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AI 파도 앞에 선 中企, 그리고 경영자의 '결심'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정책 강연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3/뉴스1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정책 강연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3/뉴스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결국 AI 전환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결심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는 인공지능(AI)이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한국은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세웠다.

AI는 현대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제주에서는 중소기업인 400여 명이 모여 AI 대전환과 저출생·고령화 대응 등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주최한 '2025 리더스포럼' 현장에는 전국 업종·지역별 중소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핵심 주제는 역시 AI였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정책 강연에서 'AI가 열어갈 스마트 제조혁신 3.0'을 주제로 발표하며 "중소 제조기업이 AI를 도입한 결과 품질과 납기 준수 모두 개선됐다"며 "스마트 제조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은 생산성 향상과 고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도 적극 지원할 것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연 이후 취재진과의 티타임에서 나온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웠다.

네이버 대표 출신인 한 장관은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결국 경영자의 결심"이라고 했다. '쓸모 있겠느냐'는 의구심 속에 새로운 도전을 망설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기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도입률은 아직 19.5%에 그친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3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5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23/뉴스1

현장 기업인들 역시 스마트 혁신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초기 투자비용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현실적인 걸림돌이라고 털어놓았다.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AI 기반 스마트공장에 투자했다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치명적일 수 있다. 어렵게 키워온 회사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변화'는 당연히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성공 사례도 있다. 부산의 뿌리기업 동아플레이팅은 스마트공장과 자동화를 도입하면서 생산직을 관리·연구직으로 재배치했다. 그 결과 불량률은 77% 줄고 생산성은 37% 향상됐다. 무엇보다 직원의 80% 이상이 2030세대라는 점은 중소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와 스마트공장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흐름이자 생존의 열쇠다. 동시에 새로운 기회의 문이기도 하다.

거대한 AI의 파도 앞에서 망설이고 멈추기보다는 그 물결을 타고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는 경영자의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