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만 맛볼 수 있어요"… 벨기에 크리스마스 맥주의 비밀
중세 수도원에서 시작된 계절 한정 양조
10~12도에서 가장 풍미 살아나는 '따뜻한 맥주'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연말이 다가오면 전 세계 맥주 애호가들이 기다리는 한정판이 있다. 바로 벨기에의 '크리스마스 맥주'(Christmas Beer)다.
진한 몰트(맥아, 엿기름)와 향신료 풍미가 어우러진 이 맥주는 일반 라거와 달리 약 10~12도 정도의 온화한 온도에서 마셔야 맛이 살아난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벨기에관광청이 추천한 벨기에 겨울 맥주를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크리스마스 맥주는 본래 겨울에 찾아오는 순례자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수도승들이 따로 빚던 '특별 배치'에서 유래했다.
추운 계절에 체온을 높일 수 있도록 알코올 도수가 자연스럽게 올라갔고 건포도·계피·정향·캐러멜·흑설탕·오렌지필 등 다양한 향신료가 더해지며 지금의 풍미를 갖추게 됐다.
양조장들은 해마다 제조법을 조금씩 바꿔 '올해만 맛볼 수 있는 시즌 한정판'을 만든다. 대부분 8월부터 양조를 시작해 몇 달 동안 숙성시키고 겨울이 깊어질 무렵 최적의 상태로 출시한다.
한국처럼 낮은 온도로 벌컥 마시는 문화가 익숙한 이들에게 벨기에 크리스마스 맥주의 온도는 낯설다. 너무 차갑게 마시면 스파이스 향이 죽고, 은은한 단맛도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현지에서는 잔을 살짝 데워 향을 먼저 열어준 뒤 천천히 향을 맡고 한 모금씩 음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라거처럼 마시는 맥주가 아니라, 와인처럼 즐기는 맥주'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풍부한 바디감 덕분에 크리스마스 맥주는 겨울 음식과의 궁합이 좋다. 단단하게 숙성된 치즈의 고소한 풍미와 잘 어울리고 오븐에서 구운 고기나 벨기에식 비프스튜처럼 묵직한 요리와도 조화를 이룬다.
디저트와의 궁합도 뛰어나 다크 초콜릿이나 슈톨렌, 시나몬 쿠키, 생강빵과 함께 즐기면 향신료의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
한국 음식과도 잘 맞는데 수육이나 양념갈비처럼 단짠이 조화된 요리 또는 간장 베이스의 따뜻한 겨울 음식과 함께하면 색다른 페어링을 경험할 수 있다. 달콤한 호떡과 함께 마시는 조합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벨기에는 크리스마스 맥주를 단순한 계절상품이 아니라 '12월에만 찾아오는 친구'처럼 여긴다.
가정마다 그해의 크리스마스 맥주를 고르는 것으로 연말 준비를 시작하고 전용 잔과 함께 구성된 한정 패키지는 가장 인기 있는 선물 중 하나다. 크리스마스 전야에는 가족이나 친구가 벽난로 앞에 모여 함께 한 잔을 나누는 풍경이 흔하다.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켓에서도 이 맥주는 빠지지 않는다. 야외에서 즐기는 크리스마스 맥주에 따뜻한 와플을 곁들이는 것은 벨기에의 '정석 조합'으로 통한다.
또 해마다 바뀌는 라벨을 모으는 '라벨 콜렉터'들도 있어 크리스마스 맥주는 맥주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브뤼셀·안트워프·브뤼헤·겐트·디낭 등 주요 도시는 이미 크리스마스 마켓 시즌에 돌입했다. 중세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시 중심가에서 열리는 만큼,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쉽게 만끽할 수 있다.
목재 오두막에서는 지역 특산품과 수제 공예품을 판매하며,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맥주·와플·초콜릿·홍합 요리 등 벨기에 대표 미식을 즐길 수 있다.
운영 기간이 11월 말부터 1월 초까지 이어져, 여행 일정에 여유를 두고 계획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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