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OTA' 따라가선 먹힌다…"韓 토종여행사만의 체급 키워야"

[글로벌 여행플랫폼 공습 10년]② FIT 확대·플랫폼 투자에도 '체급 차'
생태계 경쟁 시작 단계…'한국 여행 전문성'으로 경쟁력 강화해야

편집자주 ...부킹닷컴과 익스피디아가 한국에 상륙한 지 10년. 글로벌 OTA 빅4가 세계 여행시장을 독과점한 가운데 중국 플랫폼까지 한국 시장을 양면으로 잠식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여행사는 체질을 바꾸지 못했고, 소비자 피해는 급증하는데 법과 소관 부처는 여전히 공백이다. 글로벌 여행플랫폼 공습 10년, 한국 여행산업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여행사 카운터에서 여행객들이 안내를 받고 있다 2026.3.8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수십 년간 '깃발부대'(단체관광) 패키지로 성장해 온 국내 종합여행사들이 생존을 위한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가 안방 시장까지 파고들자 패키지 의존도를 낮추고 자유여행(FIT) 상품을 확대하는 한편,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OTA 역시 AI 기반 검색과 추천, 데이터 고도화 등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OTA가 지난 10여년간 걸어온 길을 국내 업체들도 뒤따르기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하다. 국내 업체들이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사이 글로벌 OTA는 이미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넘어 메타서치와 액티비티, 결제, 고객 데이터를 아우르는 거대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패키지만 팔아선 못 산다"…FIT로 눈 돌린 종합여행사

글로벌 OTA의 공세 속에 국내 종합여행사들이 가장 먼저 손댄 것은 사업 구조다. 단체관광 중심이었던 수익 구조를 개별여행(FIT) 중심으로 빠르게 바꾸고 있다.

하나투어의 지난해 FIT 이용객은 460만 명으로 전년(375만 명)보다 22.7% 증가했다. 반면 패키지 이용객은 220만 명에서 209만 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FIT 이용객은 148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패키지 이용객은 65만 명으로 12%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FIT를 밑돌았다.

모두투어 역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FIT 성격의 상품 비중이 내부 기준 약 240% 증가했다. 기존 패키지 상품 외에도 에어텔과 세미패키지, 현지투어 등 자유여행 수요를 겨냥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노랑풍선도 항공권과 호텔, 액티비티 공급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패키지와 자유여행을 결합한 세미패키지를 확대하고 있다.

과거 패키지 상품 판매가 중심이던 종합여행사들이 이제는 항공권과 호텔, 액티비티까지 아우르는 형태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차세대 시스템 구축…"국내도 플랫폼 경쟁 뛰어들었다"

상품뿐 아니라 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빨라지고 있다.

하나투어는 AI 여행 에이전트 'H-AI'를 고도화하고 예약·정산 자동화와 사용자환경(UI·UX)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AI 에이전트 간 협업(A2A) 기반 체계도 구축 중이다.

모두투어는 차세대 통합 시스템 개발과 자사몰·모바일 예약 환경 개선, CRM 고도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상품 추천과 콘텐츠 제작, 예약 데이터 기반 개인화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노랑풍선 역시 AI 리뷰 분석과 AI 환불 캘린더, AI 기반 여권 인식(OCR), 생성형 AI 여행정보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향후 AI 상담센터(AICC)와 검색증강생성(RAG) 기반 업무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 OTA도 기술 경쟁에 뛰어들었다. 놀유니버스는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하며 글로벌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어때 역시 생성형 AI 검색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여행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외부 AI 서비스와의 연동을 확대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가 공통으로 선택한 생존 전략은 결국 '플랫폼화'다. 패키지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여행 전 과정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글로벌 OTA와 경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국내는 '플랫폼', 글로벌은 '생태계'…격차는 더 벌어졌다

문제는 속도다. 국내 여행사와 OTA가 이제야 플랫폼 전환에 나서는 사이 글로벌 OTA는 이미 플랫폼을 넘어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부킹홀딩스는 부킹닷컴을 비롯해 아고다와 카약(KAYAK), 프라이스라인, 오픈테이블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익스피디아그룹 역시 익스피디아와 호텔스닷컴, 브르보(Vrbo), 트래블로시티 등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운영한다. 트립닷컴그룹도 트립닷컴과 스카이스캐너, 취날(Qunar), 트래블퓨전 등을 연결하며 글로벌 여행 생태계를 구축했다.

투자 규모의 차이도 크다. 트립닷컴은 2023년 광고·마케팅에 약 1조 3000억 원, 연구개발(R&D)에 약 1조 원을 투자했다. 글로벌 OTA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기술과 데이터를 축적하는 동안 국내 업체들은 제한된 투자 여력 속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결국 같은 방식의 경쟁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있다.

국내 주요 여행사들은 프리미엄과 테마형 상품, 세미패키지, 소규모 여행 등 기획력이 필요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최저가 경쟁보다 상담과 일정 설계, 현지 운영, 위기 대응 등 여행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국내 OTA 역시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로컬 콘텐츠, 고객 경험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플랫폼과 같은 규모의 자본 경쟁보다는 국내 여행 생태계에 특화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OTA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난 10년 동안 국내 업체들도 FIT 확대와 플랫폼 고도화, AI 투자 등 변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OTA 역시 그만큼 더 빠르게 진화했다"며 "결국 가격 경쟁이 아니라 상품 기획력과 로컬 콘텐츠, 고객 경험 등 국내 업체만이 갖출 수 있는 경쟁력을 얼마나 키우느냐가 앞으로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