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대신 야자수…연말에도 반팔 입는 나라들의 크리스마스

홍콩·싱가포르·태국·호주·제주, 따뜻한 연말 풍경
평균 18~28도 '겨울 없는 겨울'이 펼쳐지는 도시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원더랜드(싱가포르관광청 제공)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눈 대신 바다와 야자수가 크리스마스를 장식한다. 두툼한 외투가 필요 없는 평균 기온 20도 안팎의 도시들에서는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가 한층 가볍고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홍콩의 도심 광장부터 싱가포르의 해변과 정원, 태국의 야외 축제, 호주의 여름 바다, 그리고 제주 겨울 해변까지. 올겨울, 크리스마스는 눈 내리는 북유럽이 아닌 따뜻한 나라에서 더 크게 빛나고 있다.

몰입형 라이트 쇼 인 센트럴(홍콩관광청 제공)
홍콩, 도시 전체가 크리스마스가 된다

홍콩의 12월은 겨울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평균 기온은 18~22도. 두툼한 패딩 대신 얇은 재킷이면 충분한 날씨 속에서 도시는 연말을 맞는다. 센트럴 일대는 이 시기만 되면 거리 자체가 크리스마스 무대로 바뀐다.

황후상 광장은 연말마다 '크리스마스 타운'으로 변신한다. 광장 한가운데에는 20m에 가까운 대형 트리가 세워지고 장난감과 리본, 미니어처 열차 장식이 더해지며 동화 같은 풍경을 만든다.

해가 지면 캐럴 공연이 이어지고 산타클로스가 광장을 누비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인근에서는 샬레 형태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와플과 핫초코, 선물가게가 줄지어 들어선다.

황후상 광장에서 차터 로드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조명으로 덮인다.

30그루가 넘는 가로수에 불이 들어오고 금융 빌딩 입구와 인도교 위까지 트리 모양 조명이 설치된다. 오후 5시, 조명이 켜지는 순간 차터 로드는 야외 크리스마스 무대로 바뀐다.

쇼핑몰 랜드마크 아트리움 내부에서는 대형 전시와 체험형 공간을 운영해 낮과 밤 모두 볼거리가 이어진다.

올해는 센트럴 일대의 주요 건물 외벽을 활용한 대규모 라이트 쇼도 펼쳐진다. 고층 빌딩 외벽에 순록과 눈사람, 선물 상자를 음악과 함께 투사하며 도심 야경 자체가 크리스마스 장면으로 바뀐다.

오차드 로드에서 펼쳐지는 크리스마스 온 어 그레이트 스트리트(싱가포르관광청 제공)
싱가포르, 열대의 밤이 빛난다

싱가포르의 12월 평균 기온은 26~30도. 크리스마스를 반팔로 보내는 도시다. 눈 대신 조명, 벽난로 대신 야자수가 있는 연말이다. 이 시기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축제 동선처럼 연결한다.

센토사섬에서는 연말까지 영화 테마를 활용한 대형 설치물이 이어진다. 산책로를 따라 조성된 공간에는 영화 속 장면을 구현한 구조물이 등장하고, 밤이 되면 음악과 조명이 결합된 야간 쇼가 펼쳐진다. 리조트 지역은 연말 시즌에 맞춰 테마 디너와 야외 공연으로 분위기를 더한다.

오차드 로드는 싱가포르 크리스마스의 상징이다. 쇼핑 거리 전체가 조명 터널로 변하고, 대형 트리와 퍼레이드, 거리 공연이 이어진다. 밤이 되면 낮의 더위가 가라앉고, 열대의 밤공기 속에서 연말 특유의 설렘이 살아난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는 실내 돔 안에서 미니어처 기차 전시가 펼쳐지고, 야외 공간은 조명 구조물과 마켓으로 채워진다. 12월 31일 밤, 마리나 베이에서는 새해 카운트다운과 불꽃놀이가 펼쳐지며 연말의 정점을 찍는다.

태국 방콕의 크리스마스 시즌 풍경ⓒ AFP=뉴스1
태국 방콕, 불빛으로 채운 열대의 연말

방콕의 12월은 태국에서 가장 걷기 좋은 계절이다. 평균 기온은 24~30도. 습기가 줄고, 해가 지면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 시기 방콕의 크리스마스는 거리와 쇼핑몰, 강변으로 퍼진다.

센트럴월드 광장은 연말마다 대형 트리와 조명 연출로 가득 찬다. 쇼핑몰 외벽에는 미디어 조명이 흐르고, 저녁 시간에는 라이브 공연이 이어진다. 인근 시암 지역의 대형 쇼핑몰들도 크리스마스 장식과 연말 이벤트로 분위기를 더한다.

짜오프라야 강변은 또 다른 무대다. 강을 따라 운항하는 디너 크루즈에서는 크리스마스 메뉴와 라이브 음악이 함께 제공된다. 강 위에서 바라보는 방콕의 야경은 열대 도시만의 연말 풍경을 완성한다. 호텔들은 크리스마스이브와 연말 갈라 디너를 운영하며, 불꽃놀이와 재즈 공연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여행객을 맞는다.

산호가 산란하는 모습(퀸즐랜드주관광청 제공)
호주, 바닷속에서 피는 크리스마스

호주 퀸즐랜드의 12월은 한여름이다. 평균 기온은 25~32도. 크리스마스를 바다에서 맞는다. 이 시기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는 산호가 동시에 산란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정자와 알이 바닷속으로 퍼지며 수중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무어 리프와 레이디 엘리엇 아일랜드 인근에서는 이 장면을 관측할 수 있다. 물속 시야가 가려질 만큼 산란이 이어지고, 바닷속은 마치 눈보라가 이는 듯한 풍경으로 바뀐다. 크리스마스 시즌과 겹치며 '지구에서 가장 이색적인 연말 풍경'이 만들어진다.

퀸즐랜드의 해변 도시에서는 산타 모자를 쓴 사람들, 바비큐 파티, 해변 캐럴 공연이 이어진다. 호주의 크리스마스는 겨울을 완전히 벗어난 연말이 어떤 모습인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다.

마디나 주메이라 페스티브 마켓(두바이관광청 제공)
두바이, 사막과 바다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

두바이의 12월은 겨울이라기보다 온화한 휴양 시즌에 가깝다. 평균 기온은 낮 22~26도, 밤에도 18도 안팎으로 유지돼 외투 없이도 연말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눈 대신 햇살과 바다, 사막이 어우러지는 두바이는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윈터 선' 여행지로 주목받는다. 도심 전역에는 대형 트리와 조명,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서고 호텔과 레스토랑은 연말 메뉴와 이벤트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낮에는 바다와 사막을 오간다. 팜 주메이라의 팜 웨스트 비치는 산책로를 따라 카페와 레스토랑이 이어져 바다를 보며 크리스마스 식사를 즐기기 좋다.

요트를 타면 버즈 알 아랍과 아틀란티스 더 팜을 배경으로 연말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사막에서는 듄 배싱과 낙타 타기, 샌드보딩이 이어지고 두바이 사막보호구역에서는 가이드 투어와 베두인 문화 체험이 진행된다.

하자르 산맥 인근 하타 지역에서는 하이킹과 카약으로 또 다른 겨울 풍경을 만난다.

도심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조명 쇼가 이어진다. 마디나 주메이라 페스티브 마켓은 대형 트리와 시즌 푸드, 전통 보트 아브라를 활용한 산타 투어로 연말 분위기를 더한다.

엑스포 시티 두바이와 주메이라 일대에서는 공연과 워크숍, 키즈존이 운영되고 두바이 몰과 몰 오브 더 에미레이트에는 산타 그로토와 아이스 링크, 대형 트리가 설치된다.

쇼핑 시즌도 본격화된다. 연말부터 이어지는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 기간에는 대형 몰과 전통 수크에서 대규모 할인과 이벤트가 펼쳐진다.

비치 크리스마스 & 메모리 2025 포스터(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겨울 바다에서 맞는 크리스마스

제주의 12월은 눈보다 파도가 먼저 떠오른다.

평균 기온 8~12도의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제주는 크리스마스를 해변으로 끌어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13일부터 25일까지 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일대에서 겨울 해변 축제 '비치 크리스마스 & 메모리 2025'를 연다.

이번 행사는 제주가 처음 선보이는 겨울 해변 크리스마스다. 축제 기간에 함덕해변 곳곳에는 '비치 크리스마스 빌리지'가 조성돼 해변 조명 포토존과 체험형 콘텐츠가 이어진다. 모래 위 보물찾기, 산타 우체통,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만들기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됐다.

seulb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