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문구덕후 성지 예약"… 잉크·노트 직접 만드는 '모나미스토어 성수점'

'세상에 하나 뿐' 잉크·노트·펜 만들어…"DIY 체험 끝판왕'
MZ세대 '핫플' 성수동의 新 놀거리 되나…"첫날 1000명 몰려"

10일 모나미스토어 성수점 잉크랩에서 취재진이 잉크를 만들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이게 공장이야, 모나미 매장이야?"

지난 10일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에 들어가자 문구 매장으로 보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방문객들이 한쪽에서는 만년필 잉크를 직접 제조하고 있고 다른쪽에서는 종이를 골라 노트를 만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문구점을 연상했을 때 떠오르는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모나미가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선보인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은 '모나미 팩토리'를 주제로 한 체험형 매장이다. 1963년 과거 모나미 성수동 공장을 모티브로 소비자들이 직접 모나미 제품을 만들고 구매할 수 있도록 꾸몄다.

문구 제품을 수집하는 '문구 덕후'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면서 문을 열자마자 첫날 1000여명(모나미측 추산)이 방문했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날을 잡고 하루 종일 각종 문구 매장을 투어하는 문구 덕후들에게 새로운 '성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나미스토어 성수점(모나미 제공)ⓒ 뉴스1

◇"세상에 하나 뿐인 문구?"…끝나지 않는 '체험존'에 재미 극대화

이날 방문한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은 빨간 벽돌, 우드 소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로 옛 건물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분위기였다. 벽돌 옆 스테인리스 가구들도 어우러져 실제 공장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매장 한 쪽에서는 실제 모나미 공장에서 볼펜을 만들 때 사용중인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다양한 잉크를 조합해 나만의 만년필 잉크 DIY를 체험할 수 있는 '잉크 랩'이다. 실제 잉크 연구소가 떠오르는 하얀 타일, 스테인리스 책상으로 꾸며진 이 공간에는 15개의 수성 염료 잉크들과 유리 비커 등이 비치됐다.

잉크랩에 앉자 직원이 10여 분간 체험에 대한 설명을 하고 40분 동안 체험을 진행했다. 체험은 기본 잉크들을 유리 비커에 한 방울씩 넣어 조색해본 뒤 마음에 드는 색상이 나오면 테스트용지에 배합비율을 기재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색 조합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각색의 1:1 혼합색 예시를 보여주는 조색도도 있어 초보자에게도 쉬웠다.

이날 가장 마음에 든 잉크 레시피에 '송도 해수욕장'이라는 나만의 이름을 붙여 테스트용지를 직원에게 전달했다. 이는 모나미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돼 향후 동일한 컬러를 또 구매할 수 있다.

배합 비율에 따라 직원이 30㎖ 잉크를 완성하는 데에는 30분 가량이 소요됐다.

10일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에서 취재진이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노트를 제작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잉크가 완성될 때까지 모나미스토어를 돌아봤다. 모든 지점 중 성수점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노트 DIY 체험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볼펜, 수성, 유성, 만년필 등 필기구에 맞는 종이 중 소비자가 직접 선택·조합해 노트를 제작하고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해 직접 노트를 꾸밀 수 있다.

잉크랩에서 만든 잉크로 만년필을 사용할 수 있는 종이들로 노트를 제작한 뒤 각종 모양 판 위에 잉크를 뿌렸다. 처음 하는 체험이라 다소 엉성하게 칠해지긴 했지만 '이래서 DIY가 인기가 있구나' 싶을 정도로 '이 세상에 하나뿐인 노트'라는 만족감이 컸다.

완성된 노트는 클립 등 부자재로 외관을 더 꾸밀 수 있다.

이외에도 10개의 잉크색과 볼펜의 몸통, 머리, 버튼까지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는 볼펜 만들기 체험존과 밴딩 컬러와 아일렛실 등을 선택할 수 있는 MIX 수첩 DIY존도 눈길을 끌었다. 수첩에는 각인도 새길 수 있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10일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에서 방문객이 MIX 수첩 DIY존을 구경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문구덕후 DIY '끝판왕'"…성수 新 '핫플' 예감

이것저것 DIY를 하다보니 30분이 흘러 직접 제작한 '송도 해수욕장' 잉크가 완성됐다. 그 자리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잉크에 프러스펜 심을 넣어 사용할 수 있는 프러스펜도 제작할 수 있었다.

직원은 "프러스펜은 성수점 오픈 기념 무상 제공되는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잉크를 사용할 수 있는 만년필도 필요하겠다 싶었던 찰나 직원이 "만년필에 이름 등을 각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접 고른 만년필을 각인 기계에 끼우고 서체와 문구 등을 고르자 직원이 샘플 시안을 보여줬다. 샘플에 각인된 문구의 크기, 서체 등을 보고 "마음에 드시냐" 물은 뒤 수정 사항이 있으면 이를 반영해 최종 각인한다.

10일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에서 만년필에 이름이 문구가 각인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이날 둘러본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은 문구 DIY의 '끝판왕'이었다. 단순히 문구를 구매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문구덕후가 만든 문구덕후를 위한 문구덕후의 공간 같았다.

매장 한 가운데에는 모나미 MD들이 직접 엄선한 세계 각국의 유명 문구 브랜드 문구 제품들이 비치돼 있어 모나미뿐만 아니라 문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성지 순례'할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잉크, 노트, 볼펜 모두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문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사용자 경험을 중요시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요소들이 많았다.

10일 모나미스토어 성수점에서 방문객들이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 뉴스1 신윤하 기자

모나미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구를 매개로 고객과 소통하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모나미 스토어는 본사 수지점, 인사동점, 롯데백화점 부산점 그리고 최근 오픈한 성수점 총 네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모나미 관계자는 "기존 기록을 위한 필기구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로 패러다임을 확장해 '그리다'에 중점을 맞춘 콘텐츠를 제공하고 다양한 DIY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나만의 아이템을 만드는 즐거움으로 MZ세대를 포함한 다양한 소비자에게 신선한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나미는 컨셉스토어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정진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새로운 온라인 및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나미스토어 성수점 (모나미 제공)ⓒ 뉴스1

sinjenny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