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의 아버지'가 세운 한국해사기술, 명문장수기업 선정(종합)

초대 경제수석 신동식 회장이 세운 민간 최초 조선기술 전문기업
4대 걸쳐 광업 이어온 '청주석회'도 명문기업…전 공정 ICT 도입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명예회장(87)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4회 명문장수기업 선정 수여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니 정부로부터 '한국을 세계 제일의 '조선(造船) 강국으로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철판 한 장도 만들지 못하는 나라였거든요. 정말 임파서블(impossible)한 미션이었죠"

대한민국 초대 경제수석이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설립자인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명예회장(87)의 말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던 과업이었지만, 그는 거짓말처럼 한국을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으로 올려놨다.

신 회장이 1969년 세운 민간 조선기술 전문기업 '한국해사기술'은 50년 뒤인 26일 제13대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명문장수기업이란 45년 이상 대(代)를 이어 한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한 기업 중에서 일자리 창출과 조세 납부, 사회공헌을 선도한 모범기업을 말한다.

신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4회 명문장수기업 선정 수여식'에 참석해 한평생 조선 기술에 헌신한 일대기를 소개했다.

'한국 조선산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 회장은 한국의 조선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혁신적인 조선기술 발전을 선도한 인물이다. 그는 "(18세였던) 1950년 6·25전쟁 당시 한국의 앞바다를 가득 메운 외국 군함과 수송선을 보고 '조선(造船)이 국가의 힘이고 기술의 상징이다'라는 신념을 가졌다"며 "그 길로 서울대 조선공학과에 들어갔다"고 회고했다.

신 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뒤 유럽으로 건너가 로이드·ABS 국제선급협회 최초의 한국인 국제 선박검사관으로 활동했다. 이후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태동하기 시작한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귀국해 대한조선공사 기술고문으로 한국 조선산업에 뛰어들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제4회 명문장수기업 확인서 수여식에서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명예회장에게 확인서를 수여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19.12.26/뉴스1

신 회장은 "한국을 부흥시키라는 명을 받았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철판 한 장도 만들지 못하는 나라였다"며 "무작정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제일가는 조선국가로 만들라'고 하는데, 정말 임파서블한 명(命)이었다"고 허허로운 웃음을 머금었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과업은 30년도 채 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초대 경제수석에 올라 한국의 중장기 제조혁명을 진두지휘한 그는 "30년 만에 독일을 제치고 한국이 세계 조선산업 점유율을 60% 이상 차지했다. 터무니없는 놀음(도박)이었지만, 한국은 세계 제일의 조선국가가 된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회고했다.

신 회장은 은퇴 후 본업인 한국해사기술로 돌아가 꾸준히 조선 기술 발전에 매진했다. 국내 최초의 민간 조선기술 전문기업인 한국해사기술은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쇄빙선 '아라온'을 비롯해 △심해탐사선 △원유·석유제품 운반선 등 총 2000여종의 선박을 제조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또 국내외 25개 초대형 조선소 건설 계획의 수립·설계에 참여한 독보적인 전문성까지 겸했다. 소속 근로자들의 평균 기술 연차만 25년에 달하는 장인(匠人)기업이도 하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암모니아·전기 엔진 등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제4회 명문장수기업 확인서 수여식에서 최종문 청주석회 대표이사에게 확인서를 수여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19.12.26/뉴스1

4대에 걸쳐 석회석을 채굴하는 광업기업 ㈜청주석회도 이날 한국해사기술과 함께 '제13호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청주석회는 국내 최대 석회석 공급기업이다. 1963년 창업 후 4대 걸쳐 가업을 승계하면서 유리용·사료용 석회석을 채굴해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채광부터 제품생산까지 전 과정에 ICT 기술인 '디지털마이닝'을 도입해 IT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최종문 청주석회 대표(41)는 "국내에 광업기업이 총 15곳이 있는데, 이 중 절반이 시멘트회사일 만큼 '광업'은 대중에 익숙하지 않은 업종"이라며 "4대째 가업을 이어온 것보다, 앞으로 사업을 키우고 내실을 다지는 길을 고민하며 임직원과 함께 갈 것"이라고 포부를 다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신동식 회장은 우리나라 조선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셨고, 한국해사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이 조선 설계·감리 기술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키워냈다"며 "청주석회도 화장품을 비롯해 모든 제품에 원료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우리나라도 명문장수기업을 더 많이 응원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명문장수기업을 더 응원하기 위해 더 저렴한 이자로 융자를 드리는 등 혜택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도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반세기 넘는 역사를 만들어낸 명문장수기업이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명문장수기업이 더 사랑받고 원활한 기업승계가 가능하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