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권칠승 중기부 장관 "4월 정책 평가, 20% 없앤다…선택과 집중"
[권칠승 장관 인터뷰①]중기부2.0 "정부내 혁신 부처로"
소공연 등 유관기관에 최후통첩 "주저하는 스타일 아니다"
- 대담=서명훈 부장,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대담=서명훈 부장 조현기 기자 = "하위 20% 정책 없애고, 상위 20%에 집중 투자합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기부 서울영상회의실에서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권칠승표 중기부'에 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권 장관 발언은 다소 파격적이다. 보통 새로운 장관이 취임하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책을 늘려야 부처의 예산과 권한이 늘어나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한다.
권 장관은 "성과가 없거나 현장에서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정책들은 과감한 체질 개선을 추진하는 등 선택과 집중할 계획"이라고 '정책 다이어트'를 강조했다.
숫자로 가늠해보면 권 장관의 발언이 더 파격적으로 다가온다. 중기부 1년 예산이 16조8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20%는 무려 3조36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조 단위 예산이 바뀌는 셈이다.
◇ 권칠승표 중기부…'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인 중기부로
권 장관의 정책 다이어트는 바꿔 말하면 '선택과 집중'이다. 성과가 없거나 국민 체감도가 낮은 정책은 과감히 폐지하고 그 예산을 '잘 되는' 정책에 투입하면 더 큰 성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정책은 한 번 세우고 나면 잘 안 없어진다. 특히 세월이 지나면 문어발식으로 계속 늘어난다"며 "그렇다보면 가짓수가 늘어나고 효율성 떨어진다. 이런 비효율화를 없애기 위해 4월 중 평가를 거쳐 하위 20%를 과감히 통폐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는 예산은 잘되는 상위 20%에 넣어서 효율성 높일 것이다. 또 그동안 예산 없어서 못해봤던 신사업들 집중해서 할 것"이라며 "곧 하위 20%와 상위 20% 리스트를 받고, 4월 마지막 주 우리 부 자체 재정전략 회의를 열어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예산 확정 된 후 중간에도 수시로 평가를 거쳐 예산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하겠다"며 "(중기부에서 성공하면) 정부 내에서도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장관이 효율성을 강조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출범 4년차에 접어든 중기부를 벤처기업에 비유하면 '데스밸리' 시기다. 벤처기업들은 보통 창업 후 3~5년 차에 위기가 찾아오고 이를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라고 부른다. 이 고비를 잘 넘기면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되지만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도산한다. 무엇보다 중기부를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는 다음해 임기가 종료된다. 중기부는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시점이다.
권 장관 역시 "창업기업도 창업 3~5년차에 내실을 다지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도산한다"며 "창업기업이 5년차를 넘어 성장해 유니콘기업으로 도약하듯 내실을 다져 중소기업·소상공인 체증을 해결하는 부처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기부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기부는 지난 5년 동안 홍종학, 박영선 전 장관을 통해 위상과 권한을 대폭 끌어올렸다. 예산만 하더라도 형님 부처였던 산업통상자원부를 뛰어 넘었다. 그렇지만 급격하게 커진 덩치에 비해 정책적인 역량은 아직 '중소기업청' 시절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 장관은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잘 하고 있는 정책에 '선택과 집중'을 해서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 세종시대 맞아 '중기부 2.0' 선언…"정부 안의 벤처, 정부 내 혁신 아이콘"
중기부는 대전청사 시대를 마감하고 정부 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로 오는 7월 이전할 계획이다.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좋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권 장관은 '중기부 2.0'의 모습에 대해 '정부 안의 벤처, 정부 내 혁신 아이콘'으로 정의했다. 그는 "중기부 이름에 '벤처'가 들어가 있다. 실제 (중기부의)이력으로 봐도 5년된 벤처"라며 "정부 부처 내에서 혁신 아이콘, 이 부분이 우리가 해야할 목표고 이정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여러 가지 발생하고 해야 할 사업들도 벤처기업처럼 혁신적으로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동안 공공영역이 갖고 있는 보수성을 과감하게 깨치고 나가는 그런 중기부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권 장관은 중기부의 외형적인 모습에도 변화를 줄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저희가 세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며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라며 웃었다. 이날 권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공유오피스처럼 개방적인 형태의 공간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이전은 해당 기관의 의견, 지원 정책대상의 특성, 지역 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전이 논의되는 산하기관으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공영쇼핑 △한국벤처투자 △중소기업유통센터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중소기업연구원 등이다. 대전에 있는 소진공을 제외하곤 모두 수도권에 있다.
아울러 권 장관은 산업통상자원부와도 업무 조정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기부가 생긴 지 몇 년 안 됐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처간 갈등 상황이 있다.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며 "이 부분(부처간 업무조정)은 한 부처가 주장해서 될 일 아니다. 꾸준히 협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조직 전체를 좀 조정할 수 있는 계기가 왔을 때 좀 더 과감히 의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업무의 효율성과 관련성을 고려해 산자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금융위원회 산하 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은행(기업은행) 등이 중기부 산하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권칠승 장관, 유관기관들 국민 혈세 책임져야…"저는 그렇게 주저하는 스타일 아니다"
"저는 그렇게 주저하는 스타일 아니다"
권칠승 장관은 단호한 목소리로 중기부 유관기관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정책다이어트로 중기부에 혁신을 주문한 것에 이어 외부 유관기관에도 변화를 주문한 셈이다. 특히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유관기관들에도 데스밸리가 찾아온 것이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연합회(2020년 직접 보조금 23.6억원) △한국여성경제인협회(24.98억원) △중소기업중앙회(160억원)를 비롯해 △한국벤처협회 △이노비즈협회 △VC협회 등에 매년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국비에 의존해 단체를 꾸려가는 경우가 많다.
또 중기부는 유관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이 있다. 하지만 잡음이 계속되면서 중기부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권 장관은 '국비 지원 중단'이라는 칼까지 꺼낼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앞서 소공연은 지난해 9월 배동욱 전 회장 탄핵 후 차기 지도부 구성을 둘러싸고 반년 이상 내부 정치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또 여경협은 정윤숙 회장이 직원 협박 및 폭언 논란에 휩싸였다.
권 장관은 우선 갈등이 계속 진행 중인 소공연을 향해 "사태 악화된다든가 아니면 자율적 방식으론 좀 어려워 보이는 그런 국면이 오면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예산 지원 감축 및 삭감 등을) 재고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여경협은 협회 이사 구성원 중 일부를 사외이사로 구성해 이들의 내부 통제·견제·균형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협회의 자발적인 자정노력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큰 유관단체인 중기중앙회를 향해서도 변화를 주문했다. 권 장관은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설립된 기관이다. 중기부는 주무부처로서 법에서 정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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