 11월 14일 최초의 '소상공인 전담차관'에 임명됐다. 취임식도 생략한 채 직원들과 간단히 인사만 나눈 뒤 곧바로 현장으로 향한 행보는 눈길을 끌었다.
이 차관은 "경기도 좋지 않고 소상공인도 워낙 어렵다"며 "의례적인 절차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법제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기획예산처를 거쳐 2005년부터 중소기업청(현 중기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소상공인정책과장, 성장지원정책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판로 확대와 골목상권 보호 등 민생 경제와 직결된 정책을 담당해 왔다. 이러한 이력은 초대 소상공인 전담차관 발탁의 배경이 됐다.
이 차관의 정책 철학은 유년 시절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의 부모님은 광주 양동시장에서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을 모두 시장 주변에서 보냈다.
이 차관은 "어릴 때는 시장 장사가 정말 잘됐다.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갔다"며 "하지만 백화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시장 상인들이 하나둘 밀려나는 모습을 지켜봤다"고 회상했다.
부모가 운영하던 가방 가게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부모님 가게도 결국 쪼그라들었고 내가 대학에 들어갈 즈음에는 거의 장사가 되지 않았다"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소상공인이 어떠한 상황에 놓이는지를 직접 본 경험"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으로 인해 시장이 죽었다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그가 강조하고 싶은 건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점차 밀려나야 했던, 아니 변화를 살펴볼 여유조차 없는 소상공인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기억은 이후 그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차관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판로를 시장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현재 소상공인 경영 여건에 대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담차관 부임 후 전국을 돌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새해 소상공인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버티기'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차관은 "그동안 경기가 너무 좋지 않아 1·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바우처 지급과 소비 쿠폰 등 소상공인이 당장 버틸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며 "현장에 가보면 실제로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버티기 정책은 여전히 필요하고 지속돼야 한다"면서도 "여기에 반드시 성장 전략을 함께 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금성 지원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것마저 없으면 정말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 차관은 "바우처와 같은 지원은 충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버틸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은 하고 있다"며 "다만 이런 지원만으로 소상공인을 복지 정책처럼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버티기 위에 성장 전략을 얹어 '성장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소상공인이 소기업으로, 다시 중기업으로 커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차관이 강조하는 성장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판로 확대'다. 단순히 버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이 스스로 매출을 키울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전통적인 유통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과 플랫폼을 활용해 유통 채널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더 이상 소상공인이 동네 손님만 바라보고 장사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디지털화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으로 판로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행보 과정에서 이미 변화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그는 "플랫폼에 진출해 실시간으로 고객 반응을 확인하고, 경영을 디지털화하며 나아가 수출까지 나서는 소상공인들을 여러 차례 만났다"며 "이제 소상공인도 충분히 성장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한류 확산과 맞물린 먹거리·의류·생활소비재 분야는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K-팝을 넘어 K-뷰티, K-패션, K-푸드 등 한국 소비재 전반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차관은 "과거처럼 대규모 자본이 있어야만 수출이 가능한 시대는 아니다"라며 "기술적 장벽이 낮아진 만큼 정책은 이들이 시장에 안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플랫폼을 통한 성장에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쿠팡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는 "플랫폼은 소상공인에게 분명 기회이지만, 동시에 공정한 거래 질서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소상공인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이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소상공인을 돕는 정책은 숫자보다 체감이 중요하다"며 "버티는 시간을 견뎌낸 소상공인들이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을 끝까지 가져가겠다. 전담차관으로서 현장의 숨소리를 정책에 더 정확히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②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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