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에도 오겠죠?"…민생 소비쿠폰 기대 속 우려도

인당 최대 45만 원 소비쿠폰 이달 21일부터 지급
"맛집만 몰릴라"…배달 전문점은 매출 감소 우려

3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전통시장 내 식당. 2025.7.3/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1인당 최대 45만 원이니까 100명만 써도 그게 얼마예요. 오늘 오전에 딸랑 3만 5000원 팔았고 이번 달 들어서 하루하루가 이런 상황이에요. 월말부터는 좀 기대를 해봐야죠."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이달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소상공인들은 숨통이 트일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사용처가 일부 제한된 만큼 수혜가 골고루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 지원금 때와 같은 꼼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비쿠폰 지급을 시작한다. 목표는 소비 진작과 소득 지원, 지역 균형발전이다.

1차 지급 대상은 2025년 6월 18일 기준 국내에 거주 중인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다. 지급액은 1인당 기본 15만 원이며, 저소득층과 비수도권 주민에게는 최대 45만 원까지 지급된다. 소비쿠폰은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중 선택해 지급되며, 사용기한은 11월 30일까지다.

정부는 소비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휴가철 전 소비쿠폰이 지급되도록 서둘렀다. 발 빠른 대응에 소상공인들도 모처럼 들뜬 분위기로 장사를 시작하는 분위기다.

영등포구에서 한식집을 하는 정모 씨는 점심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다 "아무래도 지원금(소비쿠폰)이 나오면 사람들이 돈을 좀 쓰지 않겠냐"며 "예전에 코로나 지원금이 나왔을 때도 장사가 꽤 잘됐었다. 그전에 고객을 좀 잡아놓으려고 마케팅을 좀 하고 서비스에도 신경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백반집을 하는 사장 김 모 씨 역시 "소비쿠폰(이 나오면) 쓸 수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이 있었다. 한 분이 아니라서 내심 기대하고 있다"며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다.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김밥 먹던 사람들도 '오늘은 비싼 거 먹을까'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사용기한까지 있으니 시장에 돈이 굴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2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식당에 음식 가격표가 붙어 있다. ⓒ News1 오대일 기자

반면 소비 편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대형마트, 프랜차이즈(직영) 등에서 쿠폰 사용을 제한했지만 같은 소상공인 상권 내에서도 소비가 분산되지 않고 몇몇 인기 가게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쿠폰을 사용하지 못하는 곳은 대형마트, 프랜차이즈 직영점, 백화점, 온라인몰·배달앱, 이케아·샤넬·애플스토어 등 외국계 매장, 전자제품 매장, 유흥·사행성 업종, 상품권 판매점 등이다. 세금, 공과금, 보험료, 교통·통신 자동이체 등도 제한된다.

마포구에서 국밥집을 하는 서모 씨는 "소비쿠폰이 풀리면 평소 가격 부담에 자주 못 가던 고깃집이나 초밥집부터 가게 될 것이다. 결국 동네에서 이름난 몇몇 가게에만 손님이 몰리지 않겠냐"며 "우리처럼 직장인(을 대상으로) 점심 장사하는 집에다가 (쿠폰을) 쓰겠냐. 지인도 쿠폰 받으면 (고급식당에서) 가족 모임 때 쓰겠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특히 배달앱 사용이 제한되면서 배달 전문점 등은 오히려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 모 씨는 "우리 매장 같은 경우는 홀과 배달 비중이 1대 9 정도"라며 "배달도 자체 앱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앱(배민·쿠팡이츠)이 더 많다. 앱으로는 소비쿠폰을 못 쓴다고 하니 '대면 결제는 가능한지'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소비쿠폰 지원과 더불어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부담 완화 등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식집 사장 정 모 씨는 "당장 손님이 늘어나면 좋지만 솔직히 쿠폰 다 쓰고 나면 또 원점으로 돌아가는 거 아니겠냐"며 "쿠폰 같은 지원책과 별개로, 카드 수수료 인하나 임대료 같은 고정비용 문제를 좀 해결해 줘야 우리도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쿠폰 지원도 참 고맙다"고 전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