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있는데 자사주 소각 피하려 EB발행"…쿠쿠에 뿔난 주주들
쿠쿠홀딩스, 자사주 기반 903억 교환사채 발행 공시
유동부채 작년보다 오히려 줄어…자금 용도는 '운영자금'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약 2480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쿠쿠홀딩스(192400)가 자사주를 활용해 903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겠다고 밝히자 소액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이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사주 소각을 회피하기 위해 교환사채를 발행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다.
쿠쿠홀딩스 측은 "자사주 활용 논의는 오래전부터 진행됐고 깊이 있는 논의를 거쳐 실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쿠홀딩스는 압력밥솥으로 유명한 쿠쿠전자, 정수기 등을 판매하는 쿠쿠홈시스(284740)를 계열사로 둔 지주회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쿠쿠홀딩스는 지난 12일 자사주 231만 1542주를 활용해 약 903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자사주 규모는 전체 주식 총수의 6.5%, 총보유 자사주(12.6%)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교환사채의 이자율은 0%, 교환가액은 3만 9050원이다. 해당 교환가액은 9월 11일을 기준으로 15% 할증한 금액이다. 15일 기준 쿠쿠홀딩스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2% 상승한 3만 4750원을 기록했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쿠쿠홀딩스의 교환사채 발행에 대해 자사주 소각 의무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교환사채를 발행할 경우 해당 주식은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유통 물량이 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희석된다. 반면 회사는 자사주를 활용해 회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즉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환사채 발행으로 자금 조달을 선택했다는 불만이다.
특히 쿠쿠홀딩스가 이번 교환사채의 자금 용도를 '운영자금'으로 밝히고 올해 전액 사용할 예정이라고 명시한 만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주주토론방 등에서는 '코리아 대주주들 신물 난다. 이사회 결의 무효의 소 제기 예정이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현재 해당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회사의 재무 상황이 나쁘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교환사채를 발행했다는 점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다.
쿠쿠홀딩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회사의 유동자산은 5053억 원 규모다. 그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2479억 원이다. 재고자산(약 1153억 원) 규모보다 현금성 자산이 더 많다.
반면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881억 원 규모다. 지난해 말 기준 약 1120억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그마저도 대표적인 부채로 분류되는 차입금은 지난해 모두 상환해 현재 0원이다. 당장 교환사채를 발행할 만큼 기업의 재무 상황이 시급하지 않은 것이다.
쿠쿠홀딩스의 연결 현금흐름표를 살펴봐도 올해 상반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순증가'는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629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쿠쿠홀딩스 측은 "교환사채 발행은 자사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운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며 중장기적으로 성장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쿠쿠홀딩스의 이번 교환사채 발행이 주주를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예견된 상황에서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며 "하물며 자금 용도마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투자 자금 등이 아닌 일회성으로 소진되는 운영자금으로 명시한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환가액을 주가보다 높게 설정한 부분은 주주를 신경 쓴 것처럼 보이지만 자금 사용 목적을 자세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낮은 이율로 교환사채를 발행하는 것은 나름대로 활용할 만한 자금 조달 수단"이라면서도 "다만 주주와의 소통이 부족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상장사들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급증하는 추세다. 신한투자증권(008670)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올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 발행은 총 13건, 1조 411억 원 규모로 작년 전체 규모(11건, 8450억 원)를 뛰어넘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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