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전체 기업의 99%, 중소기업을 '좋소'라 부르는 사회

이재상 성장산업부 차장
이재상 성장산업부 차장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역시 좋소네. 탈출만이 답이다."

포털에서 중소기업 관련 기사를 클릭하면 댓글에는 어김없이 '좋소'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좋은 중소기업'의 줄임말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싸잡아 비하하는 표현이다. 한 단어에 드러나는 조롱이 우리 사회가 중소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약 99%를 차지한다. 전체 근로자의 80.9%가 몸담고 있는 일터가 바로 중소기업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고용·산업 기반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중소기업은 '좋소'라는 비아냥 속에 저평가되고, 청년층에게는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을 향한 부정적 인식의 배경은 분명하다. 낮은 임금, 높은 근무 강도, 체계적이지 못한 복지, 경영환경의 열악함은 꾸준히 지적된 문제다. 이 같은 현실은 결국 청년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중소기업을 향한 조롱 섞인 표현을 더욱 굳히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출입 전까지는 중소기업이 국내 산업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보도되고, 취업 시장에서도 대기업 선호가 뿌리 깊다 보니 중소기업의 존재감은 자연스레 가려졌다.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 대표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젊은 사람들이 오려고 하지 않습니다. 사람 구하는 게 가장 힘듭니다."

생산이나 영업보다 '인력 확보'가 더 큰 과제가 된 현장은 낯설지 않다. 기술력이나 제품 경쟁력이 충분함에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생산 라인을 멈추거나 해외 이전을 고려하는 기업들도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단순히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경제 현안이다.

중소기업이 겪는 현실은 '좋소'라는 비아냥 한마디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고용 기반과 산업 경쟁력, 나아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다. 청년층의 외면을 방치한다면 중소기업뿐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은 단순한 이미지 개선 작업이 아니다. 임금·복지·근무 환경의 실질적 개선, 공정한 거래 구조 확립, 성장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등 현실적인 변화가 먼저다. 청년이 오기 좋은, 오고 싶어 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뿐 아니라 대기업과의 상생 구조 정착도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을 동정하는 시선도, 자조 섞인 조롱도 아니다. 현실을 정확히 직시하고 구조를 바꾸려는 의지다. 조롱이 사라지기 위해선 중소기업이 선택받을 만한 이유를 갖추게 하는 것, 그 기본적인 과제에서 더는 눈을 돌려선 안 된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