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들고 수치스럽다"…'속앓이' 난임 남성 시술 5년새 12배 급증
문은미·김민아 성균관대 연구팀, 난임 시술 남성 8명 심층 인터뷰
"난임부부 지원사업에 남성 포함해야…사회적 인식 개선도 시급"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왜 내가 이렇게 된 건지 제 자신을 많이 탓한 것도 있고요. 보통 사람들하고 다르고 정상정자 수치가 낮아서 저는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시험관보다 PGT(염색체 구조적 이상을 보는 착상 전 유전학 검사) 한다는 것만으로도 금액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2000만원 정도 썼던 것 같아요."
난임 시술을 받은 남성들이 수치감 등 심리적 어려움, 사회지지체계 및 정부 지원 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임이란 12개월 이상 피임 도구 없이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며 임신을 시도함에도 임신에 실패하는 경우를 뜻한다.
남성 난임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된 남성 난임 시술 환자는 지난 2017년 5203명에서 2021년 6만5900명으로 약 12배 증가했다. 그러나 남성 난임은 국가 차원의 조사에서도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며 난임 시술 지원에서도 배제되는 등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간 학술지인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따르면 문은미·김민아 성균관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기형정자증, 정자부족증 등 난임을 겪고 있고 최근 10년 내 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 등 난임 시술을 경험한 남성 8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의료기관으로부터 난임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이 난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고,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사회적 시선이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난임 시술 결과에 대해 과도한 호기심을 가진 지인들이 반복적으로 질문을 할 때마다 부담감을 느낀다"며 "내가 원해서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있는 건데 동정을 할 때마다 왜 동정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동정받을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남성 대부분이 남성 난임 진단을 받은 후 수치스러운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성성을 상실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은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나타나는 여성 난임과 비교해 남성 난임에 대한 타인의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남성으로서 가치를 낮게 느꼈다고 대답했다.
사회생활과의 병행이 어렵다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보통 시험관 아기 시술 일정은 직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휴가 일정을 회사에 미리 고지하고 사용하기 어려웠다"며 "근무하는 직장에서는 난임 휴가에 대한 내규가 마련되지 않아 난임 시술 목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없는 대신 개인 연차를 사용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모든 연구 참여자들은 난임 시술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가져오는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특히 난임 시술 급여 중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인정 급여는 제한적이고, 이마저도 여성의 보조생식술 시술이 시작되고 차수가 적용될 때까지만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참가자는 "경제적인 지원이 끝나면 어떻게 하지라는 공포감이 든다. 지원이 끝나면 어떻게 금액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든다"며 "지원을 받는다고 하지만 지원이 안 되는 약도 있어서 한 달에 80만원 씩은 나간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비교적 난임 휴가 규정이 잘 마련되어 있는 직장을 다니는 경우라고 해도, 여성 중심의 난임 치료 휴가 체계가 구축되어 있어 시술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고환채취술을 받는 경우 일주일가량의 휴식이 필요하지만, 난임치료시술휴가는 하루만 사용할 수 밖에 없어 충분히 체력을 회복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연구팀은 "현재 모성 기준으로 마련되어 있는 난임 부부를 위한 국가 지원사업들에 남성을 포함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며 "사회적 차원에서 자녀가 없는 난임 부부에 대해 비정상을 갖거나 난임 남성에 대해 남성성의 위협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개선해 난임 남성들이 부정적인 자기상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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