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결제시 할인' 또 대리점 먹튀…'여행사 간판'에 속지 마세요

하나·모두 이어 노랑풍선까지… 엔데믹 틈탄 '대리점 먹튀' 재발
KATA "강제 규제는 한계… 문체와 인식 개선 캠페인 추진"

서울 종로구 한 여행사 모습. 2024.12.30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온라인 예약이 대세가 된 시대에도 오프라인 대리점을 찾는 중장년층의 신뢰를 겨냥한 여행사 사기가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있다. 최근 노랑풍선(104620) 공식 대리점에서 발생한 190여 명 규모의 횡령 사건은 브랜드 간판을 믿고 대면 상담을 선택한 소비자들에게 다시 한번 큰 충격을 안겼다.

하나·모두 이어 노랑풍선까지…반복되는 '대리점 잔혹사'

1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여행업계의 대리점 사기 사건은 대형 여행사의 브랜드 신뢰도를 악용해 고객 대금을 개인 계좌로 편취하는 전형적인 수법이 매년 되풀이되며 산업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엔데믹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시점을 노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대리점의 일탈이 전국적으로 이어지며 매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의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실제로 여행사 대리점 사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과 2018년 하나투어(039130) 경기 대리점 사고에 이어, 2023년에는 모두투어네트워크(080160) 강남 대리점주가 고객 대금 약 100억 원을 가로채 잠적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매년 허니문 전문 여행사나 중소 대리점에서 현금 추가 할인을 미끼로 대금을 편취한 뒤 폐업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여행사들은 법적 책임이 불분명한 상황임에도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본사 예산으로 메꾸는 '도의적 책임'을 져왔다.

'독립 사업자' 구조의 사각지대

이처럼 사기 잔혹사가 멈추지 않는 배경에는 대형 여행사가 몸집을 불리기 위해 취해온 '위탁 대리점 체제'의 구조적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대형 여행사의 오프라인 매장은 대부분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이 아닌, 브랜드 사용 계약을 맺은 독립 사업자 형태다.

본사는 적은 자본으로 유통망을 확장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이득을 취하지만, 대리점은 법적으로 별개 사업체라는 이유로 내부 직원의 일탈이나 자금 흐름에 대한 본사의 실시간 감시 체계는 사실상 전무했다.

특히 정보 접근성이 낮은 중장년층 고객들이 "본사 로고가 박힌 간판"만 보고 점주의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내는 점을 사기의 핵심 고리로 삼고 있다. 여기에 패키지여행 시장 특유의 유연한 예약 관행도 화를 키웠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행사들은 고객 편의를 위해 가예약을 먼저 잡고 나중에 결제하는 문화를 유지해 왔다"며 "고객을 배려하기 위한 이 '선(先)예약 후(後)결제' 시스템이 오히려 대리점이 본사 몰래 개인 계좌 입금을 유도할 수 있는 시간적 틈새와 구조적 사각지대를 제공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돈줄 꽉 잠근다"…'본사 직접 결제' 시스템으로 원천 봉쇄

이에 주요 여행사들은 대리점과의 금전적 접점을 원천 차단하는 강수를 두고 있다. 하나투어는 공식인증센터를 통해 본사 인증 대리점임을 명확히 알리는 동시에 직관적인 확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약 즉시 고객 휴대전화로 △예약 확인 △결제 안내 △여행 계약서 동의 등 3단계 알림이 본사 공식 채널로만 발송되도록 해 돈이 반드시 하나투어 법인 계좌로만 입금되도록 강제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모든 결제는 본사 시스템을 거쳐야만 본사가 전적인 책임을 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노랑풍선은 지난 9일 대리점의 독자적 결제 권한을 폐지하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예약 접수부터 정산까지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일원화하고 전 대리점에 본사 공식 결제 기준 포스터 부착을 의무화해 현장에서의 비정상 거래를 즉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교원투어 역시 모든 계약 시 본사 시스템을 통한 가상계좌 및 ARS 결제를 의무화하고, 대리점주의 보증보험 가입과 연대보증 등 이중 안전장치를 세웠다.

시스템 보완과 더불어 업계 차원의 대대적인 인식 개선도 추진된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소비자 인식 개선 캠페인 등을 협의 중에 있다"며 "대리점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하나의 독립된 여행업체이고 업체 간의 계약 문제가 얽혀 있다 보니 본사나 정부가 강제로 개입할 수 있는 규제의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