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바쁜데 디지털이요?"…소상공인들 '비용 부담' 호소(종합)
중기부, 소상공인·전문가와 '릴레이 간담회 시즌2' 2회차 개최
이병권 차관 "소상공인 뒤쳐지지 않게 혁신 지원안 마련하겠다"
- 이민주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빠르게 바뀌는 시장 환경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소상공인들이 정부에 디지털 전환을 위한 비용 지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키오스크, 챗봇 등 인력난과 업무 과중을 해결할 기술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높은 구축·운영비가 발목을 잡는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병권 중기부 소상공인 전담 차관은 소상공인들이 AI 시대에 빨리 적응해서 상거래 활동에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기부는 3일 오후 서울 마포 드림스퀘어에서 '소상공인 릴레이 간담회 시즌2' 2회차를 개최했다.
소상공인 릴레이 간담회는 지난달 중기부가 시작한 행사로 소상공인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2회차 간담회는 '소상공인 디지털 기술 및 AI 활용 기반 구축'을 주제로 열렸다.
소상공인 전담인 이병권 제2차관이 2회차부터 참여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에는 디지털 혁신에 관심이 있는 소상공인 20여 명과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박사, 디지털·인공지능 전문가, 기술공급기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쌀냉장고를 판매하는 헤르젠 연제윤 대표는 "상담·AS 문의가 많아 챗봇과 자동응답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알아보니, 연간 4000만~5000만 원이 들더라"며 "인력난을 해결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인데도, 비용 때문에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닝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한 청년 창업자는 "연 매출이 20억 원 규모인 저희도 AI 챗봇 사용료로 한 달 60만~70만 원, 1년에 7~800만 원을 쓰는 게 처음엔 정말 부담됐다"며 "소상공인이 AI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써볼 수 있는 바우처나 체험 지원이 있다면 도입 장벽이 훨씬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뭐가 필요한지 모르는 막막한 소상공인 이끌어줄 멘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떡 쿠킹클래스를 운영한다는 한 소상공인은 DX니 AX니 하는 말은 많은데 정작 내 업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다"며 '현장에서 바로 써볼 수 있게 업종별로 풀어서 알려주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이제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정부가 '조력자'로 관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정수정 중기연 박사는 "임금 정체, 고령화, 소비 위축 등으로 소상공인 경영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2035년이 되면 소비자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와 무인화가 본격화되며 훨씬 큰 전환 압력이 올 것"이라며 "소상공인이 살아남으려면 데이터를 경영에 활용하고 디지털·AI 기술을 단계적으로 익힐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이 지금 DX·AX 얘기를 들으면 '부채도 심각하고 (일할) 사람도 없는데 무슨 디지털이냐'고 말한다"며 "그런데도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전환을 시작해야 하는 '크리티컬 피리어드'(결정적 시기)"라고 했다.
정 박사는 "앞으로는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가 즉시 제공되는 방식으로 시장이 바뀔 것이고 그 흐름에서 살아남으려면 소상공인도 데이터를 경영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단순 기기 보급을 넘어서 데이터 인프라와 스마트화 기반을 갖춰 소상공인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플랫폼사와 협업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외식업체 '그로또'의 사례도 공유됐다. 그로또는 수원 영통구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한상민 그로또시즌 대표는 최근 밀키트 시장이 급성장하는 트렌드에 맞춰 제품을 개발했고 SSG, NS홈쇼핑 등과 협업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제품 홍보 영상과 사진 촬영, 쇼핑 라이브 방송, SSG 미지엄 등 박람회 참여, 유튜브 촬영, 팝업스토어 개점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사의 도움을 받았다.
그 결과 2021년 7억여 원에서 지난해 11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 예상 매출은 20억 원가량이다.
한 대표는 "처음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제품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이걸 어떻게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구매로 유도할지 많은 고민과 난관이 있었다"며 "과정에서 SSG와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 많은 부분이 해결됐다. '전문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초기 지원 받은 부분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병권 차관은 소상공인이 디지털 전환 흐름 속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차관은 "현장에서 나온 어려움들을 바탕으로 정부 정책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 보겠다"며 "AX와 DX가 확산하는 시대에 소상공인이 뒤처지지 않고 빨리 적응해 디지털 상거래 활동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중기부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난 비대면 수요와 시장 환경 변화 속에서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온라인 진출·스마트상점 보급·지역 거점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지원을 지속해 왔다.
임호순 중기부 디지털소상공인과장은 "디지털이 뭔지 인식 확산을 돕겠다. 비용도 조금 더 완화하고 지역별 거점 인프라를 확대하려 한다"며 "나아가 민간 플랫폼과 협업해 성장형 소상공인을 직접 선별·육성하고 기기 보급을 넘어서 매장에 쌓이는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minj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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