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산 자사주 49%…소각은 한 번도 안 한 일성아이에스
[자사주 쌓아둔 中企]②유통주식은 단 11.58%뿐
오너 일가·특수관계자 보유 지분도 38.19%…소각 계획은 無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2006년부터 2023년까지 자사주를 18차례 매입하면서 소각은 단 한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코스피 상장사가 있다. 제약기업 일성아이에스(003120) 얘기다. 이 회사는 국내 상장사를 통틀어 자사주 보유 비중이 2위(금융회사 제외)에 달하는데 소각은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회사는 '주식 가격 안정',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해 왔으나 소각 없는 자사주는 언제든지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온전한 주주환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일성아이에스는 지난 2019년 유통 주식 수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자사주 19만 주(2023년 5:1 액면분할 전 기준; 현시점 기준 약 90만 주)를 되팔기도 했다. 회사가 자기 주식으로 차익거래를 한 셈이다. 이에 현재 보유율 48.75%에 달하는 자사주의 구체적인 활용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일성아이에스가 공시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회사는 2006년 가격 안정을 이유로 자사주를 처음 취득한 뒤 2013년까지 매년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했다.
2010년에는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씨스코통상을 흡수합병하면서 53만 2038주 규모의 자사주(2023년 5:1 액면분할 전 기준)를 취득했다. 합병 직후 합병에 의한 자사주 교부 목적으로 41만 8244주(2023년 5:1 액면분할 전 기준)를 장외 처분했다.
꾸준히 자사주를 모아 온 일성아이에스는 2019년 자사주를 또 한 번 처분했다. 당시 공시 기준 159억 원 규모에 달하는 19만 주(2023년 5:1 액면분할 전 기준)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 처분 목적은 '유통 주식 수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화'였다.
이후 2022년과 2023년에도 한 차례씩 자사주를 매입했고 2023년에는 보통주에 대한 5:1의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이처럼 자사주 취득과 처분을 반복하는 사이 일성아이에스의 자사주 보유율은 48.75%까지 차올랐다. 이는 중소·중견기업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 2위에 해당한다.
일성아이에스 오너 일가의 회사 지분 보유율 역시 자사주만큼 높다. 윤석근 대표(회장)는 15.59%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하면 그 지분율은 38.19%에 달한다.
특히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윤 회장의 친인척으로 분류된 6인(윤형진·윤덕근·윤형근·윤수진·윤지서·윤종현)의 지분율은 12.63% 규모다.
이 중 윤종현 씨는 올해 1분기까지 일성아이에스 지분 0.23%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자신이 대표인 '아우룰레녹스'에 보유 지분 전량을 출자 전환하면서 현재는 아우룰레녹스가 일성아이에스의 지분 0.23%를 보유 중이다. 사실상 아우룰레녹스도 오너 일가로 볼 수 있다.
또한 올해 4월 각자대표에 올라 회사 임원으로 분류돼 있는 윤종호 씨 역시 윤 회장의 친인척으로 0.23%를 보유 중이다. 이로써 윤 회장 친인척의 일성아이에스 지분 보유율은 13.09%다.
이 밖에도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 석산디엔피가 5.29%, 제강장학회가 4.22%를 보유 중이다.
이처럼 오너 일가와 회사가 지분을 대다수 보유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총발행 주식 수 대비 11.58%에 불과하다.
일성아이에스가 이처럼 회사 보유 지분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일성아이에스는 2023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하기 위한 정관 조항을 신설하는 등 경영권 방어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임기 중 적대적 M&A로 인해 실직하거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회사는 통상적인 퇴직금 외에 퇴직보상금으로 대표이사에게 150억 원을 퇴직 후 7일 이내로 지급해야 한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퇴직보상금이라는 안전장치까지 마련해 둔 일성아이에스는 현재 자사주 소각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회사는 자사주 취득, 처분, 소각 계획 모두 없으며 필요한 경우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는 "자사주를 대량으로 보유한 기업의 경영진은 회사의 사업 계획, 실적, M&A 등 중요한 정보를 미리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자 거래'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성아이에스 사례처럼 자사주 보유율이 높고 오너 일가의 지분율 또한 높은 경우에는 경영진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쉽다는 점에서 이러한 위험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성아이에스는 고(故) 윤병강 전 명예회장이 1954년 설립한 제약기업이다. 당초 회사 이름은 일성신약이었으나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일성아이에스로 변경했다.
대표 판매 제품은 항생제인 '오구멘틴'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82억 49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회사 전체 매출의 25.09%에 달하는 수치다.
이 밖에도 △골질환치료제 △경구용단백분해효소저해제 △고혈압치료제 △전신마취제 △혈관조영제 등 다양한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2023년 9월에는 자산운용사업부문과 부동산개발사업부문을 신설하며 신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 의정부시에 위치한 토지 및 건물을 240억 원 규모로 매입 완료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성아이에스는 해당 부지를 시니어 전용 요양원으로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성아이에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6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5억 원 늘었으나 당기순이익은 131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 총액은 2200억 원 규모이며 차입금이 없어 현금 조달 능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본 기획은 '뉴스1 퍼스트클럽' 자문위원이자 벤처·스타트업 전문가인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회계사의 자문을 거쳤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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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스1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국내 상장사 중 자사주 보유율이 높은 100대 기업의 84%가 중소·중견기업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유독 중소·중견기업이 자사주를 많이 보유하고 소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승계나 경영권 강화를 위한 일종의 편법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1>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사회의 감시에서 비껴나있는 중소·중견기업의 자사주 보유 현황과 지배구조를 회계전문가와 함께 직접 분석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