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ESTA도 불안해요"…벤처·스타트업 "美 사업 긴장감↑"

조지아주 구금 사태에 H-1B 비자 수수료 인상까지
대부분 현지인 채용하지만…韓엔지니어 출장 등 긴장감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골드카드 비자 행정명령 및 전문직 고용 비자(H-1B) 비용 부과 포고문 서명 행사에서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5.09.19.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미국 당국이 조지아주에서 근무하던 한국 노동자를 구금한 것에 이어 H-1B(전문직) 비자 수수료를 100배 인상하는 등 비자 장벽을 높이자 미국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스타트업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 진출 기업의 경우 대부분 영주권을 보유한 현지인을 채용하고 있어 당장 문제를 겪고 있진 않지만, 미국의 비자 정책이 예측하기 어렵게 흘러가고 있어 향후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법인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은 한국인 직원의 미국 출장을 최소화하거나 입국 심사 준비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우선 한국인 직원들이 사업 목적으로 미국에 단기 방문할 경우 대부분 전자여행허가(ESTA)를 발급받아 입국하고 있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어 출장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 중이다.

미국에 법인을 둔 국내의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ESTA로 미국에 방문할 텐데 이제 리스크가 생긴 것"이라며 "정식 비자는 받기도 어렵고 발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국 출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보다 인력과 자금력, 기술력이 한데 모이는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에 진출해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당장 우리 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도 벤처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돕고 있다.

그런데 체류 기본 조건인 비자 문제가 발생하다보니 꿈의 무대였던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커지는 모양새다.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탈 업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미국 비자 관련 절차를 보다 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

외국계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한국 스타트업 창업가들과 매년 두 번 정도 미국으로 워크숍을 가는데 단체 입국이라는 이유로 이민 시도를 의심받는 경우가 있다"며 "곧 있을 워크숍 때는 공식 초대장 등을 준비해 방문 목적을 증빙하는 등의 방법으로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 벤처캐피탈 관계자 역시 "스타트업 대표들은 급한 방문이 필요할 때 관광 비자를 발급받는 게 일반적인데, 앞으로는 E-2(사업비자·소액투자비자) 비자라도 발급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비자 정책의 불확실성 속에서 스타트업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그룹 총괄 변호사는 "비자 문제로 추방될 경우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투자자 등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므로, 입국 의도에 맞는 적법한 비자 취득을 위해 노력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미국이 이달 30일부터 따로 비자를 받지 않아도 미국 입국이 가능한 전자여행허가제(ESTA) 수수료를 두 배 가까이 올린다. ESTA 수수료는 현재 21달러(약 3만 원)에서 40달러(약 5만 6000원)로 인상된다. 2025.9.2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현지법인이 있거나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플립)한 스타트업은 영주권 등이 있는 현지인을 채용하고 있어 비자 문제로 직접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다만 현지 IT 개발자의 몸값이 비싸다 보니 한국에서 개발자를 고용해 서비스를 만들고, 미국에서는 시장 조사·분석이나 마케팅, 영업 등의 분야에서 현지인을 채용해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경우 개발은 국내에서 진행하는데, 국내 개발자들도 현지 비즈니스를 위해 미국을 오가야 할 일이 적지 않다. 결국 비자 문턱이 높아지는 것은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발급하는 H-1B 비자의 수수료를 100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인당 1000달러(약 140만 원)였던 수수료는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로 올랐다.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최소 학사 이상 외국인을 고용하는 데 필요한 전문직 취업 비자다. IT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많은 빅테크 기업이 해당 비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