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절벽은 없다④]38년 빅데이터에 AI 장착…천재교육의 '명품 에듀테크'

이정환 IT본부장 "문항이력만 6억건…독보적 빅데이터가 경쟁력"
"에듀테크, 빅데이터 싸움…최고 콘텐츠로 시장 선두주자 될 것"

편집자주 ..."인구가 줄어드니 잘해야 본전입니다"
교육 기업 종사자들을 만나면 종종 듣게 되는 얘기다. 수치를 보면 빈말이 아님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1400만명을 넘었던 학령인구(6~21세)는 2010년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내년에는 다시 800만명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수요가 계속 줄어들다 보니 매출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교육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어학 등 평생 교육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AI(인공지능) 기술을 접목,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절벽에 직면한 교육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변신하고 있는지를 짚어봤다.

이정환 천재교육 IT본부장이 서울 금천구 천재교육 에듀테크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에듀테크(EduTech)의 핵심은 빅데이터의 양과 질입니다. 천재교육만의 독보적인 경쟁력이죠"

이정환 천재교육 IT본부장은 '에듀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빅데이터의 축적과 내재화"라고 말했다.

국내 교과서 점유율 1위 기업 천재교육이 '에듀테크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2015년 첫 스마트학습지 '밀크T'를 출시한 이후 업계 최초로 '에듀테크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문항반응이론(IRT) 기반 평가시스템 '내전석'(내 아이 전국석차)과 AI(인공지능) 학습 '닥터매쓰'를 연달아 선보였다. 기세를 몰아 올해 3월 자체 AI엔진 '제니아'(geniA)를 내놓더니 5월에는 에듀테크센터 내에 'AI연구소'까지 출범시켰다.

천재교육의 에듀테크 사업은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다. 2015년 이후 주춤했던 매출은 지난해 1850억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25.7% 껑충 뛰었다.

천재교육은 차기작인 VR(가상현실) 기반 교육 콘텐츠 플랫폼 'eduXR'(가칭)의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손글씨와 학습지표를 인식하는 '머신비전'(MCV) 연구도 한창이다.

이 본부장은 천재교육이 발 빠르게 에듀테크 사업을 키울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38년간 쌓아온 방대한 빅데이터 덕분"이라고 말했다. <뉴스1>은 지난 25일 이 본부장을 만나 천재교육이 그리는 '에듀테크 청사진'을 들어봤다.

이정환 천재교육 IT본부장이 서울 금천구 천재교육 에듀테크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교육 연구 '한 우물' 판 천재교육…38년 쌓은 문항이력 6억건"

"빅데이터를 최대한 축적하면서 AI기술을 충분히 내재화한다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죠"

천재교육은 교육업계에서 가장 빨리 에듀테크 사업에 뛰어든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첫 작품인 '초등 밀크T'를 출시한 이후 후속작인 '내전석'과 '닥터매쓰'를 내놓기까지 3년이 걸렸다. AI엔진 '제니아'도 지난해에서야 첫선을 보였다.

이 본부장은 '3년의 공백'에 대해 "에듀테크는 결국 빅데이터의 싸움"이라며 "섣부르게 후속작을 만들기보다 차분히 내공을 쌓고 AI기술을 내재화하는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천재교육의 신중한 경영은 '교과서 명가(名家)'로 불리는 기업 정체성과도 연관이 깊다. 천재교육은 교육업체라기보다는 '교육 연구기관'에 가까운 기업이다. 1981년 고등학교 참고서 '해법수학'을 발간하며 사업을 시작한 천재교육은 2년 뒤 '해법수학 연구회'를 발족했다.

이후 2000년 첫 학원 프랜차이즈 'GGE영어전문학원'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17년 동안 교과서와 참고서 개발에 몰두했다. 1991년 시작한 해법수학 경시대회도 비즈니스보다는 학문에 무게를 뒀다. 천재교육의 '해법수학 경시대회'와 'HME 해법수학 학력평가'는 매년 전국 초중등생이 응시하는 전국구 시험으로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천재교육의 독특한 사업 이력은 고스란히 '빅데이터'로 쌓였다. 지난 38년간 교과서 개발과 참고서 사업, 시험 개최 등으로 확보한 문항이력만 6억건에 달한다. 천재교육 문제은행에는 총 100만건의 문항이 수록돼 있다. 교사 전용 교수학습지원 서비스 'T셀파'를 이용하는 현직 교사는 16만명에 이른다.

이 본부장은 "T셀파와 밀크T, 닥터매쓰를 통해 공교육과 사교육을 아우르는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축적되고 있다"며 "천재교육이 보유한 빅데이터의 양과 질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자부했다.

천재교육 닥터매쓰 AI 진단 평가 과정(천재교육 제공)ⓒ 뉴스1

◇"빅데이터로 '맞춤교육' 최적화…취약점 분석해 유사문제 제시"

"미래 교육 트렌드는 '맞춤형 학습'입니다. 학습자의 수준을 얼마나 심층적으로 분석하느냐, 얼마나 적절한 문제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에듀테크의 성능을 가름하죠"

천재교육이 강조하는 '빅데이터'는 AI기술과 결합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 본부장은 "한 초등학생이 '약수와 배수'를 약간 못한다면 '약간 못한다'의 정의는 무엇인지, 어떤 콘텐츠와 문제를 줘야 성취도가 극대화될 것인지 정밀하게 진단하는 것이 천재교육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천재교육의 에듀테크 플랫폼도 이런 고민을 담아 설계됐다. 학습 수준 평가시스템 '내전석'은 단 7~15개 문항으로 학습자의 전국 석차를 분석하고 최적의 공부 커리큘럼을 짜준다. 첫 문제는 평균 수준인 50% 난이도를 제시하고 정답을 맞히면 상위 25% 수준의 문제를, 다시 상위 12.5% 수준의 문제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 본부장은 "학습자마다 수준이 엇비슷하더라도 실력은 미세하게 다를 수 있다"며 "한 문항을 풀 때마다 빅데이터 연산을 통해 가장 변별력 있는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귀띔했다. 내전석 해법수학 경시대회와 HME 학력고사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자의 수준을 측정한다.

닥터매쓰는 한층 진일보한 학습 솔루션을 제시한다. 학습자가 푼 문제를 분석해 취약점을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을 제시한다. 문제를 풀 때마다 가장 취약한 단원은 어디인지, 앞으로 어떤 부분에서 점수가 떨어질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해주는 '분석 보고서'가 나타난다.

취약점 분석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사는 분석 보고서를 보고 천재교육 문제은행에서 적절한 문항을 골라 제시한다. 개념이 부실하다면 비슷한 유형의 '유형 유사 문제'를,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면 틀린 문제와 숫자만 다른 '쌍둥이 유사 문제'를 주는 식이다.

뉴스1 최동현 기자가 서울 금천구 천재교육 에듀테크센터에서 VR 콘텐츠 ‘미술로 보는 한국 역사, 문화 체험 VR’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본질은 빅데이터·콘텐츠…에듀테크 '공급자' 될 것"

"우선은 데이터와 AI기술을 내재화하는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기본에 집중해서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드는 정공법(正攻法)이 천재교육의 정신이니까요"

에듀테크 사업에 궤도에 올랐다면 해외진출 등 후속 사업에 눈을 돌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학령인구가 급감하자 교육기업들은 앞다퉈 세계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에듀테크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본질은 '데이터와 콘텐츠'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라며 "아직은 축적의 시간"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시장이 변하더라도 결국 수요는 가장 질 좋은 콘텐츠로 몰릴 것이라는 판단이다. 천재교육이 몸집 불리기보다 연구개발(R&D)을 거듭하며 내실을 다지는 이유다.

천재교육은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VR 기반 교육 콘텐츠 플랫폼 'eduXR'를 준비 중이다. 과학·사회·역사·영어 등 14개 교과목 콘텐츠를 VR로 구현했다.

예컨대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풍속화 '무동'을 eduXR로 체험하면 당시 시대 배경을 360도로 들여다볼 수 있다. 학습자의 시선에 반응하기 때문에 기왓장을 응시하면 건축기술을 애니메이션으로 배울 수 있다. 인물을 쳐다보면 역사적 사실을 실감 나는 대화로 들려준다.

eduXR의 강점은 값비싼 VR기기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이나 PC만 있으면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역사와 미술뿐만 아니라 북극과 남극을 탐험하면서 과학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며 "AR(증강현실)은 총 53개의 학습 콘텐츠를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천재교육 AI 연구소는 중장기 계획으로 손글씨나 학습지표, 문항 등을 인식해 정답과 해설을 알려주거나 비슷한 문제를 제공하는 '머신비전' 콘텐츠도 개발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머신비전의 핵심은 즉각적인 피드백(feedback)과 채점 자동화"라며 "내가 적은 풀이가 올바른지 궁금하거나 답을 알 수 없을 때 사진을 찍어 올리면 글씨를 인식하고 원하는 답을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머신비전은 답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학습자의 성취도까지 분석한 뒤 유형 유사 문제나 쌍둥이 유사 문제를 제시하는 기능도 갖출 것"이라며 "학습자는 언제 어디서든 에듀테크를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머신비전이 개발되면 에듀테크 사업이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쟁회사에서 '이 문제의 답이 무엇이냐'고 문의를 하거나 다른 학습지를 공부하는 학생이 문제를 물어볼 때도 머신비전을 사용할 수 있다"며 "천재교육 문제은행에서 답을 찾아주거나 유사 문제를 제공하는 식으로 사업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본부장은 "천재교육의 장기 비전은 교육업계와 학습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라며 "빅데이터 분석에 주력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이유"라고 포부를 밝혔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