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눈총에 국회 압박까지…기로에 선 온누리상품권

[국감초점]깡 논란에 용처도 골치…"지역화폐와 합쳐라"
"온누리와 지역화폐 목적 달라…병행해야" 목소리도

관계자들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구매한 상품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25.9.2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온누리상품권 예산을 지역화폐로 바꿔야 한다"고 밝히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통합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 야당은 "무조건 없애려 하지 말고 병행할 필요성이 있다"고 반발하면서도 중복 재정 문제 등에 대해서는 통합에 일부 공감하기도 했다.

지난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운영문제를 놓고 치열한 논의를 펼쳤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지역상권 활성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온누리상품권은 소진이 잘 안 된다"며 "온누리상품권 예산을 지역화폐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은 온누리상품권 정책에 대한 중기부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누리상품권은 지류상품권을 중심으로 소위 '깡'이라 불리는 부정 유통과 위변조 문제가 끊이질 않고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시장 사용률이 부진해 용처를 확대했더니 병원이나 학원 등 본래 목적과 다른 곳에서 온누리상품권이 활용되며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올해 서울 종로 대형 약국에서 300억 원어치의 온누리상품권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전통시장 활성화하라고 마련한 온누리상품권이 서울 시내 대형약국에서 비만치료제 구입에 사용되고 있다"며 "온누리상품권의 부정유통과 용도에 맞지 않는 사용을 중기부가 관리감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도 온누리상품권의 용도 외 사용 문제에 동의했다.

한 장관은 "지적에 공감한다"며 "내년엔 관련된 업종별로 온누리상품권 사용 데이터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며, (부정유통이나 용도 외 사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누리상품권 발행과 유통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면서, 관리감독을 위해 또다시 추가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당 오세희 의원은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의 목적은 둘 다 소상공인 매출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면서 "하지만 운영 주체도 다르고 할인율이나 사용처 등이 제각각이라 사용하는 소비자들도 혼란스럽고 이를 두고 정치적인 갈등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서 열린 '추석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구매 행사'에서 중구 관계자들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구매한 상품권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25.9.24/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공들였던 온누리상품권 제도를 지역화폐로 전환하고자 하는 시도를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날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5년 지역사랑상품권의 전통시장 사용률은 2%밖에 안 된다"며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과 골목형 상점가를 활성화하는 게 목적으로 지역사랑상품권과 다르다"고 했다.

일부 부정유통이나 용처 문제 등이 있긴 하나 사용목적 자체가 다른 만큼 병행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또 온누리상품권 회수가 잘 안된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실제 회수율은 99% 수준으로 소진이 잘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회수율은 상품권이 사용된 후 환전되는 비율을 말한다.

이어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저렇게 시그널을 주는데 중기부가 넘어설 수 있겠나"라며 온누리상품권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대통령의) 소진이 미흡하다는 발언 의미는 발행 목표 대비 실제 판매액이 부진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온누리상품권의 발행 목표 대비 판매율은 72.2% 수준이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행정비용 절감을 위해 두 상품권을 통합하자는 의견은 여야 모두에서 나왔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누리상품권 운영 수수료는 700억 원 수준이고 지역사랑상품권은 800억 원 수준"이라며 "행정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상품권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중기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소관인 행정안전부, 민간과 함께 합동협의체를 구성해서 통합 운영에 관한 타당성 연구용역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철규 산자중기위원장도 "두 상품권을 발행하는 데 150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이런 기회비용이 사실상 할인율을 넘어선다. (두 상품권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두 상품권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연구용역을 하거나 행안부와 방안을 협의해 보겠다"고 했다.

한편 중기부는 지난 9월 2026년 예산안(정부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올해와 같은 5조 5000억 원으로 정했다. 2020년 2조 5000억 원 이후 매년 늘던 증가세가 멈췄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