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전성시대下]"펭수야, 넌 어쩌다 '대스타' 됐니"…대답은?

'펭수 있고 콘텐츠 있다'…'교육' 울타리 넘어 '대중성' 가져야
"다변화한 유통채널 활용해야…'공감' 얻어야 콘텐츠 보인다"

EBSⓒ 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조현기 기자 = '펭수는 어쩌다가 대스타가 되었나'

펭수의 행보에 대한민국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BS의 한 어린이 프로그램에 편성된 10분짜리 코너, 그 안에서도 보조에 불과했던 뚱뚱한 펭귄 캐릭터가 전 국민을 '펭수 앓이'에 빠뜨린 비결은 연구 대상이다.

사회문화계에서는 펭수의 거침없는 언행에서 인기의 원천을 찾는다. 선배인 뚝딱이가 충고를 하면 "잔소리하지 마세요"라며 당돌하게 맞서고, "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이라며 EBS 사장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른다. 존칭 따위는 생략이다. 20대에겐 "눈치 보지 말고 눈치 챙겨"라며 위안을 건넨다. 펭수가 2030세대에서 터진 이유다.

펭수는 교육업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왔다.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교육기업들은 앞다퉈 '제2 펭수 찾기'에 나섰다. 당장 12월부터 펭수를 벤치마킹한 유튜브 채널이 두 개나 개설된다. 아예 '캐릭터 세계관' 구축을 시작한 기업도 있다.

펭수의 아성을 뛰어넘는 '두 번째 펭수'는 등장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펭수가 있고 콘텐츠가 있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뉴스1>은 11일 '교육'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올 그라운드 플레이어'(All ground play)로 성장한 펭수가 왜 '귀한 몸'인지 하나씩 짚어봤다.

EBS ⓒ 뉴스1

◇'제2펭수' 찾아 나선 교육업계…"캐릭터 키우기가 먼저, 이후 콘텐츠 전해야"

'펭수 있고 콘텐츠 있다'

펭수를 기획한 이슬예나 EBS PD는 '펭수의 성공 공식'을 묻는 말에 "EBS의 포맷이 아니라 '우리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콘텐츠에 캐릭터를 욱여넣지 말고 캐릭터를 먼저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펭수는 애초 교육용 캐릭터로 만들어졌지만, 지금 펭수를 '어린이용 캐릭터'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펭수가 스스로 밝혔듯이 펭수는 그 자체로 '펭수'라는 브랜드가 됐다.

교육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이르면 12월 중 새 유튜브 채널 '뚜루릉 여보세요'를 시작한다. 대표 캐릭터인 '뚜루뚜루'를 전면에 내세워 어린이의 고민거리를 진솔하고 때론 발칙하게 상담해준다는 콘셉트다.

테크빌교육이 운영하는 교사 원격교육연수원 '티처빌'도 같은 달 강아지 캐릭터 '쌔미'를 실사화해 인기몰이에 도전한다. 파란 보자기를 망토처럼 펄럭이며 등장해 당돌한 드립과 B급 감성으로 유튜브 채널 '쌤다큐'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쌤다큐는 다양한 재능과 스토리를 가진 현직 교사들을 찾아다니며 교단에서 볼 수 없었던 진솔한 면모를 조명하는 예능 콘텐츠다. 쌔미는 교사들이 차마 표현할 수 없었던 '직장인의 애환'이나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재치있게 풀어내는 '감초'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스크림미디어의 새 유튜브 채널 '뚜루릉 여보세요'의 한 장면(아이스크림미디어 제공)ⓒ 뉴스1

뚜루뚜루와 쌔미는 '인형탈'이라는 형식으로 구독자에게 다가간다는 면에서 펭수와 닮았다. 어른스럽고 때론 당돌한 성격도 펭수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뚜루뚜루와 쌔미는 펭수와 달리 철저하게 '콘텐츠를 위한 캐릭터'로 설계됐다. 뚜루뚜루는 어린이로부터 고민상담 전화가 걸려오면 해결책을 제시하는 형식으로 유튜브를 진행한다. 이따금 자사의 학습 프로그램 소개도 끼워넣었다. 여기에 유명 키즈 크리에이터까지 합세해 '어린이 채널'이라는 정체성을 뚜렷이 했다.

쌤다큐의 에피소드도 교사, 학교, 학생이라는 범위 내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진다. 자연히 쌔미가 활약하는 영역도 티처빌의 사업 범위인 '학교 담장'을 넘지 못한다. 타겟팅한 구독자도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특정 소비층으로 한정됐다.

반면 펭수는 일찌감치 '교육용'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세상으로 나왔다. EBS를 떠나 SBS 예능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in 순다열도'에서 내레이터로 등장했고,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서는 초통령 자리를 두고 유튜버 도티와 대결했다.

라디오는 물론 패션 잡지에서 화보를 촬영하고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모델로 발탁돼 CF 광고까지 찍었다. 11월 말 기준 유튜브 '자이언트 펭TV'는 만 18세~44세 구독자가 86.6%에 달할 만큼 명실상부한 '대중 캐릭터'로서 정체성을 굳혔다.

이 PD는 "교육적인 메시지를 전하려고 캐릭터를 활용하면 (소비자의 마음에) 와닿기 힘들 수 있다"며 "캐릭터를 먼저 강화하고 띄우면 콘텐츠는 자연히 따라간다"고 조언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도 "일방통행으로 기업이 캐릭터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은 참신함도 새로움도 없다"며 "먼저 캐릭터를 통해 소비자와 공감대를 형성해야 교육기업들이 전하는 콘텐츠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 ⓒ 뉴스1

◇어린이·성인 다 잡은 EBS…"유통채널 다변화하고 공감 얻어야"

다른 업계에 비해 변화와 도전에 소극적인 '교육업계의 보수성'이 제2의 펭수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어린이와 학부모가 주요 소비자인 만큼, 과감하고 도발적인 콘텐츠 '모험'을 감행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교육기업 관계자는 "펭수가 파격적인 행보와 콘텐츠를 선보일 이유는 '교육'의 영역을 벗어나 소비층을 성인까지 확장했기 때문"이라며 "콘텐츠의 수위와 범위도 훨씬 자유로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도 '콘텐츠를 참신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역으로 '어린이와 학부모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고 토로했다.

다른 교육기업 관계자도 "교육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보수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라며 "펭수를 벤치마킹한 캐릭터 콘텐츠를 기획 중이지만 펭수만큼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펭수가 가장 '보수적인 방송사'로 꼽히는 EBS에서 나왔다는 점은 교육업계에 던지는 또 하나의 화두다.

EBS는 본 방송 콘텐츠와 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이원화하는 색다른 실험으로 펭수를 탄생시켰다. 주 소비자가 어린이인 방송에서는 진지하고 교육적인 콘텐츠를 편성하고, 유튜브 채널에서는 성인 구독자를 아우르는 대중 콘텐츠를 선보이는 '투트랙 공략'이다.

보수적인 면모 아래 감춰둔 '끼'를 발산하는 미디어는 EBS뿐만이 아니다. 다큐멘터리 전문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는 인기 프로그램 'Man vs Wild'의 편집본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내보내면서 재치 넘치는 편집과 드립을 과감하게 선보인다.

유튜브 채널 관리자는 프로그램 진행자 베어그릴스의 언행에 게임 배경음악을 입혀 웃음을 자아내거나, 영상과 자막에 이모티콘을 붙이는 방식으로 다큐멘터리를 한 편의 예능으로 탈바꿈했다. 구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원본을 편집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한 교육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과거보다 소비자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유통채널이 다양해졌다"며 "진지하고 따분한 '교육 일변도'에서 벗어나 '콘텐츠 다양화'를 시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콘텐츠에 '이야기'와 '공감'을 얹을 것을 주문했다. 이영식 상명대학교 소비자분석연구소장은 "캐릭터를 만들 때는 굉장히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나 방향성에 부합하는 캐릭터를 만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게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교수도 "캐릭터 사업은 소비자가 처한 상황과 현실을 반영하고 그로부터 공감을 얻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교육기업이 만든 콘텐츠가 확산하고 재생산되면서 관심을 받고, 그 안에서 교육기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통'이 캐릭터로서 이뤄질 때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