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브랜드 갉아먹는 中 짝퉁 피해 막심"…정부 '소액면세 폐지' 고심
국산 제품 나오면 곧바로 헐값 모방제품 나와…"피해 막심"
소액면세 폐지 만지작…'소비자 선택권 침해' 우려에 여론 눈치
- 장시온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K-브랜드 인기에 힘입어 관련 제품 판매가 불붙고 있지만, 외형상 구분이 불가능한 저품질 모방 제품이 중국 이커머스를 통해 유통되면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단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중국에서 제조되고 중국 이커머스인 알리, 테무, 쉬인 등을 통해 유통되는 저품질 불법 짝퉁 제품 제조를 실효성 있게 단속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결국 정부는 지식재산(IP) 보호 차원에서라도 소액면세 폐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싸게 사는 걸 정부가 왜 막냐'는 일부 강경 여론을 의식해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8곳이 중국산 짝퉁 제품에 대한 대응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직구 거래액은 약 8조 원으로 지난 2019년 2조 7000억 원보다 3배 급증했다. 이중 중국산 비중은 60%를 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DC) 조사에서는 중국산 위조상품으로 한국의 화장품 업체들이 입은 손해만 한 해 2936억 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오세희 의원은 최근 실시된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과 이를 똑같이 베낀 중국산 제품 이미지를 들고 나와 해당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중국산이 1159원, 우리 제품이 1만 3800원이다. 가격이 12배 차이인데 경쟁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게 구분이 되겠느냐"는 오 의원 질문에 "외형상 구분이 힘들어 보인다"며 "피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피해는 K-뷰티 뿐만 아니라 관광 굿즈까지 번졌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도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캐릭터인 까치 호랑이 배지를 달고 나왔다.
배 의원은 "지난해 '뮷즈'(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매출이 200억 원을 넘겼는데 중국 쇼핑몰에서 이 짝퉁 상품이 팔리고 있다"며 "알리 등 중국 SNS 온라인 포털에서 우리 기와와 단청을 모델로 한 상품이 헐값에 팔린다"며 대책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국내의 한 중소 제조사 A사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A사는 휴대전화와 텀블러 등을 함께 거치할 수 있는 자동차용 컵홀더를 국내에서 1만 7400원에 판매 중인데, 출시 직후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외형상 거의 구분이 불가능한 제품이 1159원에 판매돼 피해가 크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사실상 손쓸 방법이 없어 대응을 포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 중소기업의 96.7%가 중국 이커머스 진출로 인해 피해를 경험했고, 79%는 '사실상 대응을 포기했다'고 답했다.
단순히 헐값에 파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정품 오인, 품질 신뢰도 저하 등도 문제다. 국내의 한 학용품 중소 제조사 관계자는 "중국산 수입제품 대부분이 품질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수입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 확대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해외직구 제품의 통관 및 품질 검사 강화'를 꼽은 응답이 26.3%였다. 오 의원은 "짝퉁을 국산 정품으로 오인하고 구매하는 등 지식재산권 침해를 넘어선 소비자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짝퉁 제품의 범람에도 지식재산을 보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일이 단속하기도 어렵고 인증 등을 거치자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대안으로 중국발 저가 제품 유통 통로가 되고 있는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소액면세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 역시 이같은 지적에 따라 소액물품에 대한 과세체계 개선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150달러 이하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중국산 소액 물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거나 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해외 주요국은 중국발 저가 물품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제품에 대한 소액면세를 폐지하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8월부터 800달러 이하 면세를 폐지하고 중국산 제품에 평균 3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오는 2028년부터 150유로 이하 직구품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한발 앞서 호주는 중국 제품에 대한 소액면세를 폐지하고 1000호주달러 이하 제품에 10% 부가세를 매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교 문제'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중국은 이미 지난 2016년 4월에 한국산 제품에 대한 소액면세를 전면 폐지하고 수입 금액대별로 부가가치세나 소비세, 관세 등을 매기는 중이다.
다만 정부 일각에서는 여론 부담을 신경쓰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국무조정실 주도로 면세제도 개편을 추진했으나 소비자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상임위원회에서 중국산 짝퉁에 대한 여러 지적이 나왔기에 정부 입장에서도 정책 고민은 더 커졌지만 국민 여론에 부딪히게 되면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알리·테무·쉬인 등 C커머스 발 유해물질 피해와 짝퉁 피해가 커지자 강경대응을 하겠다면서 소액면세 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당시 제도 개편의 핵심 내용은 면제 한도에 관한 내용보다는 KC인증(국내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해외직구 제품에 대한 국내 반입 전면 금지였다. 하지만 국민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불과 사흘 만에 정책을 철회했다. 특히 해외직구에 익숙한 MZ세대 소비자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셌다.
정부 관계자는 "이 사안은 관세 부과 담당 부처뿐만 아니라 상당히 다양한 부처가 연계된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재 이를 주도하는 부처도 뚜렷하게 없는 상황"이라면서 "지난해와 같은 여론의 반발이 다시 일어날까 우려해 사실상 눈치를 보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명예교수는 "국내 소비물가가 계속 오르는 와중에 (면세 폐지는)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있거나 명백히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에 힘을 쏟는 방향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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