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1200개 '붕어빵'…반도체처럼 관광도 '불량 검수' 해야"

야놀자리서치 2026 전망 간담회 개최
국내여행 '설렘' 없어 외면, 외국인 지방 갈 '라스트마일' 끊겨

크리스마스인 25일 서울 명동거리에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5.12.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전국 축제만 1200개가 넘는데 대부분 '붕어빵 찍어내기' 식입니다. 한국인이 국내 여행에 지갑을 닫는 건 비싸서가 아니라 '설렘'이 없기 때문입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MDM센터에서 열린 '2026 인·아웃바운드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관광 산업의 현주소를 이같이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는 장밋빛 숫자 전망보다는 왜 우리 국민조차 국내여행을 외면하는지에 대한 자성과 구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장 원장은 만성적인 관광수지 적자(연간 약 100억 달러)의 근본 원인을 소비자가 느끼는 '경험 가치 격차'에서 찾았다.

그는 "2030 세대에게 해외여행은 '미래를 위한 투자'인 반면, 국내 여행은 단순히 주말을 때우는 '기능적 소비'로 치부된다"며 "실제 조사에서도 국내 여행 시 해외여행 비용의 절반 이하만 쓰겠다는 응답이 54.6%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장 원장은 원인을 공급자 중심의 안일한 기획에서 찾았다. 지자체들이 옆 동네 성공 사례를 베끼는 '복사+붙여넣기'(Copy&Paste) 행정으로 식상함과 오버투어리즘만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관광 산업도 제조업 수준의 철저한 품질 관리(QC)이 필요하다고 장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제품을 설계하고 불량을 검수하듯 관광 역시 철저한 '경험 설계'(Experience Engineering)가 필요하다"며 △프리미엄 테마 여행 △로컬 스토리텔링 강화 △유휴 공간 업사이클링 등을 구체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 겸 미국 퍼듀대학교 교수가 29일 오전 서울 대치동 MDM센터 사옥에서 2026 인·아웃바운드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외국인 관광객의 수도권 편중 해소책으로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을 제안했다. 지방 거점 공항(Hub)에 외항사를 유치해 인근 도시(Spoke)로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최 교수는 "지방 공항에 내려도 실제 관광지로 이동할 '라스트 마일'(Last Mile) 교통편이 전무하다"며 "외국인이 렌터카 없이 대중교통만으로 지방을 여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티맵(Tmap) 이동 데이터 분석 결과 수도권 내 연결성은 높지만 서울과 지방, 지방 거점 도시 간 연결 고리는 끊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부산 해운대에서 경주 불국사로 가려 해도 대중교통으로는 이동이 너무 어렵다"며 "일본 세토우치처럼 광역 지자체가 연합해 통합 브랜딩과 광역 교통망을 구축해야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야놀자리서치는 2026년 방한 외래 관광객이 역대 최대 규모인 2036만 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민 해외여행 역시 3023만 명까지 늘어나며 약 1000만 명 규모의 인·아웃바운드 불균형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가 29일 오전 서울 대치동 MDM센터 사옥에서 2026 인·아웃바운드 수요 예측과 관광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News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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