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다음은 베트남?…약한고리 中企 피해 우려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 中企…수주량 감소할까 '발 동동'
中企 거점 베트남도 위험…"관세 타격 예상보다 클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을 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2025.02.0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며 '제2의 관세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의 주요 수출지이자 생산거점 역할을 하는 베트남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의 추가 국가로 거론되면서 중기계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과 북미 진출한 中企, 수주량 감소 우려

4일 중소기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관세 전쟁을 본격화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도 기존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추가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펜타닐 등 불법약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10%의 보편관세 등 강력한 보호무역 기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재임 시절과 후보자 시절부터 일관적으로 예고해 온 조치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와 함께 향후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수출을 위해 멕시코, 캐나다 등에 생산기지를 세워둔 대기업과 협력사인 중소기업은 이번 관세 조치로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추가 관세로) 대기업은 나라별 생산량을 조정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지만 대기업을 믿고 간 협력업체들은 리스크가 분산되는 부분만큼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중간재를 생산·납품하기 위해 동반 진출한 경우가 많은 만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줄면 중소기업들의 수주량도 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中企 해외 거점 베트남도 추가 관세 전망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 다음으로 관세를 부과할 국가로는 높은 대미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국 중소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는 베트남이 '관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베트남의 대미 흑자 규모는 이번에 관세를 부과한 중국과 멕시코에 이어 3번째다. 한국이나 대만,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베트남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중소기업이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최대의 생산 거점 중 한 곳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중소기업은 1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더 저렴한 노동력과 중국 등에 집중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다수 진출했지만 이 또한 위태롭게 될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오선주 삼일PwC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미중 무역 전쟁에 초점을 맞췄으나 2기 행정부는 베트남 등 신흥국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할 전망"이라며 "탈중국 후 새롭게 형성된 공급망도 재차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 위원은 "신흥국을 통한 원료·중간재 조달에서 미국의 무역 통제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품목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제3국으로의 대체 공급망 확보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 8위에 올라 있는 한국도 관세 전쟁 여파를 비껴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10~20%의 보편 과세를 부과할 경우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은 12.6~20.1%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추문갑 본부장은 "보편과세 부과 시 대미 수출이 최대 167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번 관세 부과국과 베트남 등을 포함한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타격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