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투자자 충격 발언 "솔직히 中 매력적…韓은 글로벌 나가야"

중기부, APEC 장관회의 연계행사로 '글로벌벤처투자서밋' 개최
투자자들 "중국, 매년 200만 엔지니어 나와…혁신인재 쏟아지는 나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5 글로벌 벤처 투자 서밋 in APEC'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4/뉴스1

(제주=뉴스1) 장시온 기자 = 글로벌 벤처투자자들이 중국을 매력적인 투자 시장으로 꼽았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천문학적인 내수시장에다 매년 혁신 인재가 쏟아져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한국은 좁은 시장에 갇혀있고 인재풀이 약해 보다 큰 시장인 글로벌 진출을 적극 타진해야 한다고 직언을 내놨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의 연계행사로 제주에서 개최한 '글로벌 벤처투자 서밋'에 참석한 패널들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세계로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한국 벤처생태계와 투자 기회'를 주제로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이 좌장을 맡아 열린 세션에서는 한국의 벤처스타트업과 투자 환경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글로벌 벤처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투자에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글로벌 확장 의지'를 꼽았다.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이 글로벌 확장성과 해외 진출 목표를 설정하는 리더십의 역량"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내수시장만 해도 성장기회가 크지만, 한국은 (충분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하게 투자가 이뤄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박준성 최고투자책임자는 그러면서 중국과의 격차를 언급했다. 그는 "제가 AI 혁신기업 투자를 위해 실력있는 LLM(거대언어모델) 기업을 발굴, 투자한다면 솔직히 중국이 더 매력적"이라며 "매년 엔지니어가 200만 명이 배출되는 나라고, 혁신성도 뛰어나다"고 했다.

잉카그룹 투자 부문인 잉카인베스트먼트의 퀸튼 밴 네스(Kwinten Van Nes) 매니저는 "중국은 지정학적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혁신성을 가진 시장"이라며 "주목할 수밖에 없는 국가"라고 했다.

중국이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을만한 시장이지만, 한국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이날 참석한 투자자들의 평가다. 다만 이 잠재력을 꽃피우려면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한 혁신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투자를 유치해 혁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유망한 스타트업들은 자신감을 보였다.

폐기물처리기업 리코를 창업해 이케아 모회사인 잉카그룹의 투자를 받은 김근호 대표는 한국의 강점으로 '인적 자원'을 꼽았다.

김 대표는 "스타트업 필드(현장)에는 능력 있는 인재가 많다. 지리적 위치와 시장의 한계 때문에 거의 모든 스타트업인들은 한국을 넘어서 확장할 고민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 유치 노력도 강한 편"이라고 했다.

안재만 베슬AI 대표는 한국의 AI 스타트업이 미국과 APEC 역내에 진출할 역량이 있다고 언급했다. 베슬AI는 최근 정부의 국가대표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출전한 네이버와 업스테이지 등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LLM 성능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안 대표는 "저희 같은 AI기업 창립자들이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이 그렇다"고 덧붙였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2025 글로벌 벤처 투자 서밋 in APEC'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4/뉴스1

이날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서밋에 앞서 해외투자자들을 만나 한국 정부의 벤처투자 정책 의지를 전달했다.

한 장관은 이 만남에 대해 "특히 한국이 잘하는 디지털 혁신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네트워킹 기회이자 발판이기에 정부도 상호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설명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한편 글로벌 벤처투자 서밋은 APEC 역내 정부와 기업, 투자기관들이 참여해 한국 주도의 글로벌 벤처투자 네트워크 구축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APEC 회원국 정부기관, 해외 벤처캐피탈, 해외LP, 해외VC협회 등 다양한 관계기관이 참석했고, 특히 레전드 캐피탈, 버텍스 그로스, 아시아 얼터너티브스 등 유력 글로벌 투자기관이 다수 참여했다.

전 세계 17개국의 77개 해외기관, 60여개 국내 투자기관 등 총 147개 기관, 250여명이 참여했다. 국내 벤처투자 행사 중 단일 행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