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뒤지지 않네"
외국인 대상 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감사의 정원 코스 경험
·파이프 오르간·무용단 연습 직관…광화문, 고부가 관광 콘텐츠로 부상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굳게 닫힌 무대 뒤편, 세종문화회관의 '백스테이지'(Backstage)가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관광 상품으로 개방됐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이 평소 베일에 싸여 있던 공연장 내부를 전격 공개하며 새로운 몰입형 문화 경험을 선보이고 있다.
과연 외국인들을 사로잡을 고부가가치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 28일 오전 서울관광재단이 진행한 광화문 일대 예술관광 자원 팸투어 현장에 직접 참여해 봤다.
이날 팸투어에는 서울 예술관광 얼라이언스(SATA) 소속 인바운드 여행사 실무자 20여 명이 함께했다. 코스는 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 투어와 광화문광장 내 신규 공간인 '감사의 정원' 해설 투어로 구성됐다. 외국인 대상 상품을 기획하는 일선 실무자들과 함께 70분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 투어는 뜻밖에도 건물 외부에서부터 시작됐다. 해설은 KBS 9시 뉴스 앵커 출신 유정아 전 아나운서가 맡았다. 그는 외국인 대상으로는 매끄러운 영어로 진행한다.
유 해설사는 세종문화회관 정면을 가리키며 "수세기 동안 이 공간은 국가의 중심축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운을 뗐다. 광화문이 '주권의 빛이 온 세상으로 펼쳐지다'라는 뜻을 가진 경복궁의 정문이며, 그 앞 육조거리가 조선시대 행정의 핵심이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 시대를 거쳐 민주화 운동의 현장이 된 역사까지, 건물 앞에 선 채로 광화문 일대의 600년 역사가 압축되어 다가왔다.
유 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건물로 들어가 곳곳에 숨겨진 문화적 상징들을 살펴봤다.
외벽의 격자 문양은 4세기 인도에서 전래된 우주적 질서와 조화를 의미하는 만자(卍)형 문양이라는 설명이 귀에 들어왔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6개의 팔각형 기둥과 양쪽 벽면의 비천상 부조는 생황과 대금을 불며 하늘로 오르는 선녀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건 로비 내부 중앙 배경에 새겨진 '박쥐' 문양이었다.
유 해설사는 "서양에서는 불길한 존재로 여겨지는 박쥐가 동아시아에서는 행운의 상징"이라면서 "한자로 박쥐 '蝠'(복) 자가 복을 뜻하는 '福'(복)과 음이 같은 데다, 배경색도 동짓날 팥죽 색깔처럼 붉은 계열로 액을 쫓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공간에서의 음악이 잘 되기를, 오시는 청중들도 모두 잘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라고 풀어냈다. 로비에는 백남준의 1999년 작 '호랑이는 살아있다'가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관객의 시선이 닿지 않는 예술가들의 실제 작업 공간, 대극장 내부로 진입하자 정교한 무대 기술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가로 22m, 깊이 20m, 높이 15m의 거대한 무대 위로 올라가 텅 빈 객석을 바라보는 경험은 생경했다.
유 해설사는 "머리 위 천장에는 막 전환을 위한 현수봉 43개가 달려 있고, 발밑의 지름 17m짜리 회전 무대는 180도를 도는 데 정확히 55초가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무대 앞 오케스트라 피트는 지하 2층에서 단원 80명을 태우고 올라오는 구조였다.
공연이 없는 시간, 그 모든 장치가 고스란히 드러난 무대 감독석과 연출 공간을 걷다 보니 벽면의 기하학적 석고 문양이 디자인뿐 아니라 음향 조절 기능을 겸한다는 디테일한 사실에도 눈길이 쏠렸다.
무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파이프 오르간도 시선을 압도했다. 1978년 개관 당시 독일 칼 슈테 사에 별도 주문 제작한 것으로, 당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유 해설사는 "겉모습은 한국의 거문고를 형상화했고, 위쪽으로 살짝 솟은 부분은 기와와 처마의 곡선에서 따왔다"며 "범종 소리를 음향에 녹여 한국적인 울림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언젠가 콘서트 전용홀로 거듭날 때 복원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대극장을 나서면 챔버홀, M씨어터, S씨어터로 이어졌다.
유 해설사는 "세종문화회관의 건축 구조가 한옥의 안채·안뜰·사랑채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며 "대극장이 안채라면 챔버홀과 M씨어터·S씨어터는 사랑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투어는 무용단 연습실 견학으로 연결됐다. 세종문화회관은 국악관현악단, 무용단, 합창단 등 7개 산하 예술단체를 두고 있는데 이는 유럽의 유서 깊은 극장들이 운영해온 정통 방식이다. 마침 전문 무용단원들이 '한량무' 연습하는 모습을 아주 가까이서 직관하는 특별한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투어의 마지막은 대극장 옥상 전망대가 장식했다. 광화문광장과 경복궁, 서울 도심이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탁 트인 공간으로, 오는 10월 공식 개방을 앞두고 사전 공개되어 참가자들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바빠졌다.
이날 팸투어의 두 번째 코스로는 지난 12일 광화문광장에 개장한 신규 공간 '감사의 정원'이 소개됐다.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이 공간은 6·25전쟁 참전국에 대한 감사를 담아 조성됐으며, 지상에는 높이 6.25m 조형물 23개로 구성된 '감사의 빛 23'이 설치되어 있다. 매일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레이저 쇼가 펼쳐져 광화문 야경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지하에 마련된 몰입형 미디어 전시 공간 '프리덤홀'은 전쟁의 기억과 희생, 대한민국의 성장 과정을 담아 무료로 운영되며 하루 12회 전문 도슨트 해설이 제공된다. 재단 측은 미국 워싱턴 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관처럼 참전 기념 공간을 고품격 공공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해외 사례와 맥을 같이하며 차별화된 역사 관광 코스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어를 마친 뒤 만난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처럼 한국의 문화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체험하는 상품을 선호한다"며 "이미 대학로 연극 무대 백스테이지 투어에서도 참가자의 95% 이상이 대만족을 표했던 경험이 있어 성공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명소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투어와의 비교를 묻자 길 대표는 "콘텐츠의 서사와 디테일한 면에서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실제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 등 세계 주요 관광 도시들은 대형 공연장의 백스테이지 투어를 핵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운영하며 쏠쏠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서울관광재단 역시 SATA 출범 이후 이 같은 인바운드 여행사들의 현장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팸투어를 꾸준히 운영하며 상품화를 조율해 왔다.
세종문화회관 백스테이지 투어는 현재 외국인을 대상으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에 운영되며 내국인은 외국인 인솔자나 동반자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seulbi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