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을 왜 外人 관광객에게"…출국납부금 현실화 한목소리
관광기금 연 1400억 줄고 지자체 예산 20% 삭감
국회·정부·학계·업계 "복원 아니라 정상화해야"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서울=뉴스1)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 해외 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겠다면서 출국세를 깎아 관광 인프라 투자에 사용돼야 할 관광기금이 소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금이 고갈되면 일반회계로 전환돼 국민의 세금으로 이를 충당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되레 출국세를 깎아준 것이다.
세계적으로 출국세를 인상하고 관광세와 숙박세까지 걷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4일 정부와 국회, 학계, 관광업계가 한목소리로 출국납부금의 '복원'을 넘어 '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출국납부금 제도 개선 간담회'에서는 관광진흥개발기금의 핵심 재원인 출국납부금이 지난해 1만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된 이후, 지역 관광예산 축소와 기금 부채 확대 등 구조적 부작용이 가시화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훈 국회 관광산업포럼 공동위원장은 "2030년이면 전 세계 관광객이 20억 명에 달하고, 한국 관광산업 규모는 1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제 관광은 GDP의 10%를 책임질 국가 핵심 산업으로, 재원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OECD 평균 출국세가 2만 9000원, 일본도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만 역행해서는 안 된다"며 "정책적 지원과 서비스 체계 강화를 위한 국회 논의가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
발제를 맡은 윤혜진 경기대 관광개발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관광수지 적자는 공항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출국납부금 인하가 관광산업의 기반 약화를 불러온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OECD 평균 출국세는 약 3만 원, 일본은 3만9000원, 베트남은 3만 원인데 한국은 공항이용료를 포함해 2만4000원 수준"이라며 "20여 년 만의 인하로 관광기금이 연간 1400억 원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30년이면 관광진흥개발기금 적자가 1조 139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결국 일반회계로 전가돼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헌법재판소도 출국세를 위헌이 아닌 '특별부담금'으로 인정했다"며 "이는 관광 인프라·공항 서비스·결제 시스템 개선 등 출국자의 편익에 직접 쓰이는 구조로 국민이 납부 목적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교수는 "MZ세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인상에 거부감이 없다"며 "커피 한 잔 값 수준의 세금이라면 '내가 낸 기여금이 관광 발전에 쓰인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명한 용처 공개와 홍보 캠페인을 병행해야 조세 저항이 낮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경수 한국관광협회중앙회장은 "출국납부금 인하 이후 전국 17개 시도 관광협회의 조사 결과, 지자체 관광예산이 평균 20% 줄었다"며 "축제나 지역 홍보사업이 중단되면서 지역경제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진흥기금의 축소는 곧 산업의 체력 저하"라며 "복원이 아니라 물가와 국제 수준에 맞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류광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세계 각국은 엔데믹 이후 관광세를 신설하거나 인상하며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한국은 오히려 인하해 국제 흐름에 역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감면 확대보다는 정교화가 필요하다"며 "좌석을 점유하지 않는 2세 미만 영아, 이코노미 등급, 환승객 등 최소 기준으로 설계해 행정비용을 줄이고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훈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국장은 "관광산업은 외부 충격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지만, 위기가 닥칠수록 재원은 급감하는 '역순환' 구조에 있다"며 "출국세는 연 4000억 원 규모로 전체 관광재정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단순 복원으로는 부족하다"며 "물가 상승률(100%)과 국제 수준을 고려하면 최소 1만5000~2만2000원 수준의 인상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숙박세나 입장료 등 재원 다변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문체위 수석전문위원은 "출국납부금 복원안은 당 차원에서 중점 추진 중"이라며 "11월 내 상정돼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면 내년 예산부터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발전기금 복원처럼 관광기금도 단순 세금이 아니라 '관광수출산업의 투자 재원'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원들도 한목소리로 출국세 정상화를 촉구했다.
조계원 의원은 "세계는 출국세를 올리고 관광세를 신설하는데, 우리만 내렸다"며 "낮출수록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조 의원은 "출국세는 국민이 아닌 관광산업을 위한 '미래 투자금'이자,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뒷받침할 최소한의 기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오경 의원은 "국내여행은 유료인데 해외여행만 감면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출국세 인상이 세금 폭탄이 아니라 관광 활성화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국민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국세를 인상해 기금이 확충되면, 국내 관광 기반과 국민 여행복지로 다시 돌아오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양문석 의원은 "이제는 필요성 논의를 넘어 금액 조정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며 "1만 5000~2만 2000원 수준에서 합리적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의원은 "국회와 정부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며 "연내 법안 심사소위에서 처리해 내년부터 정상화된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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