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박영선 "잘했다" 평가…'프로토콜 경제' 들고 서울 입성할까
'정치인 출신' 의심이 호감으로…논란 없이 임기 마침표
대중소기업 상생, 브랜드K 등으로 부처 존재감 극대화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본격적인 서울시장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9년 4월8일 취임 이후 654일만이다.
박 장관은 지난 1년9개월 간의 소회에 대해 "소상공인·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 분들께 어머니와 같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드리고 싶었다"며 "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열심히 했다. 좀 더 잘 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박 장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합격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이끌어 낸 자상한기업이나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브랜드K'로 묶어 새로운 해외시장 공략 방식을 만들어 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 긴급 자금 지원 등을 큰 문제 없이 해냈고 중기부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임기 후반 박 장관이 내세운 '프로토콜 경제'는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이후에도 프로토콜 경제는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공약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프로젝트, 대기업 기술 중소·소상공인에 공유
20일 중기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사실 박 장관의 장관 취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야당은 당시 박영선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때부터 변호사인 남편이 삼성에서 거액의 수임료를 받았다는 내용과 낙하산 인사라는 등 공세를 퍼부었고 끝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박 후보자가 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로 활동한 이력 탓에 중기부 장관으로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이끌어내기에 부적합하다는 인물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존재했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박 장관은 취임 이후 특유의 추진력으로 대기업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 중소기업의 숨통을 열었다.
박 장관은 취임 직후인 2019년 5월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을 뜻하는 '자상한기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자상한기업이란 전통적인 1차 협력사 위주의 상생협력이 아닌 기업과 기관 등이 보유한 기반, 상생 프로그램, 노하우 등의 강점을 중소기업 등 협력사와 거래하지 않는 기업까지 공유하는 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을 말한다.
박 장관은 자신의 1호 정책인 자상한기업 프로젝트를 통해 대기업을 무조건 배척하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 상생을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26개 대기업이 자상한기업으로 선정됐다.
일례로 자상한기업인 신한금융그룹은 1조원의 벤처펀드 조성사업에 7750억 원을 결성하고, 삼성전자는 진단키트 업체와 마스크 제조업체의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지원했다. 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항공부품 중소기업 공동사업화를 완료하는 등 대기업이 가진 기술과 인프라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공유되는 사례를 만들었다.
◇2019년 태국에서 론칭한 '브랜드K'…코로나 위기에도 빛나
박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 제품들이 우수한 품질에도 마케팅과 브랜드 파워 부족으로 해외 판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돕기 위해 2019년 9월 '브랜드K'를 론칭했다. 브랜드K는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들을 KOREA의 'K'라는 브랜드로 묶어서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당시 태국의 수도 방콕 센트럴월드에서 열린 '브랜드K' 출시 행사에는 때마침 동남아를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브랜드K 홍보대사로 선정된 축구스타 박지성씨 등이 참석하는 등 성대하게 열렸다. 4선 의원 출신이라는 중량감 있는 장관의 파워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브랜드K 제품은 현재까지 2기수에 걸쳐 총 120개가 선정됐는데 뛰어난 기술성과 제품 안정성 등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1기 제품 39개의 올해 1~9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1% 올랐으며, 수출액은 48.4%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선정된 2기 제품 81개의 6~9월 매출, 수출액도 전년 대비 각각 36.3%, 33.4% 올랐다. 특히 2기 제품은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K방역 제품들이 추가되면서 해외 바이어들의 이목을 끌었다.
◇"박영선 장관과 계속 일 하고 싶어요"…중기부 공무원들, 사퇴 만류
박 장관은 임기 도중 직면한 어려움에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의 판로가 막혔을 때는 이들 기업의 기술독립을 지원해 일부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는 소상공인 직접 대출을 진행해 외려 부처의 존재감을 극대화시켰다.
동시에 벤처기업 스케일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한 결과 2019년에만 벤처 분야 일자리 11만개를 창출하는 성과를 내 벤처 업계의 긍정 평가를 얻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는 중기부 직원들의 신임으로 이어졌다. 중기부 공무원 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중기부 공무원 10명 중 7명은 '계속 함께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박 장관은 직원들로부터 △리더십(만족도 82.5%) △업무능력(77.1%) △인간관계(64%) △유연성(61.6%) △조직·인사운영(44.6%) 등 모든 평가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울러 직원들은 '장관에게 하고 싶은 말'(서술형) 질문에 △계속해서 함께 일하고 싶다 △오래오래 중기부 장관으로 있어달라 △많이 존경하고 좋아한다 △(최근 서울시장 출마 관련) 가지 말아달라 등의 희망사항을 남겼다.
◇"프로토콜 경제로 '더불어 잘사는 공정경제' 만들 것"
박 장관은 지난해 11월 '컴업(COMEUP) 2020' 개막식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로 '프로토콜 경제'를 제시했다. '프로토콜 경제'란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제를 말한다. 예를 들어 프로토콜 경제 체제에서는 쿠팡 로켓맨이 열심히 일하면, 그 대가로 쿠팡 주식을 로켓맨에 지급하는 식이다.
지난해 12월 뉴스1과 만난 박 장관은 '프로토콜 경제'를 활용해 '더불어 잘사는 자본주의'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의 독점을 막고, 부의 재분배와 공정한 분배가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구체적으로 "배달의민족 배달원, 우버 운전자, 택배 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소상공인 사장님들은 지금보다 열린 프로토콜(약속) 체계에서 좀 더 합리적인 수수료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거래하는 사람들의 인적 정보를 분산 저장해 안전하고, 무엇보다 모든 데이터가 공개되기 때문에 투명한(신뢰 있는) 거래가 가능하다.
박 장관은 다른 인터뷰에서 서울시에도 프로토콜 경제를 구현해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디지털 지역화폐나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 건물의 임대료 등에서 시범적으로 적용해보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박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자신의 '경제전문가' 이미지를 부각해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의 한 관계자는 "박 장관은 특유의 추진력으로 각종 사업을 추진하며 부처 몸집을 키웠다"며 "의원 시절 보여준 카리스마와 장관직을 수행하며 갖춘 부드러움으로 어떤 자리에 가든 국가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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