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재 희망재단 이사장 "데스밸리 건너는 성장 사다리 되겠다"
"점프업허브 구축…'스타일난다'같은 성공스토리 나오길"
"희망재단으로선 과감한 도전, 입주업체에 핀셋 지원"
(서울=뉴스1) 대담=서명훈 부장 = "중소상공인들은 창업 3년 후 절반 이상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해 폐업하는 실정입니다. 우리 재단은 데스밸리를 건너는 중소상공인들에게 일종의 성장 사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이윤재 중소상공인희망재단(희망재단) 이사장의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경우 1년 이내 폐업 비율이 37.6%, 3년 이내 61.2%, 5년 이내 72.7%에 달한다. 5년 내 창업기업 4곳 중 3곳이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창업 이후 단계별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희망재단이 '데스밸리를 건너는 중소상공인들의 성장 사다리'가 되겠다고 자임하고 나선 이유다.
이 이사장은 지난 5일 서울시내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진행한 대담에서 "지금은 어려움에 처했지만 조금만 도움을 주면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을 다수 발굴해 지원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희망재단이 중점 사업으로 '점프업허브'을 선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업 후 3~5년 된 기업 40~50여곳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그 곳에서 마케팅과 멘토링, 판로개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희망재단은 지난 3월 서울 구로구청 맞은 편에 위치한 건물(지상 6층·지하 2층)을 매입해 새 둥지를 틀었다. 올 하반기까지 건물 리모델링과 프로그램 구체화 등을 거쳐 이르면 올 연말에 입주기업을 선정하기로 했다. 전문가와 자문위원을 투입해 업력과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 평가, 입주기업을 결정할 예정이다.
희망재단은 여기에 연간 사업비 30억원의 3분의1 가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50개사가 입주할 경우 한 업체당 2000만원꼴로 지원되는 셈이다. 이 이사장은 "점프업허브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기본 1년간 입주할 기회를 얻게 된다. 여건에 따라 1년 연장이 가능하다"며 "최대 2년간 점프업허브 울타리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 기업을 3~5년으로 국한한 이유에 대해 그는 "창업 이후 3년된 시점에 1차 데스밸리가 오고 5년쯤 지난 시점에 2차 데스밸리가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라며 "이 시기만 잘 견디면 생존 확률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국내에 예비 창업자를 위한 국내 프로그램은 이미 많기 때문에 기 창업자들을 육성시켜 중소상공인 산업 저변을 튼튼하게 가꾸는 방향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희망재단이 구축할 '점프업허브'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와 비슷하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서울창업허브는 창업 후 3년 미만의 초기 창업기업과 3~7년의 성장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1000~2000만원의 지원금을 사후 정산식으로 제공하고 1년(최대 2년)간 입주기회를 준다. 다만 서울창업허브는 서울시 거주 기업이 주 대상인 반면 희망재단의 점프업허브에는 전국에 있는 모든 기업이 입주할 수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 관심은 있었지만 지역 거주 기업이라 지원 자체에 한계가 있었던 기업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이 이사장의 생각이다.
점프업허브는 희망재단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물이다. 지난 2014년 문을 연 희망재단은 그동안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광고 지원 △찾아가는 온라인 마케팅 무료 컨설팅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플랫폼 입점 지원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왔다. 매월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마케팅 역량강화교육'은 현재까지 교육생 2000여명을 배출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폐업하는 기업의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고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게 됐다.
"희망재단의 7명 이사진들과 전문가들이 6개월간 치열한 토론을 펼쳤고 성장 사다리가 시급하다고 진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건물 매입 등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특히 점프업허브 구축 '결단'에는 세계적 화장품 업체 로레알이 국내 온라인 쇼핑몰 '스타일난다'를 4000억원에 인수했다는 소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구해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하다 3CE(쓰리컨셉아이즈)라는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수천억원짜리 회사로 키운 35세 김소희 대표의 성공 스토리는 소상공인들에게는 '신화'다.
이사장은 "스타일난다의 사례는 굉장히 특별하지만 소상공인들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기에는 충분했다"며 "소상공인들이 부족한 온라인 시장 진출, 마케팅 등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유사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이기도 한 이 이사장은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 창업을 먼저 시도하고 안되면 취업하라는 말이 나온다"며 "스타일난다의 사례가 귀감이 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점프업허브 사업 추진은 희망재단 안팎에서 '도전이자 결단'으로 받아들여진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기금을 출연해 만든 희망재단은 그동안 네이버의 기금 출연 지연 등으로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3월16일 네이버가 기 출연금 100억원에 나머지 400억원까지 전액 납부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희망재단은 기존 사업을 고수하는 대신, 과감한 도전을 통해 재단의 존립 근거를 마련하고 중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걷기로 했다. 이 이사장이 희망재단에 대해 세간의 응원과 관심을 당부하는 까닭이다. 희망재단은 이번 사업이 안착된다면 다른 기업들로부터 추가 펀딩도 이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등과 유관기관과 연계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그는 지난달 말 점프업허브 구축 소식이 처음 알려진 뒤 소상공인들의 문의 전화가 다수 걸려오고 있다고 소개하며 "우리는 민간 지원기관으로 정부 정책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바라보고 있다. 입주 기업을 상대로 필요 지원 정책에 대한 수요조사를 먼저 진행한 다음 핀셋 정책을 펼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프업허브가 미국 실리콘밸리, 서울 성수동 소셜벤처밸리 못지 않은 창업의 성지가 되길 바란다"며 중소상공인들의 집적효과를 극대화해 반드시 성공 신화를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희망재단이 점프업허브로 가시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시점을 전망해 달라는 질문에 이 이사장은 "기업 성공과 직결된 문제라 장담하기 어렵다"면서도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난관에 부딪혔을 때 희망재단에 가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게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이윤재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은 누구?
이 이사장은 지난 3월30일 열린 이사회에서 제4대 이사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재단 정권 규정에 따라 앞으로 3년간 직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재단 이사로도 활동해왔다. 현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까지 숭실대 경제통상대학장을 역임했다. 제30대 한국중소기업학회장을 지낸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경제 분야 전문가다. 나눔과 상생의 경제(2012), 사회적기업경제(2010)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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