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할까 무서워요" 벤처기업협회에 기술탈취 '핫라인' 생겼다

직권조사 권한 가진 공정위로 직통 연결…공정위 "계속 늘린다"
내년까지 인지조사 등 법제화…"중기부 주도로 연말에 TF 발족"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9월 서울 구로구 벤처기업협회에서 열린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현장소통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9.25/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보복 두려움 없이 기술탈취 피해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직통으로 제보할 수 있는 '민간 핫라인'이 벤처기업협회에 설치됐다.

지난 4일 공정위는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벤처기업협회에 '기술탈취 익명제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 홈페이지에 마련된 '공정위 익명제보센터'는 직권조사 권한이 있는 공정위로 통하는 일종의 '민간 핫라인' 역할을 하게 된다.

제보자 신원 보호를 위해 온라인 창구를 통해 제보해도 제보자 IP주소가 수집되지 않는 형태로 운영되고, 피제보자의 회사명과 대표이사, 불공정행위 날짜와 내용, 기술자료 등만 기재하면 공정위가 사건 처리에 착수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보다 익명제보가 쉬워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제보 창구를 현장과 밀접한 민간으로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같은 '민간 핫라인'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이러한 핫라인을 계속 늘려가겠다"고 했다.

그간 벤처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부터 기술탈취를 당해도 신원이 드러나는 신고가 아니면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힘들었다

갑을 관계인 하도급 관계 특성상 신고만으로도 거래 단절과 업계 평판 악화 등을 겪어야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기술탈취 피해를 봐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10곳 중 4곳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지난 2022년부터 '기술유용 익명제보센터'를 운영하긴 했지만, 실제 제보는 3년간 5건에 불과할 정도로 실효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권성택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은 공정위 기술탈취 근절대책에 대해 "우리 중소벤처기업들이 기술 혁신에만 온전히 매진할 수 있는 공정한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견고한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9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두 번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뉴스1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도 지난 9월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익명제보 창구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신고제로 운영 중인 기술탈취 조사를 중기부도 공정위처럼 사전인지만으로 조사를 개시할 수 있는 '인지조사' 방식으로 바꾸고, 익명제보 창구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중대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최대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는 최대 5000만 원의 과태료 기준보다 40배가량 강화된 것이다.

중기부는 내년까지 이를 법제화해 실행에 옮기고, 기술분쟁신문고를 운영해 피해 접수를 해서 공정위에 전달하는 역할도 같이 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에는 이달 중으로 관계부처가 추천한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손해액산정TF'을 중기부 주도로 발족해 기술 연구개발 비용도 손해액 산정 기준에 포함하는 데 주력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연말에 기술탈취 범부처 대응단이 중기부 주도로 출범할 예정"이라며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 앞으로도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