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소아과 살리기'…"지역별·병원별 대책이 없다"

전문가 "수가 인상만으론 한계…운영비용 보장해야"
비수도권 추가 보상…"전공의 지원 확대 방안도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2.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수가 인상과 소아 전문 진료센터 확충 등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과 보상'을 골자로 소아 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빠져있어 계속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수가를 올리는 단기 처방보다 정부가 소요 비용을 보장해야 하며 단순 의사 수 확대를 넘어 지역마다 필요한 의료인력 육성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대책만으로는 소아청소년과(소아과) 기피 해소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들이다.

이번 대책에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소아 전문응급의료센터·소아암 지방 거점병원 등을 더 만들고 시설·장비 지원을 늘리며, 종합병원의 소아 전담 전문의 배치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각종 진료·입원 수가는 인상하기로 했다.

야간·휴일에 외래진료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의 수가도 올려 참여를 유도하고 의료인이 간단한 상담에 한해 24시간 전화를 받는 소아 전문 상담센터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긴 근무 시간 등 근무 여건도 개선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현장을 찾아 "의사가 소아과를 기피하는 것은 의사가 아닌 정부 정책 잘못"이라고 말했고, 국립대학교병원 공공기관 인력 감축 대상에서 소아과는 제외하라고 주문한 사실이 전해졌다.

소아 의료체계 붕괴가 오래 전부터 예고됐음에도 그동안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한 판단과 지역 필수 의료 체계를 보호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소아 의료체계를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선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된다. 현장에서는 출생아가 적고 소아과 의사를 하려는 사람이 적은데 수가만 올려서 될 일이 아니라고 볼멘소리도 나온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달빛어린이병원은 수가와 인건비 문제 등 제도적 한계 탓에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며 "100개까지 늘린다고 하더라도 소아과 전문의가 격무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대면 진료가 아니라 비대면 진료를 하라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보호자 설명이나 상담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데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며 "보상을 강화해 전공의 수 자체를 늘리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도권 대형병원에 자리가 나면 지방에 있거나 중소 종합병원 전문의들이 우선 지원하는 상황이고 이들이 빠진 자리에 대체할 인력이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지역별, 병원별 편차를 고민한 대책도 없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18일 오후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보호자와 함께 경북 경산의 한 소아과병원을 방문한 어린이가 진료를 받고 있다. 2017.12.18/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인 김지홍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최근 서울대 의대 주최 포럼에서 "핵심적으로 수가 개선이 돼야 한다"면서도 "중간 (1차·2차) 병원들이 환자를 흡수해주지 않으면 상급종합병원의 업무 부담도 걷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2·3차 수련병원의 적자 △전문인력 감소 △병상 축소 등 지역별, 병원별 편차를 극복하려면 수가의 100% 인상과 함께 진료 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해왔다.

이와 함께 저출생 등 시대 흐름을 고려했을 때 수가 인상도 필요하겠지만 병·의원에 발생하는 인건비 등 총비용을 정부가 보상해주고 비수도권에는 추가 보상을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평수 전(前)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필요한 지역의 필요한 기관, 필요한 수의 전문의가 진료할 수 있게 하는 (비용 보전·수련 등의) 제도가 없다면 수가 인상 등 인센티브는 헛발질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밖에 대책에 필요한 재원은 모두 건강보험 재정에서 활용될 텐데 국고도 투입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 대통령도 "필요한 재원을 아끼지 말고 지원하라"며 "건강보험이 모자라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바꾸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번 대책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건강보험 수가 이외에 추가 재정 투입을 통한 사회안전망 확보가 필요하다. 국고지원금 비중을 확대해 향후 건강보험 외 재원을 통한 한국 보건의료 체계의 지속성 확보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