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中企, 한목소리로 근로시간 유연화 촉구

공짜 야근 등 우려에 "극히 예외적인 일탈 사례…법으로 규제해야"
김기문 회장 "우려 불식 위해 낡은 근로관행을 적극 계도할 것"

15개 중소기업 단체가 4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문을 발표하는 모습 (중기중앙회 제공)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음주 운전자가 늘어날 위험이 있으니 '운전하지 마라'고 할 수 있는가. 법을 안 지키는 기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규제해야 해야한다."(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중소기업계가 경쟁력인 '납기 준수'를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가 절실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무한 야근, 공짜 야근이 만연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기업의 일탈로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며 우려 불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5개 중소기업 단체는 4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날 현장 발언에 나선 뿌리산업계는 인력난과 경직된 근무시간제로 일감을 포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서경찬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장은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가 일몰되면서 일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근로시간 제도를 근로자와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하는데 이를 제한하고 있어 노사 모두에 애로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납기를 준수해야 하는 업종에서는 수출 물량을 맞추거나 명절, 동절기 등 특정 시기에 일감이 몰리기 때문에 심각한 생산 차질을 호소하고 있다"며 "오히려 현장에서는 주 최소 60시간 근무를 보장해달라는 주장이 나온다. 실질적인 임금 하락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지난해 중소기업 부족인원은 60만5000명이고, 적극적 구인에도 채용이 안 된 미충원 인원은 18만5000명으로 사상 최대"라며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성수기 물량이나 급작스런 주문에 대처하려면 근로시간 유연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서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개편과 관련해 공짜 야근 등 우려가 많다고 하는데 이는 법 위반이다. 어떻게 위법이 만연할 수가 있냐"며 "음주운전을 많이 한다고 모든 사람들에 운전을 금지할 수는 없다. 법을 어기는 사람은 철저히 규제하고 근로시간을 개편으로 행복한 회사 생활을 누릴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4일 여의도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 (중기중앙회 제공)

이정한 여성경제인연합회 회장도 "동의 없이 연장근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대한 걱정"이라며 "근로기준법에서 강제근로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개편안의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려면 노사합의와 개별근로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휴가 사용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며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들도 자기들끼리 소통해서 (불합리한 일에 대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요즘 현장에서는 절대 기업인, 경영인이 직원들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근로자들도 자유롭게 본인들의 의견을 사측에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은 "공짜야근에 대한 우려는 임금체불 문제며, 이미 법으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중소기업계도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과 함께 근로시간 기록·관리를 정확히 하여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중소기업계는 근로자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생산성 향상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정한 회장은 "근로시간 개편과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사항들을 해소하고, 개편취지가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을 대상 설명·안내를 강화하겠다"며 "나아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생산성 향상에 중소기업이 앞장서겠다"고 했다.

김기문 회장도 "근로시간 개편안을 둘러싼 오해와 이해 부족으로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소모적 논쟁보다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절실히 필요한 곳은 어디인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방안은 무엇인지를 논의해야 한다"며 "중소기업계는 MZ세대를 비롯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불합리하고 낡은 근로관행을 적극 계도해나가겠다"고 전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