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짬짜미' 1400억 철퇴 맞은 가구업계…쌓이는 과징금 부담

공정위, 2년간 63개 업체에 1427억 과징금 부과…7곳 현장조사도
자체 포렌식·전담 조직 신설…재무 부담에 행정소송 제기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공사현장. 2025.2.18/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가구업계의 입찰 담합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규제당국이 2년간 총 63개 업체에 1400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리점 갑질 관행'과 관련한 현장 조사도 마무리돼 내년 직권 조사 등 후속 조치에 나선다.

제재 이후 업계는 특판 사업부를 대상으로 포렌식 조사를 실시하거나 내부 교육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에 힘쓰는 한편 수백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 산정 규모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기업도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48개 가구업체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333건의 빌트인·시스템 가구 구매입찰에서 사전에 입을 맞추고 낙찰자나 투찰가격을 합의한 행위 등에 대해 총 25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가구업계 입찰담합 관행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2년여간 업계에 부과된 과징금만 총 1427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중대형 건설사 발주 건을 우선 조사해 제재했고 이달까지 5차례에 걸쳐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업체별로 보면 한샘(009240)이 총 27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아 가장 많았고 에넥스(011090) 238억 원, 현대리바트(079430) 233억 원 순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빌트인 가구 담합 관련 제재는 마무리됐고 시스템 가구 담합은 추가로 조사할 내용이 남아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올해 가구업계의 '대리점 갑질 관행'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대리점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3개 가구사의 대리점법 위반 행위에 시정명령을 부과했고, 올해 주요 가구·침대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당국은 특히 가구·침대업계가 유독 대리점 불공정 거래 행위가 빈번한 것으로 보고 현장조사를 진행한 거로 전해졌다. 조사 대상은 퍼시스(016800), 에넥스, 에이스침대(003800), 현대리바트 등 7곳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현장 조사와 대리점주 대상 서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업체별 주요 법 위반 혐의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내년에 직권조사를 추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가구업계는 당국의 전방위적인 제재가 시작되자 외부 법률 전문가를 선임해 내부 조사를 진행하는 등 여러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한샘은 특판 사업부를 대상으로 포렌식 조사와 대면 조사를 실시했고 윤리경영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지난해 담합 행위와 대리점법 관련 내부 교육을 관련 사업부에 7차례 진행했다. 현대리바트는 임직원 대상 공정거래 교육을 정례화했다.

내부적으론 연 누적 영업이익과 비슷한 규모의 과징금이 기업 신뢰도 저하를 넘어 재무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일부 제재에 대해선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200억 원대 입찰담합 관련 과징금을 부과받은 현대리바트는 행정 소송 7건을 진행했고, 한샘은 과징금을 납부한 뒤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일부 제재에 대해선 과징금 산정 오류 이의제기 절차를 밟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행정소송 제기는) 관행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업이익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과징금을 최대한 감액해 재무 부담을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과징금을 미리 충당부채로 설정하면 당장 실적에 영향은 없지만 규모가 확정되면 곧바로 현금 유출로 이어진다.

업계는 최근 들어선 형벌 위주였던 불공정 거래 행위 처벌이 새 정부 들어 금전적 제재 강화로 선회한 만큼 공정거래 관련 법규 위반사항을 새로운 '재무 리스크'로 인식하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올해 공정거래 항목을 중대 이슈로 새로 추가한 한샘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하도급법 또는 공정거래법 위반 시 공정위부터의 과징금 부과 및 손해배상 소송 등의 재무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중대 이슈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zionwk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