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통령' 중기중앙회장 선거 50여일 앞…올드보이 vs 신흥세력
자천타천 7명 입후보, 유권자 사로잡을 조직력이 관건
부총리급 의전에 정계 진출 등용문, 벌써부터 '과열' 양상
- 곽선미 기자
(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 =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이라 불리는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뽑는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월28일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지난해 말부터 중소기업계 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출마가 예상되는 후보자가 최소 7명에 달하는 데다, 현 회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일찌감치 선거전이 달아오른 탓이다.
'360만 중소기업인'의 대표로, 향후 정계 진출의 교두보가 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 이 선거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관심이 높다. 일부 후보는 불법 사전 선거 운동 등을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벌써부터 과열 조짐을 보인다.
◇중기중앙회장이 뭐길래…관심 높은 이유
3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제26대 중소기업회장 선거'에 도전을 시사한 후보는 현재까지 총 7명이다. 박성택 현 중기중앙회 회장이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곽기영 보국전기공업 대표,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가나다순) 등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후보자가 쏟아지면서 중기중앙회장직이 어떤 자리인지에 새삼 이목이 쏠린다. 중기중앙회장은 4년에 한번 투표(간선제)를 통해 선출되며 한차례 연임을 통해 최장 8년간 재임할 수 있다. 이번에 재등판한 김기문 회장이 8년간(23·24대, 2007~2015년) 재임한 바 있다.
별도 급여가 없는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중기업계에서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우선 중기중앙회 부회장단 23명의 추천권을 지닌다. 또 중소기업인들의 대표로서 정부 행사 참석시 부총리급 의전을 받게 되며 5대 경제단체장의 한사람으로 대통령의 공식 해외 순방에 동행한다. 중기중앙회가 최대 주주(32.93%)인 홈앤쇼핑 이사회 의장도 겸한다.
이 뿐만 아니라 중기중앙회장은 정치권으로 가는 등용문 역할도 한다. 역대 중기중앙회장 11명 중 6명이 금배지(국회의원)를 달았다. 이중 4명은 퇴임 후 곧바로 국회에 입성했다.
도의원을 지낸 여상원 전 회장(4대)은 역대 회장 중 최초로 정계에 진출한 사례로 기록돼 있다. 제6~11대 회장을 역임한 김봉재 전 회장은 2·5대 국회의원(5대 민의원)을 지냈다. 유기정 전 회장(12~14대)은 회장직을 맡기 전인 1971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내리 3선(8~10대 국회의원)에 성공한 정치인이다.
16대 회장을 지낸 황승민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난 뒤 15·16대 국회의원에 연이어 당선됐다. 박상규(16·17대 국회의원), 박상희(16대 국회의원), 김용구(18대 국회의원) 전 회장 등도 퇴임 후 정계에 입문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소기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중기중앙회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눈독들이는 이들이 많은 자리인 만큼 역대 선거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네거티브 공방전은 물론이고 금품수수와 돈선거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다. 갖가지 개선책이 도입됐지만 간선제와 짧은 선거기간의 한계로 인해 좀처럼 혼탁선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네거티브, 사전 선거운동 등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는 중이다. 후보자 중 한명인 김기문 전 회장은 지난달 6·7일 선거관리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 언론사가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바 있는 김 전 회장의 비위 의혹을 다시금 꺼내자 확전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해당 기사 내용은 유권자 200여명이 있는 단톡방(단체카톡방)을 통해 유포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네거티브 공방전이 서서히 가열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선거, 올드보이 귀환 vs 신흥세력 '맞대결'
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전직 회장의 재도전에 유권자들이 화답할지 여부다. 7명 후보 중 전직 회장 출신은 김 전 회장과 박 전 회장(3년 임기 당시 1995년부터 6년간 재임)이다. 이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계에 중요한 정책적 이슈가 쏟아지고 있어 노련미를 갖춘 이가 회장직에 올라 중소기업계를 '일치단결'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반대로 새로운 피가 수혈돼 중소기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현 정부와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즉 이번 선거는 신·구세력 맞대결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25대 선거에 도전해 결선투표에 오른 이재광 대표가 조직력을 다시 응집할 수 있을지,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달고 20대 총선에 출마한 바 있는 이재한 대표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다. 중기중앙회장 선거는 간선제이고 좀처럼 표심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곽기영 대표, 원재희 대표, 주대철 대표 등 신흥 세력의 '바람'도 막판까지 무시할 수 없다.
◇유권자 사로잡을 조직력이 핵심 변수
이번 선거도 역대와 마찬가지로 유권자가 주요 변수다. 선관위 일정에 따르면 선거인명부는 선거가 치러지기 전날인 2월27일 오후 4시에 확정된다. 그때까지 유권자가 가변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기중앙회장 유권자는 연합회장(23명), 전국조합장(183명), 지방조합장(239명), 사업조합장(130명) 등 575명에 투표에 참여 가능한 중소기업관련단체장(38명) 등 총 613명이다. 이중 160명 가량의 단체장들이 올해 2~3월 임기가 만료돼 연임 혹은 교체를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은 산하 단체장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최종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게 중요하다.
2월9일부터 2월27일까지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은 주말을 포함해 3주가 채 되지 않는다. 후보자가 '나홀로' 전국 선거 운동에 나서기 때문에 중기중앙회에서 오랜기간 영향력을 행사해온 고문 그룹을 사로잡을 필요성도 제기된다. 통상 선거캠프는 고문을 포함해 10~30명 단위로 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자가 다수 출마할 경우 20~30% 득표율만 기록해도 1차 선거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결선투표 후보자 결정 과정). 과반 득표도 실제 투표장에 오는 이들이 500명 가량이어서 250명만 잡으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선거캠프와 조직력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규모는 작지만 전국 선거인 탓에 미약하게나마 지역색이 반영되기도 한다. 후보자들의 출신 지역이나 운영 기업의 텃밭이 고려되는 식이다. 후보 등록을 하기 위해선 2억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므로 현재 거론되는 7명의 예비후보들이 모두 나설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시일내 전국을 돌며 선거 운동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보들은 손쉽게 돈선거 유혹에 빠진다. 이번에도 유권자들에게 금품 살포, 향응 제공 등 불법 선거운동 소문이 무성하다"며 "다음 선거에서는 예비후보제 손질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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