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영업통' 영입한 대동기어…자동차 부품 사업 '잰걸음'

대동 출신 관례 깬 대동기어, 서 대표 취임으로 사업 강화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 접촉 강화…자체 역량 확보 집중

서종환 대동기어 대표(대동 제공)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현대차(005380) 출신 서종환 대표 취임 3개월을 맞은 대동기어(008830)가 농기계 부품 중심 사업에서 자동차 부품 중심 사업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동안 모기업 대동(000490)의 수직 계열화 전략에 따라 농기계 부품 생산에 집중했으나 모기업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변화를 위해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대동 의존도 높은 대동기어…자동차 부품 사업으로 확장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동기어는 서 대표 취임 이후 국내외 자동차 업체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자동차용 기어 및 동력전달장치 등을 판매했으나 이를 해외 자동차 업체까지 확대하기 위해서다.

대동기어가 자동차 부품 산업으로 보폭을 늘리는 배경에는 모기업 대동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이 있다.

대동기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동기어 매출액은 약 2571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농기계용 부품 매출이 1530억 원으로 59.5%, 자동차용 부품 매출이 933억 원으로 36.3%를 차지했다.

문제는 농기계용 부품 매출의 대부분이 대동과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농기계용 부품 매출의 96%인 약 1475억 원은 대동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이 때문에 대동의 매출이 감소하면 대동기어도 영향을 받는 구조다.

지난해 주요 수출 지역인 북미에서 부진했던 대동의 별도재무제표에 따르면 대동의 2024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8.8% 감소한 약 839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대동기어의 매출액도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대동기어 입장에서는 대동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자동차용 부품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서 대표는 취임 이후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와 접촉을 늘리고 대동기어의 자체 역량에 힘을 쏟는 중이다.

특히 부품 제조 기업 특성상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품을 자체 설계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대동기어는 기어 2개를 용접해 조립하던 기존의 모듈을 일체형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신규 제조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내구성과 원가 측면에서 개선할 수 있어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대동기어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부품 수주 히스토리(대동 제공)
수주 늘어나는 전기차 부품…'영업통' 서 대표로 동력 확보

대동기어는 서 대표 선임 전인 지난 2023년 전기차 부품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히면서 사업 확장을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당시 기준 매출의 30%에 불과했던 내연 자동차용 동력 전달 부품과 기어 제품을 전기차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대동기어는 사업 확장 선언 이듬해인 지난해 1월, 현대차의 신규 전기차 플랫폼에 탑재되는 부품 공급 계약을 1836억 원 규모로 수주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1조 2398억 원 규모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 동력 전달 부품 공급 계약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수주는 올해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18일에는 현대트랜시스와 1461억 원 규모의 전기차 부품 공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현재 수주 잔고는 1조 5695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 대표는 이와 같은 대동기어의 전기차 부품 확장 전략에 방점을 찍을 전망이다. 현대차에서 30년간 해외 영업을 이끈 전문가로 통하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1993년 현대차에 입사해 2023년까지 △영국 판매법인 △아시아·중동·아프리카 사업부 △미국 판매법인 영업총괄 △해외영업본부 글로벌채널기획팀장 △글로벌사업관리본부 글로벌채널전략실장을 역임했다.

대동기어 본사 전경(대동 제공)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합류한 서 대표는 대동기어의 '사업 안정성 중심' 대표 체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다.

그동안 대동기어는 그룹사의 수직 계열화 전략에 따라 대동에서 근무했던 고위 임원이 주로 대표를 맡아왔다.

대동기어의 주요 매출처가 대동이다 보니 그룹사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앉혀 안정적인 사업을 추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재억 전 대표는 모기업인 대동 공장장 출신이었으며, 노 전 대표 직전의 강경규 전 대표 역시 대동 경영전략부문장 출신이다.

강 전 대표 전에는 이우태 대동 특수사업단 이사가 대동기어를 이끈 바 있다. 이처럼 10년 가까이 대동 출신 인물들이 대동기어 대표를 맡아 왔으나 올해 서 대표 취임으로 변화를 맞은 상황이다.

서 대표에 거는 기대도 크다. 아직 수출 실적이 없는 전기차 부품 분야에서 서 대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새로운 판로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동기어 측은 "서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자동차 산업 인사이트에 기반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자동차 부품 설계에 대한 역량 확보도 중요하게 보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eej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