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없는 세상'에 15% 관세까지…제지업계 '첩첩산중'

상반기 미국 수출, 전년대비 7.5% 감소
한솔제지·무림페이퍼 등 수출국 다변화로 돌파구 모색

마스크팩 시트 등에 적용 가능한 한솔제지 친환경 부직포. ⓒ News1 DB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15%의 상호관세 부과를 본격 발효시키면서 국내 제지업계도 관세 영향권에 들게 됐다. 이미 원자재·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paperless) 추세도 이어지면서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의 가격 경쟁력이 위협을 받게 된 것이다.

13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종이 수출액은 13억1147만달러(약 1조 8206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주요 3대 수출국인 미국·중국·베트남 가운데 대미 수출액도 3억1708만달러(약 4402억 원)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같은 기간 7.5% 줄었다.

제지업계는 그동안 펄프 가격 상승, 해상운송비 인상 등 악재 속에서도 강달러 효과로 단가를 방어하며 버텨왔다. 그러나 관세 부과로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미국은 고급 인쇄용지와 특수지 수요가 안정적인 시장이다.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은 발주량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솔제지(213500), 무림페이퍼(009200) 등 국내 주요 제지사들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동남아 신규 고객 확보, 중동·남미 시장 확대에 나섰다. 현지 유통망 강화와 생산 거점 검토도 진행 중이다.

무림페이퍼 관계자는 "미국 시장이 일정 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높아진 관세는 부담"이라면서도 "다만 유럽·일본과 비슷한 수준이고 태국 등 일부 동남아 국가보다 낮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전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도 "북미 시장은 인쇄용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다른 국가들도 영향을 받는다"며 "당장 치명적이진 않겠지만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경쟁국 제품의 가격 변동에 따라 시장 대응 전략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30일 관세 협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7.30. ⓒ 로이터=뉴스1

업계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협정 요건을 충족한 상품은 무관세 혜택을 받는데, 캐나다가 0% 관세를 유지하면 국내 기업의 상대적인 불이익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USMC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개정·대체판으로 '트럼프 정부'에서도 아직 유지되고 있다. 2026년 재검토 예정이다.

나아가 전 세계 인쇄용지 시장은 10년째 감소세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펄프 가격 변동, 환경 규제 강화까지 겹치며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업계는 종이 사용 감소 흐름 속에서 친환경 제품 확대와 신흥시장 개척 등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관계자는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종이 수요가 꾸준히 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친환경·스마트 패키징 등 미래 수요 분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업황은 녹록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관세 장벽과 수요 감소라는 이중 압박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단기 처방보다 장기적인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미래 사업을 고민하고 있는 무림페이퍼. (무림페이퍼 제공) ⓒ News1 DB

alexe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