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만원 항공권, 결제했더니 129만원…취소 요청엔 "수수료 66만원"

업체 "15초 차이로 가격 변동"…소보원 신고하자 '전액 환불'
OTA '미끼 가격' 주의보…기기·계정 따라 수십만 원 '널뛰기'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 직장인 B씨는 최근 글로벌 여행 플랫폼(OTA) A사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사 앱에서 68만 원짜리 항공권을 확인하고 '결제하기' 버튼을 눌렀지만, 정작 통장에서 빠져나간 금액은 두 배에 가까운 129만 원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B씨가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기가 막혔다. 상담원은 "시스템 오류는 없다"며 "고객이 결제 버튼을 누르기 불과 15초 전(오후 6시 51분 45초)에 가격이 변동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취소를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취소 수수료만 66만 원을 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글로벌 OTA들의 이른바 '고무줄 가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저가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결제 단계에서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거나, 접속 기록(쿠키)에 따라 가격을 달리 보여주는 '다크 패턴'(Dark Pattern·눈속임 상술) 의혹이 제기된다.

"나만 더 비싼가?"… 기기·계정 따라 수십만 원 '널뛰기'

피해는 B씨만의 일이 아니다.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에는 A사의 들쭉날쭉한 가격 정책에 당했다는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또 다른 이용자 C씨는 "가족 여행을 위해 숙소를 검색하다가 뭔가 이상해서 동생 휴대폰으로 같은 조건을 검색해봤다"며 "놀랍게도 내 폰에는 50만 원대로 뜨던 숙소가 동생 폰에는 30만 원대로 나왔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간, 같은 상품임에도 접속 기기나 계정에 따라 20만 원 가까운 가격 차별이 발생한 셈이다.

잠깐 다른 상품을 보고 온 사이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용자 D씨는 "다른 호텔과 비교해 보려고 잠시 페이지를 나갔다 들어왔더니 그사이 가격이 올라 있었다"며 "소비자의 조급한 심리를 이용해 비싼 가격에 결제하게 유도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소비자를 우롱하는 가격 정책이 반복되자,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웃지 못할 '생존 매뉴얼'까지 공유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검색 기록(쿠키)이 남으면 가격이 계속 오르니 반드시 '시크릿 모드'를 써야 한다", "로그인을 하지 않거나 친구의 휴대전화로 가격을 '교차 검증'하는 것이 필수"라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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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원 신고하자 '백기'…"입증 책임은 소비자 몫"

앞선 B씨의 사례는 소비자가 거대 플랫폼의 알고리즘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B씨는 결국 국민신문고와 한국소비자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국민신문고 측은 해당 사례에 대해 "결제 직전 창에 표시된 가격과 실제 결제 금액이 현격히 차이 나는 것은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기만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A사는 기관의 신고가 접수되자 태도를 바꿨다. A사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 건에만 예외적으로 전액 환불을 진행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소비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고스란히 60만 원이 넘는 손해를 떠안을 뻔한 셈이다.

이에 대해 A사 측은 "가격 투명성과 고객 신뢰를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A사 관계자는 <뉴스1>에 "항공권 요금은 제휴 파트너사로부터 제공되며 실시간으로 변동될 수 있다"면서도 "체크아웃 단계에서 큰 폭의 가격 변동이 발생하는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 기술적 오류 가능성을 포함해 해당 사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씨는 "처음 상담센터에선 시스템 오류는 절대 없으며, 정상적인 가격 변동이라며 소비자의 귀책 사유인 것처럼 몰아세웠다. 소비자원에 신고 등을 했다고 밝히니 '기술적 오류' 가능성을 언급하며 환불을 해줬다"고 전했다.

"알고리즘 핑계 대면 속수무책"… 입증 책임은 오롯이 '소비자 몫'

한국소비자원은 이러한 '다이내믹 프라이싱'(가변 가격제) 논란에 대해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표시된 금액과 실제 결제 금액이 다른 것은 명백한 부당행위지만, 업체가 내부 기밀인 알고리즘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원은 수사기관이 아니어서 자료 제출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며 "결국 소비자가 결제 전 과정을 캡처하거나 녹화해 스스로 증빙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조언했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