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왔다하면 '완판'…스타벅스 MD 상품의 인기 비결은?

홍석규 스타벅스 코리아 카테고리 MD팀장 인터뷰
까다로운 과정 거쳐 생산…가장 큰 고민은 '트렌드'

홍석규 스타벅스 카테고리MD 팀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5.2/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스타벅스 발렌타인MD 사러 13군데 뒤졌습니다"

"스타벅스 벚꽃MD 사러 아침 6시에 갔는데 5등이었어요"

스타벅스 MD 상품의 인기는 '두 말 하면 입 아픈' 이야기다. 한 번 나왔다하면 새벽에 줄 서기는 기본, 순식간에 다 팔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스타벅스 MD 상품을 구한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매년 말 한정 출시되는 '스타벅스 플래너'의 경우 음료 17잔을 마셔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조금만 게으름 피우다간 원하는 색상을 받지 못하기 일쑤다. 플래너 마니아들은 온라인에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들인다.

올해에도 그 열풍은 계속됐다. 1월 스타벅스에서 한정판으로 출시한 럭키백, 2월 발렌타인 시즌에 나온 고양이 콜드컵과 글라스, 3월 체리블라썸 시리즈 중 글라스서버는 출시 당일 전 매장에서 다 팔렸다.

매년 '완판(완전 판매)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스타벅스의 MD 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입사 16년차인 홍석규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 카테고리 MD 팀장을 만나봤다.

ⓒ News1

◇스타벅스 MD 상품의 인기 비결? "역시 디자인"

홍 팀장이 꼽은 스타벅스 MD 상품의 인기 비결은 단연 '디자인'이다. 전세계에 진출한 75개국의 스타벅스 중 디자인팀이 있는 국가는 미국과 한국밖에 없다. 미국이 본사 개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국만 유일하게 디자인팀을 보유한 셈이다.

연평균 출시되는 400여종 상품 중 약 80%인 320여종을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가 직접 디자인하고 있다. 국내에서 디자인한 MD 상품은 대부분 프로모션 기간인 한 달 이내 소진된다.

홍 팀장은 디자인팀을 꾸린 배경에 대해 "국내 고객의 눈높이가 워낙 높다"고 답했다. 한국 고객들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우면서도 고급스러움까지 추구한다. 여기에 스타벅스 고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각 시기에 맞는 분위기까지 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전세계 MD상품에 대한 트렌드를 연구하고자 여러 나라를 다닌다는 홍 팀장은 "국내 출시 상품 디자인이 결코 뒤쳐지지 않고 충분히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MD팀은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고객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프로모션이 끝날 때마다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파트너로 패널단을 꾸려 의견을 수렴한다.

이렇게 모인 의견을 분석해 디자인 회의를 거쳐 생산 작업에 들어간다. 본래 기획 의도대로 나왔는지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 번에 통과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MD상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수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지난해 플래너만 해도 다양한 피드백 검토를 비롯해 트렌드 수집을 위해 국내외 출장을 다니고 플래너 공장을 찾아가 제작 공정을 직접 확인했다. 최종 확정되는 플래너가 나오기까지 약 200여권의 디자인과 품질을 검수하는 과정을 거쳤다.

홍석규 스타벅스 카테고리MD 팀장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5.2/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스타벅스 MD상품의 '까다로운' 조건

고객이 원한다고 해서 모든 제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거나 스타벅스 차원에서 100% 파악할 수 없는 상품은 만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커피와 상관 없는 기술이 더 들어가야 하는 전자제품은 그 품질을 스타벅스 차원에서 보장하기 어려워 생산하지 않는다.

홍 팀장은 "스타벅스가 잘 알고, 경험했고, 커피 사업과 맞는 상품을 내야 자신감 있게 고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역시 미국 본사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한다. 본사에서 해당 업체를 직접 찾아가 생산 과정과 작업 환경, 사회공헌 정도, 직원들의 복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최근에는 액서서리나 생활용품으로 그 범위를 점차 넓히고 있다. 홍 팀장은 "텀블러와 머그 상품의 매출을 따라잡지 못하지만 판매되는 속도나 수량을 볼 때 이들 역시 만만치 않은 인기를 누린다"고 설명했다.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MD상품에 이토록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 팀장은 "한 번 소비하고 마는 커피나 푸드와 달리 MD상품은 고객들이 한 번 사면 계속 사용할 수 있어 브랜드 홍보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또 "MD 상품 출시 첫 날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 역시 스타벅스를 더 알려 매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 News1

◇'트렌드 따라잡기'는 영원한 숙제

고객들의 큰 사랑을 받는만큼 홍 팀장의 어깨는 항상 무겁다. 급변하는 트렌드를 어떻게 따라잡고 더 나아가 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MD 팀장으로서 짊어질 영원한 숙제다.

홍 팀장은 "6년 동안 MD 상품 개발에 참여해왔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트렌드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의구심을 가졌던 상품이 '대박'이 나고, 당연히 잘 팔릴 것 같던 상품이 의외로 안 팔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홍 팀장은 지난해 겨울 캠핑족들을 위해 출시한 랜턴 텀블러를 들었다. 캠핑 시즌인 봄, 여름이 아닌 크리스마스 즈음에 나와 '잘 팔릴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지만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반면 꾸준히 사랑을 받았던 코스터(컵받침) 상품이더라도 섣부르게 일본에서의 유행을 따라했다가 외면을 받았다는 것이다.

워낙 많은 상품을 만들고 트렌드가 돌고 돌다보니 간혹 예전과 비슷한 디자인의 상품을 기획할 때도 있다. 그때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다고 홍 팀장은 토로했다.

홍 팀장은 그럴 때마다 팀원들에게 '한 번 출시한 상품은 잊어야한다'고 조언한다. 지나간 성공으로 좋았던 기억에 얽매이면 똑같은 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전세계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홍 팀장의 자부심 한 켠에는 많은 업무로 고생하는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잡고 있다. 세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홍 팀장은 "내 가족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상품을 다양하게 만들어보자"며 직원들을 격려한다.

홍 팀장은 "'오바'일지 모르지만 한국 스타벅스 MD상품을 통해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좋아진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y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