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원 난임치료 한약이 공짜…"단, 난임코드 받아오라고요?"

한의난임치료 정부 지원은 0원…난임진단서 제출 등 제약도
한의사협회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으로 한의난임치료 활성화 기대"

성남시와 협약한 한방 병원 의사가 난임 여성과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성남시 제공) ⓒ News1 김평석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기, 무슨 방법을 써도 안 됐는데 난임치료 한약받고 기적처럼 3개월 만에 성공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한의난임치료를 통해 임신에 성공한 김씨 부부의 사연이다. 김씨 부부는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도 여러차례 해봤지만 모두 실패한 끝에 마지막으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의난임치료를 받은 결과 임신에 성공했다.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한의난임치료가 출산율을 높이고 난임문제를 해결할 또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저출산 예산 280조…한의난임치료 정부 지원은 '0원'

29일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13개 광역자치단체에서 한의약 난임지원 관련 조례를 통해 한의난임치료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로 확대하면 41개 시군구에서 한의난임치료사업 지원을 조례로 제정했다. 서울시는 25개구 가운데 강남구 등 12개 구에서 조례를 지정했고 현재 25개구 모두 한의난임치료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의난임치료사업은 난임으로 판명된 환자에게 3개월간 6회까지 난임치료 한약을 무료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참여하는 난임 환자는 120만~180만원 상당의 한약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

한의난임치료는 임신성공률과 환자 만족도 측면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인천시한의사회가 2021년 실시한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결과에 따르면 임신성공률은 21.33%로 보고됐다. 서울시의 경우 난임부부 난임치료 88명, 여성 단독치료 26명, 남성 단독치료 1명이 난임지원사업에 참여해 20명이 임신에 성공해 17.4%의 자연임신율을 기록했다고 대한한의사협회는 밝혔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한의 난임치료사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81.7%가 본인치료에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62%는 진료 후 신체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정부 예산이 아닌 각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통해 실시하다보니 지원대상이 제한적이고 지자체에 예산부담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치료비도 한약 외 침·뜸·약침 치료비는 지원되지 않는다.

한의계는 난임환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차원에서도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양방으로 치료해보고 모든 수단을 다 써봐도 안 되는 난임환자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이 한의난임치료다. 환자들의 선택지를 넓히는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2006년 이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은 정부 예산이 280조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한의난임치료에 투입된 예산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3일 서울 강서구 대한한의사협회를 방문해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3.6.2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80만원 난임치료 한약이 공짜…난임코드 받아야 된다?

지자체에서 무료로 한의난임치료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의난임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양방 병원에서 난임코드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한의난임치료를 가로막는 요소로 꼽힌다. 양방과 한의 병행 치료가 안 되기 때문에 한의치료를 위해 난임진단서를 발급해달라고 하면 양방 병원에서 기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환자 입장에서는 한의난임치료사업을 통해 한약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어 좋지만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양방 병원에 가서 눈치를 보며 난임코드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한의난임치료 지원이 조례로 제정됐지만 지자체에서 외면받는 사례도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양방과 병행이 안 되다보니 양방으로 지원예산을 집중하고 한의난임치료에는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 사례도 발견됐다. 조례가 있지만 유명무실한 셈이다.

다만 지난 6월30일 국회에서 '한의약육성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같은 사각지대가 사라질지 주목된다.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은 지자체장이 수립한 한의약의 육성·발전 등에 관한 지역계획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반드시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가 제4차 한의약 육성 종합계획을 확정·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자체가 한의약 육성을 위한 지역계획을 수립·시행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관련 개정안이 마련됐다. 이 법은 이달 공포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양희권 대한한의사협회 이사는 "그동안 지자체에서 한의난임치료사업을 해왔지만 법적 의무가 아니다보니 대충 사업만 만들어놓고 불용 예산으로 넘기는 일이 많았다"며 "앞으로 지자체가 1년에 한 번 한의약 관련 계획을 복지부 장관에게 성과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한의난임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