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번의 전화벨, 100만명의 절규"…희망·절망 교차하는 재난지원금 콜센터

[르포]강서구 서울 희망회복자금 콜센터의 오후
'지원금 안 주면 극단적 선택'…"가장 마음 아파"

2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 희망회복자금 콜센터에서 상담사들이 전화상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2021.8.26/뉴스1 ⓒ 뉴스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99만8151건'.

소상공인들을 위한 '희망회복자금' 지급을 시작한 지난 17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콜센터로 걸려온 '절규'는 이처럼 컸다. 동시에 연결 가능한 회선 7000개를 초과해 연결되지 않은 '미연결' 건수를 제외하더라도 89만8358건에 이른다. 이중 절반 가량인 46만5638건이 신청 첫날(17일)에 몰렸다.

지난 26일 오후 찾은 서울 강서구 서울 희망회복자금 콜센터 한쪽 벽면에는 '위기를 극복하는 희망의 메신저가 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년반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소상공인 상당수는 대출로 연명하거나 폐업 직전인 상황이다. 상담원 목소리 너머로 느껴지는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이 콜센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희망회복자금 콜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곳에 근무 중인 230명의 상담사들이 30~40%가량이 이전에도 재난지원금 상담 경험이 있는 '역전의 베테랑'들이다.

"2차 조회가 되시거든요. 30일 월요일부터 가능하니까 확인해 보세요. 2차 지급 대상이 안 되시면 왜 안 되는지는 정확히 설명드릴 수가 없지만, 확인지급 시기가 있어요. 안내 받으셨어요? 네네……."

상담사들은 저마다 듀얼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전화 응대를 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지급 대상 문의에 답변하는 상담사의 눈과 손이 키보드와 모니터, 안내 공문 위에서 춤을 추며 연신 바쁘게 움직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4일 오후 8시 기준 상담사들의 1인 상담 처리 건수는 평균 48건, 상담 시간은 약 4분20초 정도다. 1차 신속지급 일주일만에 대상자 90% 이상이 지원을 받으면서 상담 전화 건수는 24일 기준 1만8795건으로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국 7개 콜센터에 근무하는 1000명의 상담사들은 한 통의 전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상담사들이 받는 문의 전화의 대부분은 이처럼 신속지급 대상자에 해당하는지, 해당하지 않는다면 왜 되지 않았는지 등을 묻는 내용들이다. 전자의 경우 본인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대상자 여부를 조회해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한다.

다만 예외도 있다. 양종하 센터장은 "취약계층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업자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아서 예외적으로 대상자가 되는지만 확인해 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인이나 가족, 주민센터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이 이에 해당한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한 점포에 임대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2021.7.2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고맙다' 한 마디에 보람 '쑥쑥'…"출근하면 '희망회복자금'부터 검색하죠"

장시간 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상담사들에게 힘을 북돋는 말은 의외로 소박하다. '고맙다'는 말 한 마디만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보람이 절로 차오르곤 한다.

양 센터장은 "저희는 정책 교육자료를 바탕으로 인터넷 홈페이지 접속, 본인인증, 대상자 조회 방법을 안내하고 (지원금을) 신청하면 익일 지급된다는 말만 해 드릴 수 있을 뿐"이라며 "이 말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면서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어려운 분들이 전화를 주셔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너무 고맙다'고 하시고, 많지는 않지만 '선물이라도 보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며 "식당 손님이 음식이 맛있다고 했을 때 사장님들이 느끼는 기분과 비슷할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원 제도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된다는 것이 양 센터장의 말이다. 양 센터장은 "'여러 부처에서 나오는 지원금과 희망회복자금을 중복 수령할 수 있나?' 같은 궁금증이 생기곤 한다"며 "출근하면 검색하고 모르는 내용을 확인해서 전파하거나, 애매하다 싶은 것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소통하면서 확인한다. 최대한 정보를 민원인에게 (많이) 전파해야 이후에도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콜센터를 방문, 민원 상담, 코로나19 방역수칙 등과 관련한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1.8.18/뉴스1

◇'지원금 안 주면 극단적 선택' 윽박도…카운셀러가 되는 상담사들

다만 불만에 찬 민원인으로부터 폭언을 듣는 일도 있을 수밖에 없다. 콜센터로 전화를 걸어오는 소상공인들은 길어지는 거리두기와 영업제한 등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양 센터장은 "욕설이나 고성은 콜센터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참을 수 있는데 '돈을 주지 않으면 죽겠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책임질 수 있냐'는 분들은 대응하기도 어렵고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담원들은 때로는 소상공인의 마음을 감싸 주는 카운셀러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는 "직원들을 교육할 때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 '대안이 없다 하더라도 최대한 들어 주고 그래도 안 되면 팀장 선에 이관하라'고 한다"며 "이미 상처를 받은 분들이 많다 보니 '지금은 (해당이) 안 되더라도 한 달 있다가 신청해 보세요'라고 최대한 다독이는 상담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확인지급 단계까지 가면, 그런 분들만 전화를 주셔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급 대상자가 아닌 분들이 많아서 안타깝다"며 "많은 분들이 혜택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의 마지막 말은 6차 재난지원금도 서둘러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이상하게도 정말로 힘들어하면서 하소연하는 안쓰러운 분들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런 분들께는 지원금을 꼭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상담사들로서는 해 드릴 수 있는 게 없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