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멈추라는 민노총…택배업계 "배송 구조상 불가능"
민노총 "택배기사 건강권 침해, 지속 가능한 시스템 만들자"
업계 "배송 구조상 불가능, 합리적 조정 필요"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배송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어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지난 22일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택배기사 과로 개선을 위해 0시~오전 5시 초심야 배송을 제한해 노동자의 수면시간과 건강권을 최소한으로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9월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는 더불어민주당 등 여당 의원을 포함해 국토교통부, 택배 업계와 노동조합,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새벽배송 시스템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연속적인 고정 심야노동은 생체 리듬을 완전히 파괴한다. 수면장애, 심혈관 질환, 우울증과 같은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는 새벽배송 자체를 전면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심야배송에 따른 노동자의 과로 등 건강 장애를 예방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지속 가능한 배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주간과 야간 배송을 각각 오전 5시 출근조와 오후 3시 출근조로 변경해 일자리와 물량 감소가 없으며, 오전 5시 출근조가 긴급한 새벽 배송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다만 택배노조의 이러한 주장에 업계는 "현재 구조상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현재 물류업계에서는 쿠팡뿐 아니라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도 명칭은 다르지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도 새벽배송을 특화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어 물류업계가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상품의 경우 밤새 전국 거점 물류센터로 수송된 뒤 분류작업을 거쳐 오전 일찍 배송된다"면서 "노조의 요구처럼 오전 5시 출근조 운영만으로는 물류 시스템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요구가 택배노조와 쿠팡 간 갈등이 심화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히 '오전 0시부터 5시 배송 제한'뿐 아니라, 새벽 배송 수수료 현실화, 야간 노동자의 업무 부담 완화 등 다양한 요구 조건이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노조에서도 새벽 근무를 제한하는 것이 현재 업계 구조상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면에는 수수료 현실화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가 장기화할 경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벽배송은 10년 넘게 소비자들에게 제공된 서비스라 이를 폐지하자는 것은 급진적인 주장"이라며 "양측의 힘겨루기에 애먼 소비자가 피해를 보면 안 된다. 배송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방식보다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2회 '택배분야 사회적 대화기구'는 다음 달 5일 개최될 예정이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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