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회장 별세에 경영권 불씨까지…삼화페인트 3세 승계 비상

김장연 회장, 급성패혈증으로 갑작스러운 별세
승계는 이제 시작단계…변수는 공동창업주 윤 씨 일가

삼화페인트 지분율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3세 승계가 진행 중이던 중견 페인트기업 삼화페인트공업(000390)의 오너가 2세 김장연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경영권 승계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분을 증여받았던 장녀 김현정 삼화페인트 부사장이 고인의 지분 대부분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공동 창업주인 고(故) 윤희중 전 회장 일가 지분율도 낮지 않은 상황이라 경영권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삼화페인트에 따르면 김장연 회장은 지난 16일 급성패혈증으로 별세했다. 김 회장은 삼화페인트 창업주인 고 김복규 회장의 차남으로 1994년부터 회사를 이끌었다. 삼화페인트는 지난해 매출 6283억 원을 기록한 업계 2~3위권 페인트 회사다.

최근 삼화페인트는 김 회장 장녀인 김현장 부사장에 대한 승계 작업이 막 본격화되던 시점이었다. 김 부사장은 2019년 회사에 합류한 뒤 지난해 12월 부사장으로 승진, 올해 3월 이사회에 합류했다. 5월에는 김 회장으로부터 지분 3%를 증여받아 현재 3.04%를 보유 중이다.

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김 회장의 지분 대부분을 상속받으며 차기 경영자로 입지를 굳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김 회장이 별도 유서를 남기지 못하고 별세해 김 회장 지분 22.76%를 김현정 부사장이 상속받으려면 상속인들 간 합의가 필요하다.

현행 민법은 별도 유언이 없을 경우 직계비속(자녀)을 상속 1순위로, 배우자는 공동상속인으로 정한다. 즉 김 회장 유산은 김 부사장과 그의 남동생 김정석 씨, 배우자 정채영 씨가 나눠 상속받는다.

다만 상속인이 모두 동의한다면 김 부사장이 지분을 몰아서 상속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대표변호사는 "피상속인 사망 후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상속인 전원 합의로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해 유산을 몰아줄 수 있다"고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승계가 이미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김 부사장이 대부분을 상속받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고 했다. 김 부사장 남동생인 김정석 씨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다른 기업에 재직 중인 걸로 알려졌다.

김장연 삼화페인트 회장(삼화페인트 제공)

변수는 공동창업자였던 '윤 씨 일가'라는 시각도 있다. 공동창업주인 윤희중 전 회장 집안이 현재 삼화페인트의 지분을 최소 12.42%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양측은 경영권을 두고 한 차례 충돌한 바 있다. 당시 경영에서 배제된 윤 씨 일가가 회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법원은 김 회장 측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됐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셈이지만 윤 전 회장의 아들인 윤석재 씨와 윤석천 씨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각각 6.9%, 5.52%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

김 부사장의 지분이 3%에 불과하기 때문에 김 회장 지분이 여러 상속자에게 분산되거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 일부를 정리한다면 윤 씨 일가가 최대주주로 떠오른다. 기타 주주를 규합해 경영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삼화페인트는 최근 자사주 전량을 처분하며 지배력을 40% 안팎으로 끌어올린 상태다.

회사는 이달 초 블록딜과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해 8.8%의 자사주를 모두 처분했다. 138만 주는 관계사인 츄고쿠마린페인트로 넘겼고 100만 8642주는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츄고쿠마린페인트는 김 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이로써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전량의 의결권이 부활했고, 김 회장 일가의 실질적인 지분 행사력은 40% 수준으로 높아졌다.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 등을 저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은 34%인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그 때문에 윤 씨 일가가 기타주주와 합심해 경영권을 노리더라도 현재로선 김 회장 일가 지배력을 당장 위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화페인트 측은 "향후 승계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