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 관광객, 서울만으론 안 돼…'신 코리아 게이트웨이' 구축해야"

박성혁 관광공사 사장 인터뷰…지방 관광 활성화 강조
"관광객 숫자보다 지역이 살아나는 성장 구조가 중요"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6.11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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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신분을 알리지 않고 경북 안동 구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발견한 아쉬운 점은 관련 팀에 피드백으로 전달했다. 지난 주말엔 경주로 향했다. 대구공항을 관광 허브로 만드는 전사 TF의 일환으로 접근성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다. 차를 끌고 가기도 하고, 대중교통을 타기도 한다.

박 사장이 그리는 한국 관광의 다음 판은 '지역'에서 시작한다. 그는 정부의 당초 목표였던 2030년 외래객 3000만 명 달성 시점을 2028년으로 2년 앞당기겠다고 선언했다. 그 핵심 동력으로 꼽는 것이 서울 집중을 깨는 지방 활성화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사장 집무실에서 만난 박 사장은 "일본이 지난해 4200만 명을 받았고, 지금 추세로 2028년이면 6000만 명을 넘길 것"이라며 "같은 시점 한국이 3000만 명에 못 미치면 격차가 너무 벌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8년 3000만 명이 되려면 연평균 17% 성장이 필요한데, 자연 성장률이 15%대니까 마케팅으로 '2%'를 더 만들어내겠다는 베팅"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방한객은 474만 명으로 500만 명에 육박했다.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8.8% 성장했다. 중동 분쟁과 유류할증료 인상이라는 악재 속에서 나온 수치다.

박 사장은 "마케터가 마케팅의 힘을 안 믿으면 누가 믿겠나"라고 덧붙였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6.11 ⓒ 뉴스1 김진환 기자
"수도권 편중을 깨라"…지방공항 TF가 만든 전세기 82편

박 사장이 가장 공들이는 의제는 '서울 집중 해소'다.

그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손댄 사업이 '지방공항 국제관광 허브화 TF'다. 올해 4월 발족했다. 부서 단위 개별 추진에서 벗어나 3개 본부 22개 부서가 칸막이를 제거하고 통합 실행 체계로 협업하는 구조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해 청주·대구공항에는 전세기가 단 한 대도 들어오지 않았지만, TF 발족 이후 지난달까지 82편의 전세기가 신규 유치됐다. 올해 1만 명 가까운 외래객이 이 두 공항을 통해 추가 유입될 것으로 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해외 지사도 지방공항과 매칭됐다. '지역유치 중점지사제'를 통해 청주공항은 타이베이·오사카지사가, 김해공항은 상하이·도쿄지사가 전담한다. 권역별로 모객 책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도쿄지사는 '소도시 30선'을, 타이베이지사는 'K-로컬 100'(K-local 100) 프로모션을 가동 중이다.

박 사장은 "외국인에게 지방이 단순 경유지가 아닌 체류 목적지로 인식되려면 지역 내 체류 가치와 근본적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지방공항이 외래객의 지역 유입과 전국 확산을 동시에 견인하는 '신(新) 코리아 게이트웨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공항에 이은 다음 단계는 '항만'이다. 박 사장은 "페리 탑승률이 현재 40% 미만인데, 마케팅으로 60%까지 채울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기회"라며 "항만을 중심으로 한 지역 관광협의체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다음 주 중국 칭다오로 출장을 잡았다. 페리 선사 CEO 10여 명과 만나 인바운드 확대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부산항에 입항한 스펙트럼호(한국관광공사 제공)
일본·중국은 '재방문', 북미·유럽은 '신규 공략'

박 사장의 시장 전략은 시장별로 접근 방식을 달리하는 '투트랙'이다. 그는 "일본·중국 의존에서 벗어난다기보다는 공격적 마케팅을 확대한다는 의미"라고 정리했다.

근거리 시장인 일본·중국은 '재방문율'에 집중한다. 일본 관광객의 4회 이상 재방문율은 44.7%로, 전 세계 평균 26.1%를 크게 웃돈다. 박 사장은 "일본 관광객의 평균 소비 지출액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들은 소위 '단골손님'으로 재방문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원거리 시장인 북미·유럽은 '신규 수요 창출'이다.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와의 협업이 핵심 카드다. 익스피디아의 고충성 고객층인 '원 키'(One Key) 멤버를 대상으로 호텔 네트워크를 활용한 특가 관광 상품을 구성하고 한국관광 전용관도 구축한다.

항공 노선 확보도 직접 챙긴다. 올해 영국 버진애틀랜틱이 한국에 신규 취항했다. 2020년 영국항공(BA) 단항 이후 6년 만의 런던 직항이다.

박 사장은 지난 4월 방한한 버진애틀랜틱 CEO와 직접 만나 공동 마케팅을 논의했다. 하반기 중 버진 항공편과 연계한 맞춤형 상품을 함께 프로모션할 계획이다. 독일에서는 티웨이항공과 손잡고 비즈니스 관광객 수요를 타깃으로 한 3자 협업도 가동 중이다.

글로벌 크루즈 선사 로얄캐리비안과의 협업도 가시적 성과를 냈다. 부산 기항 시 처음으로 선원 전용 셔틀버스를 운영했더니 평소 29%이던 하선율이 49%까지 올라갔다. 단순 운영 방식 하나를 바꿔 외래객의 한국 체류 시간과 소비를 늘린 사례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6.11 ⓒ 뉴스1 김진환 기자
"감 아닌 데이터로"…2027년 자연어 챗봇이 목표

마케터 출신 사장답게 박 사장이 강조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데이터'다.

공사는 지난 5일 '한국관광 데이터랩' 메인 화면을 개편했다. 데이터를 여행 전·중·후로 구분해 직관적으로 재정리한 것이 핵심이다. 연내 구글·네이버 기반 여행 검색 데이터와 숙박 예약·결제 데이터도 추가 제공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공지능(AI) 원클릭 보고서' 서비스를 도입한다. AI가 검색 데이터의 핵심을 요약해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는 보고서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2027년에는 자연어 챗봇으로 데이터를 질의·응답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박 사장은 "데이터는 관광객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찾고 소비하는지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며 "감이나 경험에 의존하는 마케팅은 한계가 있다. 데이터 퍼스트가 K-관광이 정확하고 전략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마지막으로 "임기 말 성과를 방한객 숫자만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다"며 "한국 관광이 '서울'로만 설명되지 않고, 지역을 떠올리면 각 지역의 색깔을 담은 관광 콘텐츠가 떠오를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