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철옹성' 뚫린 고속도로 휴게소 담배 판매…애연가 "환영"

외국 브랜드 담배 취급점 46개로 늘며 변화 바람 불고 있어
선택권 박탈당했던 소비자 불편 해소, 편의성 높아질 듯

한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에서 다양한 외국 브랜드 담배가 판매되고 있다. @이주현 기자

(서울=뉴스1) 이주현 기자 = "지방 출장이 잦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선호하는 담배 브랜드를 판매하지 않아 출발 전 매번 따로 구매하는 불편함과 역차별을 당해왔습니다. 최근 외국 브랜드 담배를 취급하는 휴게소가 늘어나고 있어 편해졌습니다."

전자담배 애연가 A씨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국산 브랜드 담배만 취급해 불만이 높았지만 그 관행이 허물어지는 것 같아 환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주말 수도권 한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에서는 특정 브랜드 제품만 판매했던 과거와 달리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 담배를 판매하고 있었다.

일반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외국 브랜드 담배가 한국 시장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34년간 철옹성처럼 뚫리지 않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관행이 깨지고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특정 브랜드 담배만 판매하는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단골 이슈였다. '불공정 거래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반복되곤 했지만 오랜기간 시정되지 않았다.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특정 회사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자사 제품만 취급하도록 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소비자의 선택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행위"라며 "이번 조치로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된 담배 시장에서의 경쟁이 정상화될 것과 상품 선택의 기회가 상당 부분 제약받았던 소비자의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장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까지 전국 250여개 고속도로 휴게소 중 외국 브랜드 담배제품을 취급하는 곳은 단 7곳뿐으로 여전히 전체의 2.8%에 불과했다. 2016년 3곳에서 6년간 4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애연가 B씨는 "상품 선택의 기회가 제약 받는 역차별로 소비자 권리와 편의를 침해 당해왔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결탁 등으로 없어져야 했을 대표적인 관행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에서 다양한 외국 브랜드 담배가 판매되고 있다. @이주현 기자

변화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됐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자 휴게소 사업자들은 특정 업체와 관계보다 고객 중심 경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규제와 법개정 없이 업체들의 자발적 변화가 이끌어 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여기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휴게소 음식에 대해 '밥값 거품' 논란을 언급하며 휴게소 사업 전반을 살펴보고 감찰을 진행한 것도 파장이 컸다.

관행이 허물어지자 지난해 연말 이후 이달 초까지 32개 고속도로 휴게소가 추가돼 39개로 늘었다. 이달 말까지 7개 휴게소가 더해지면 46개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런 현상은 전국으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외국 브랜드 담배 판매 고속도로 휴게소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관행 등의 이유로 지금까지는 특정 브랜드 담배제품만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 정부가 공정한 거래와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점점 많은 고속도로 휴게소가 소비자가 원하는 브랜드를 자유롭게 판매하는 분위기로 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현재 외국 브랜드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이인 △탄천 △영종대교 △완주(양방향) △관촌(양방향) △가평(양방향) △단양 △팔경(상행) △별내 △상주(하행) △서산(양방향) △선산(양방향) △안성(상행) △안성맞춤(제천방향) △예산(대전방향) △죽암(상행) △천안(양방향) △충주(상) △행담도(하행) △고양(양방향) △함양(양방향) △안동(양방향) △오창(상행) △의정부(구리) △홍천강 △고창(양방향) △문막(하행) △오산(양방향) △송산포도 등이다.

jhjh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