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1723실만으론 안 된다"…WYD가 던진 서울 숙박 '골든타임' [숙박 없는 K-관광]③
"호텔만으론 한계…공유숙박·민박·공공시설 통합 체계 구축해야"
"가칭 '숙박업법' 제정 추진…바가지요금·부당 취소 방지 입법 속도"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몰려들 100만 인파는 한국 관광 숙박 인프라의 체질을 바꿀 '골든타임'이다.
호텔을 새로 짓는 정공법만으로는 폭증하는 외래객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명확한 만큼, 공유숙박·공공시설·홈스테이 등 서울 전역의 유휴 자원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탄력적 숙박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
일회성 임시방편을 넘어 학교·본당·공유숙박을 실제 가동하며 쌓일 안전·위생·예약 관리 노하우를 향후 대형 국제행사에 상시 가동할 국가적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호텔 객실은 6만 1723실 수준이다. 올해 7월 평균 객실가동률은 85%대였으며 3~4성급 호텔은 88~90% 수준까지 올라갔다.
호텔 공급도 빠르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3년 이후 서울의 연간 신규 호텔 공급은 약 1000실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부지 확보와 건축·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호텔만으로 단기간에 늘어나는 관광 수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원석 한국관광학회장은 WYD를 계기로 숙박 공급을 바라보는 정책적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외래객 3000만 명을 넘어 4000만 명 시대를 준비하려면 전통적인 호텔뿐만 아니라 공유숙박, 홈스테이, 한옥, 공공시설 등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숙박자원을 하나의 공급체계 안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에는 이미 호텔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숙박자원이 존재한다. 2026년 2분기 기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은 6567곳·1만 694실, 한옥체험업은 415곳·745실이 등록돼 있다.
다만, 등록된 시설이 모두 실제 관광객에게 공급할 수 있는 객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주민동의나 건축물 요건, 숙박 대상 등에 관한 제약 때문에 등록된 공급과 실제 활용 가능한 공급 사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숙박공급이 전혀 없는 것'과 '제도상 실제 활용 가능한 숙박공급이 부족한 것'은 구분해야 한다"며 "주민의 안전과 주거환경을 보호하면서도 합법적 사업자가 제도권 안에서 운영되도록 '진입 차단'에서 '제도권 안의 관리'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YD는 호텔 이외의 숙박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현재 서울시는 학교·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약 20만 명 규모의 숙박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233개 본당을 거점으로 약 3만 명 규모의 홈스테이도 추진 중이다.
서 회장은 학교와 공공시설을 단순히 '빈 공간'으로 보고 숙소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시설의 경우 냉방, 화장실, 샤워, 식수 등 위생·편의시설과 시설 파손 대비 보험·계약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있는 공간을 사용한다'는 접근에서 벗어나 '숙박 가능한 공간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과 관리 체계를 갖춘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홈스테이는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인의 일상과 생활문화를 경험하고 교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대형 국제행사에서 호텔 외 시설을 활용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WYD 당시 조직위는 47만 2926박의 숙박 가능 물량을 파악했고, 홈스테이에만 7138가구가 동참했다. 리스본시는 학교와 체육시설 등 100여 개 시설을 제공해 약 4만 2000명의 숙박을 지원했다. 프랑스 역시 2024년 파리 올림픽 당시 방학으로 비는 대학 기숙사를 임시 숙박자원으로 전환했다.
서 회장은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대체숙박의 일회성 동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평상시에는 지역사회 시설로 활용하되 대형 행사가 있을 때 관광숙박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탄력적 숙박 인프라' 구축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핵심은 WYD 기간에 몇 명을 임시로 수용하느냐를 넘어, 이번 행사를 통해 확인된 대체숙박의 운영 경험을 향후 관광정책의 상시 자산으로 남기는 것이다.
국회 역시 숙박 공급 다변화와 대규모 국제행사 대응을 위한 법제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계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공공시설과 대학 기숙사 등을 임시 숙박 인프라로 안전하게 전환할 매뉴얼을 구축하는 한편, 노후 숙박시설 리모델링과 농어촌 빈집 활용 지원으로 실질 수용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법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숙박업법' 제정 필요성도 제시됐다.
조 의원은 "일반숙박업, 생활숙박업,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 숙박 관련 업역이 여러 부처와 법령으로 나뉘어 관리되다 보니 현장 대응에 한계가 컸다"며 "가칭 '숙박업법' 제정을 추진해 난립한 제도를 통합하고, 안전과 위생 기준은 철저히 담보하되 공급 스펙트럼을 넓히는 입법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성수기마다 반복되는 요금 폭리와 일방적 예약 취소 행위에 대한 강력한 제재도 예고됐다.
조 의원은 "대통령께서도 대규모 행사 시 불공정 행태가 도시 이미지를 망친다며 엄중한 해결책을 주문한 바 있다"며 "최근 문체위 전체회의에 요금 게시 의무화, 정당한 사유 없는 일방적 예약 취소 금지, 위반 시 과태료 및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한 '관광진흥법' 개정안들이 상정되어 본격적인 소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래객 4000만 시대를 대비한 지방 숙박 인프라 확충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조 의원은 "서울에 편중된 관광 수요를 여수를 비롯한 지방 전역으로 분산해야 한다"며 "내년도 문체부 예산에 반영된 '지방대도시 호텔건립 지원사업'(연 750억 원 규모 융자 및 이차보전)이 실효성을 거두어 지방 주요 관광 거점에 양질의 숙박 시설이 적기 공급되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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