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도 넘는 열기지만, 에어컨은 못 틀고…中企 "폭염에 못살겠어요"
분진·공정때문에 냉방 불가능…"전기요금 인상도 부담"
고용노동부 '폭염 가이드' 있지만…뿌리업종 '글쎄'
-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열처리 공장 내부는 50도까지 올라가요. 그런데 에어컨도 못 트니까 완전 찜통이죠."
전국에 때이른 폭염이 지속되면서 뿌리업종 중소기업 현장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내부 환경과 전기요금 비용 등의 문제로 중소제조업 공장 내부에 냉방 시설을 가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열처리·주물·용접 등 뿌리업종의 공장 내부 온도는 40도에서 60도까지 올라가고 있어 중소제조업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발병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2~25도, 낮 최고기온은 27~35도로 평년(최저기온 19~21도, 최고기온 25~29도)보다 높다. 전국에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이달 1일에는 올해 첫 폭염 사망자가 나왔다.
이례적 폭염에도 불구하고 6대 뿌리업종 중소제조업은 에어컨, 선풍기를 가동하기 어렵다. 제조업 공장은 생산공정 특성상 공장 내에 분진이 날릴 위험 때문에 냉방 기구를 틀 수 없어서다. 공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출입문을 항시 열어야 한다는 점도 냉방을 어렵게 하는 조건이다.
공장 전체에 냉방을 가동하기에는 중소제조업 입장에서 비용 부담도 크다. 특히 주물·열처리·금형·용접·도금 등의 뿌리업종은 생산 비용에서 전기 요금 비율이 최대 30%에 달할 정도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이라 냉방 전기세까지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
은종목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공장에 따라 개별 냉방기나 선풍기를 사용해 열을 식히기도 하지만, 용접 특성상 구조물을 따라다니면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조선 부품처럼 큰 규모의 용접을 해야할 때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은 사무실처럼 작지 않고 천장 높이가 15m에 이르기 때문에 그 넓은 공간을 냉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동현 경기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주물기업은 형 해체 과정에서 분진이 많이 발생해 공장 내부에 에어컨을 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공장 내부에 개별 냉방기, 선풍기가 배치되더라도 적정 온도 이하를 유지해야하는 기계 주변을 중심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처리업계 관계자는 "에어컨을 안 틀면 온도가 너무 올라가 고장날 수 있는 기계들의 컨트롤 박스 주변으로 칸막이를 쳐놓고 에어컨을 틀어놓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5월 '2022년 폭염에 의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가이드'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올해 가이드에 폭염으로 인해 실내온도가 올라가는 작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가이드는 실내온도가 실외온도보다 높은 사업장에 대해 △실내 온도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냉방장치 설치 △주기적으로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기 △이같은 조치에도 실내 온도가 올라가는 경우 추가 대책 수립 등을 권고했다.
다만 이같은 내용은 단순 권고사항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다. '출입문 열기'와 같은 조치는 이미 대다수 사업주가 지키고 있는 안전 수칙이며 '냉방장치 설치'는 산업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추가 대책 수립' 또한 원론에 그친 수준이다.
뿌리업종 중소기업 일각에서는 이달부터 인상되는 전기요금 부담때문에 산업 현장에서 냉방이 더욱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한다. 제조원가대비 전력비용이 높아 전기요금 인상에 취약한 중소기업에만 근로자 건강을 위한 냉방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보원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공장 전체를 냉방하려면 넓은 현장을 감안해 용량이 큰 에어컨을 설치해야 하고 전력 요금이 만만치 않은데 뿌리업종엔 영세 기업이 많아서 힘들다"며 "근로자들을 위해 현장을 시원하게 해주고 싶어도 전기요금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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